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년 만의 셔틀외교 복원, 한·일 정상 “이제 시작”
징용 해법에 일 “건전 관계 회복”
수출규제 해제·WTO 제소 취하
양국 화이트리스트도 회복 논의
북 도발엔 “공조 강화” 한목소리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양국 정상이 정례적으로 상대국을 방문하는 ‘셔틀 외교’를 재개하기로 했다.
1박 2일 일정으로 일본을 찾은 윤 대통령은 16일 오후 4시 50분부터 일본 도쿄의 총리관저에서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졌다. 23분간 극소수 인사만 참석하는 ‘소인수 회담’을 진행한 뒤 곧바로 ‘확대회담’을 가졌다.
기시다 총리는 모두발언을 통해 “한·일 관계의 새로운 장을 함께 열 기회가 온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일 정상이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셔틀외교를 재개하는 데 일치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오전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에 대해 “심각한 도발 행위”라고 비난한 뒤 이런 상황에서 한·일, 한·미·일 공조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윤 대통령은 “기시다 총리가 말한 양국의 셔틀외교를 적극적으로 환영한다”며 “긴밀히 소통하면서 한·일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열기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화답했다. 윤 대통령은 또 “그간 국제사회의 평화와 번영에 기반이 된 자유민주주의 가치가 중대한 도전에 직면한 지금 양국의 협력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며 “아침 도쿄로 출발하기 전 북한의 장거리 탄도미사일 발사에서 보듯이 날로 고도화되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은 동아시아뿐만 아니라 국제사회 평화와 안정에도 큰 위협”이라고 우려했다.
두 정상은 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어 우리 정부의 강제징용 해법에 대한 입장도 밝혔다. 기시다 총리는 “얼마 전 한국 정부가 한반도 노동자 문제에 대한 조치를 발표했는데 이는 매우 어려운 상황을 맞고 있는 양국 관계를 건전한 관계로 되돌린 것으로 평가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본 정부는 1998년 10월 발표한 일·한공동선언(김대중-오부치 선언)을 포함한 역사 인식에 대한 역대 내각의 입장을 전체로서 계승하고 있음을 확인한다”고 말했다. 두 정상은 이어 환영 만찬과 친교 시간을 통해 개인적 우의도 다졌다.
일본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한국에 대한 반도체 핵심 소재 3개 품목의 수출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 이와 동시에 한국 정부도 일본 측의 3개 품목 조치에 대한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일본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의 반도체 소재 3개 품목을 대상으로 한국에 취한 수출 규제를 해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일본은 이를 바탕으로 ‘수출 관리를 2019년 7월 이전으로 되돌리는 운용 변경’을 통해 3개 품목과 관련한 수출 규제 조치를 해제하기로 했다.
나아가 한·일 정부는 화이트리스트(수출 절차 간소화 혜택을 주는 백색국가 리스트) 조치도 조속히 원상회복되도록 긴밀히 논의해 나가기로 했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