부산 온 김기현 ‘김영삼 공항’ 주장에 지역 여론은 ‘싸늘’
가덕신공항 건설 추진 성과
노무현·문재인 역할 더 커
“TK-가덕 시너지 효과” 발언
“지역 위기감 인식 없다” 지적
“명칭보다 조기 착공이 급해”
부산을 찾은 국민의힘 당권주자 김기현(울산 남구을) 의원이 가덕신공항을 김영삼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따 ‘김영삼 공항’으로 명명하자는 제안을 내놨지만 지역에서는 “뜬금없다”며 싸늘한 반응이 나온다. 김 의원은 대구경북(TK)신공항 관련 특별법안이 통과되면 가덕신공항과 국비 경쟁이 불가피함에도 “두 공항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주장해 부산·울산·경남(PK)의 위기감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김 의원은 지난 27일 부산시청 인근에서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가덕도신공항을 김영삼 공항으로 명명해야 되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다”면서 “당내 의견을 모아 보지는 않았지만 PK지역이 배출한 역대 대통령 중에서도 김 전 대통령이 과보다는 공이 많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호남 사례를 언급하면서 “상대적으로 보면 호남 지역에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을 높이면서 지역의 정치적 위상과 이익을 도모하고 있다”며 “PK 지역에서는 이런 점이 소홀했던 것 같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역사를 바꾼 분이기 때문에 자부심을 우리 스스로 찾기 위해서도 가덕신공항을 김영삼 공항으로 불러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 의원의 가덕신공항 명칭 제안은 전직 대통령의 이름을 딴 외국 공항 명명 사례에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김 의원은 김 전 대통령이 PK 출신이고 가덕도 인근 경남 거제시가 고향이기 때문에 해당 명칭을 적합한 것으로 여긴 듯하다. 그러나 가덕신공항 건설 과정에서 주요한 역할을 한 전직 대통령은 여러 명이다. 2002년 취임한 노무현 전 대통령은 부산 상공계에서 신공항 추진을 요청하자 임기 막바지인 2006년 12월 정부 부처에 공식 검토를 지시해 가덕신공항 추진 동력을 되살렸다. 가덕신공항 특별법이 통과된 것은 문재인 정부 때였다. 오히려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는 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에 연일 어깃장을 놨고, 국민의힘 PK 의원들은 무기력하기만 했다.
이날 김 의원은 TK신공항이 가덕신공항과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도 했다. 그는 “가덕신공항 건설은 대통령의 공약이기도 하고 2030월드엑스포 유치와도 맞물려 있기 때문에 어떻게 해서든 진행해야 한다”면서도 두 공항의 예산 경쟁 우려에 대해서는 “당대표가 되면 예산을 짤 때 주머니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부산 지역에서는 대구 출신인 주호영 원내대표가 발의한 TK신공항 특별법에는 독소조항이 많다는 문제 제기가 된 상황이다. TK신공항 특별법에는 TK신공항을 ‘중추공항’으로 규정하고 대규모 국비 지원, 2030년 개항 등의 내용도 담겼다. 이 법안이 그대로 국회에서 통과되면 가덕신공항보다 공항 위상이 더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고 국비 확보를 위해 두 공항이 경쟁해야 하는 상황도 올 수 있다. 2030월드엑스포 개최에 맞춰 가덕신공항을 조기 개항하는 목표도 차질을 빚을 수밖에 없다.
이밖에 김 의원은 당대표가 되면 부울경의 공동 이익을 위한 메가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PK 국회의원들이 구심점 없는 모래알 같다”는 비판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도 부울경 모든 지역에서 연결 고리가 있는 자신이 반드시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김 의원 발언에 대해 “가덕신공항 명칭 운운하는 것보다 정부·여당이 조기 착공 의지를 먼저 보여야 한다”고 비판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최형욱 수석대변인은 “가덕신공항은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관문 기능을 해야 하는 공항이어서 명칭은 완공 후 부산과 동남권 주민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해 결정해야 한다”면서 “특정 정당의 당대표 경선 후보가 득표를 위해 일회성으로 제안한 명칭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대변인은 또 “지금 가장 시급한 일은 명칭이 아니라 정부와 여당이 가덕신공항 조기 착공 의지를 보여 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황석하 기자 hsh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