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 학대 사망’ 친모, 500일간 2400회 강요로 성매매
가스라이팅 당해 하루 4~5회
아이 화풀이 대상 삼아 범행
동거녀, 양육수당마저 가로채
재판부, 동거녀 범행 참고할 듯
4세 여아를 학대, 폭행해 숨지게 만든 친모(부산일보 2022년 12월 16일 자 10면 등 보도)는 동거녀의 ‘가스라이팅’으로 인해 1년 반동안 2400회가 넘는 성매매에 나섰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거녀는 1억 2400여만 원에 달하는 성매매 수익도 모자라 아이의 양육수당까지 착취했고, 정신적·심리적 의존 상태에 놓인 친모의 학대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8일 오전 아동학대처벌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친모 A(27) 씨와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방조 혐의로 기소된 동거녀 B(28) 씨 등에 대한 공판을 열었다.
검찰의 공소사실에 따르면 A 씨는 2020년 8월 남편의 가정폭력 등으로 인해 가출한 뒤 인터넷 커뮤니티에서 만난 B 씨 부부와 동거 생활을 시작했다. 처음에는 따뜻하게 대해주던 B 씨는 점차 A 씨에게 모든 집안일을 맡기고 돈을 벌어오라고 압박하며 성매매까지 강요하게 됐다.
검찰 조사결과 B 씨는 2021년 7월부터 2022년 12월까지 A 씨에게 최대 2410회에 걸쳐 성을 파는 행위를 강요해 1억 2450만 원의 돈을 챙겼다. 하루도 쉬지 않았다고 가정해도 일 평균 4~5차례의 성매매를 강요해 이를 통한 이득을 대부분 B 씨 부부가 챙긴 것이다.
이것도 모자라 B 씨는 A 씨 자녀 앞으로 나오는 양육수당마저 가로챘다. B 씨 부부는 이렇게 가로챈 돈을 대부분 자신들과 자신들의 자녀를 위해 사용했다.
B 씨는 A 씨의 생활 전반을 지휘·감독했고 ‘아이 교육을 똑바로 시켜라’며 심한 눈치를 줘 A 씨가 아이의 양육에 소홀하게 만들었다. A 씨는 점점 자녀를 화풀이 대상으로 생각하며 짜증을 내고 폭행까지 휘두르게 됐다.
같은 집에 살던 B 씨는 이 같은 신체적 학대 행위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지만 이를 제지하지 않았다. A 씨가 아동학대를 벌일 때 이어폰을 끼고 모른 척 하거나 일부러 자리를 비켜주기도 했다.
A 씨가 아이에게 주먹을 휘둘러 아이가 사시 증세를 보이며 시력을 잃어간다는 사실을 B 씨 역시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B 씨는 A 씨가 성매매로 벌어온 돈을 돌려줘 아이를 치료하게 하거나 시력 회복을 위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등의 행동을 전혀 하지 않았다.
A 씨가 2022년 6월부터 12월까지 6개월간 분유를 탄 물을 하루 한 끼 정도만 아이에게 준다는 사실 역시 알았지만 이를 방임했다. 같은 공간에서 생활하는 4세 아이의 몸무게가 채 7kg도 나가지 않았지만, B 씨 부부와 자녀들은 아이를 홀로 집에 그대로 둔 채 외식 등을 즐겼다.
아이가 사망한 지난해 12월 14일에도 A 씨가 아이를 폭행했고, 아이가 다리를 쭉 뻗은 상태에서 거품을 물고 발작을 일으키는 등 위험한 지경에 이르렀다는 사실을 B 씨 역시 알았지만 이를 방조한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검찰은 B 씨의 남편(29)도 아동복지법위반(상습아동유기·방임) 방조 혐의로 불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다만 A 씨에 대한 심리적 지배, 관리·감독, 성매매 가스라이팅 등은 대체로 동거녀였던 B 씨가 주도했다고 보고 있다.
당초 재판부는 결심 공판에 이어 지난 24일 A 씨에 대한 1심 선고를 진행하려 했다. 하지만 이날 변론기일에 이어 다음 달 28일에도 추가적인 심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이는 동거녀 B 씨의 A 씨에 대한 심리적 지배와 성매매 강요 등을 1심 판단에 일정 부분 참고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검찰은 A 씨에게 무기징역을 구형하면서 “학대 행위로 시력을 잃고 뼈 밖에 남지 않은 피해 아동이 배가 고프다고 했다는 이유로 무차별적으로 폭행한 뒤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과연 이것이 부모, 아니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행동인지 의문이다. 피해 아동이 느꼈을 신체적 정신적 고통은 상상조차 하지 못할 정도로 극심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B 씨 부부는 이날이 첫 공판이라 추가적인 변론과 심리를 거쳐 구형 등이 이뤄질 전망이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