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원 ‘예산 성적표’ 특교세, 해운대·남·사상구 1~3위 [특별교부세 분석]
지난해 모두 83억 원 이상 집계
북·부산진구도 80억 원 넘겨
상하위권 교부액 2~3배 차이
행안부, 자체적으로 판단·지급
정치력·지자체 능력 ‘가늠쇠’
의원 2명 지역이 대부분 상위권
장제원 1명인 사상구 약진 ‘눈길’
지난해 부산 구·군 가운데 해운대구, 남구, 사상구 등이 행정안전부 특별교부세를 많이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특별교부세는 배분 과정에서 국회의원의 ‘활약’이 작용해 지역의 ‘현수막 정치’에 활용된다. 연말마다 ‘OO의원 행안부 특별교부세 OO억 원 확보’ 현수막이 걸리는 이유다. 지역구 의원들의 ‘예산 확보 성적표’ 가운데 하나인 특별교부세는 지난해 부산 구·군별로 2~3배의 차이를 보였다.
특별교부세는 지방자치단체의 ‘예상하지 못한 재정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중앙정부가 지원하는 재원이다. 행안부가 사업의 시급성 등을 보고 지원 규모를 결정한다. 그러나 보통교부세와 달리 ‘교부금 산정식’ 없이 행안부가 자체적으로 판단해 지급한다. 예산 배분에서 통상적으로 기준이 되는 인구도 특별교부세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이 때문에 ‘정치력’이 작용하고 국회의원들은 매년 특별교부세 확보 경쟁을 벌인다.
최근 행정안전부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부산에서 특별교부세를 가장 많이 받은 구는 해운대구로 87억 7600만 원을 기록했다. 2위는 남구로 86억 3300만 원, 3위는 사상구로 83억 6800만 원을 기록했다. 이어 북구가 80억 4600만 원, 부산진구 80억 2500만 원 등으로 80억 원을 넘겼다.
반면 부산 중구는 23억 9200만 원으로 부산에서 특별교부세를 가장 적게 받았다. 뒤이어 연제구가 38억 400만 원, 기장군이 38억 1400만 원으로 40억 원 미만이었다. 상위권과 하위권의 특별교부세 교부액이 2~3배 차이를 보인 셈이다.
이런 특별교부세 교부액은 해당 지역 국회의원들이 얼마나 활약하느냐 여부에 따라 상당히 달라진다. 실제 국회의원들도 특별교부세 금액을 주요 의정 활동 성과로 내세운다. 실제 부산 구·군별 특별교부세 확보액을 비교해보면 국회의원이 2명인 지역의 금액이 높게 나타났다. 상위 1~6위 지역 가운데 국회의원이 1명인 자치구는 사상구가 유일하다. 부산에서 특별교부세 3위에 오른 사상구는 ‘윤핵관’으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의 지역구다.
사상구의 특별교부세 규모는 주민등록인구와 비교해 보면 더 두드러진다. 부산에서 인구 10만 안팎인 중구, 영도구, 서구, 동구를 제외하면 사상구의 지난해 인구 1인당 특별교부세 확보액이 가장 높았다. 지난해 기준으로 주민등록인구가 20만 3000여 명으로 비슷한 사상구와 연제구의 특별교부세는 2.2배나 차이가 난다. 부산에서 특별교부세 1위를 차지한 해운대구의 경우 주민등록인구 1인당 특별교부세 확보액은 사상구의 55% 수준에 머물렀다.
국회의원이 2명 있는 자치구의 경우 특별교부세 확보 성과를 놓고 두 의원 모두 자신의 성과라고 홍보 경쟁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특히 소속 정당이 다를 경우 이런 신경전이 더 잦다. 반면 1명의 국회의원이 2개 자치구를 담당하는 경우 상대적으로 특별교부세 확보에서 불리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회의원이 1명인 중구와 영도구의 특별교부세를 합하면 74억 2000만 원으로 국회의원이 2명인 사하구보다 많다. 마찬가지로 국회의원이 1명인 서구와 동구의 특별교부세를 합하면 82억 8200만 원으로 상위권을 차지해 해당 국회의원의 ‘개인 성적’은 높다고 볼 수 있다.
1명의 국회의원이 2개 자치구를 담당하는 ‘불일치’의 문제는 중구, 동구 등 구도심 자치구의 인구 문제 때문에 발생한다. 지난해 기준으로 부산 중구의 주민등록 인구는 3만 9000여 명에 불과하다. 인구가 가장 많은 해운대구의 10% 수준이다. 중구와 동구, 서구 인구를 모두 합해야 금정구와 비슷한 수준이 된다. 자치구와 국회의원 선거구 관계 때문에 발생하는 특별교부세 ‘성적표’의 불일치는 부산 북강서을에서도 발생한다. 김도읍 의원 측은 이와 관련 “지난해 강서구와 북구을 지역 사업에 지원된 특별교부세를 합하면 100억 원이 넘는다”고 설명했다.
지역 정치인과 지자체가 특별교부세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지역 사업’에 대한 직접 지원금인 데다 ‘사업비 매칭’(대응 투자)이 필요 없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국비 지원 사업의 경우 40% 이상의 지방비 매칭이 필요해 지자체 재정에 부담을 준다. 재정 여력이 약한 지자체가 국비 지원을 마냥 반길 수 없는 이유다. 반면 특별교부세는 지자체의 매칭비가 없이 순수하게 중앙정부 지원금으로 사업을 할 수 있다.
다만 특별교부세 확보는 정치인들의 영향력 이외에 해당 지자체 능력도 중요하다. 행정안전부에서 오랜 기간 몸담았던 한 전문가는 “특별교부세와 관련해 정치인 활동도 영향을 주지만 결국 지자체의 사업 개발 능력이 중요하다”면서 “행안부가 특별교부세, 보통교부세 등 각종 교부세 집행 실적 등을 매년 점검해서 문제가 있으면 불이익을 준다”고 설명했다. 실제 해운대구는 ‘2022년도 지방교부세 감액심의’에서 “물품구매 및 공사 수의계약 부적정”을 이유로 3억 8400만 원의 감액 결정을 받아 올해 지방교부세에서 해당 금액이 감액된다. 반면 사하구와 금정구는 1억 원의 ‘인센티브’를 지원받는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