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무너질까 불안” 거리로 뛰쳐나온 계성여고생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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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회 주관 집회 전교생 참여
거제2구역 시공사 현산 규탄
건물 균열로 교실 10개 사용 금지
체육관·운동장 훼손 이용 못 해
공사 재개 인가 법원 결정도 반발
현산 “안전 위해서라도 공사 해야”

부산 연제구 계성여고 학생들이 17일 오후 거제2구역 재개발 레이카운티 아파트 건설 공사로 학교 건물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면서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며 공사 현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연제구 계성여고 학생들이 17일 오후 거제2구역 재개발 레이카운티 아파트 건설 공사로 학교 건물 안전이 위협 받고 있다면서 시공사 HDC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며 공사 현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부산 연제구 거제2구역 레이카운티 재개발 공사 탓에 학교 건물에 금이 가는 등 피해를 보는 계성여고 학생들이 학습권 보장을 요구하며 시위에 나섰다. 법원의 공사 일부 재개 결정에 반발하고 재개발 공사를 맡은 HDC현대산업개발을 규탄하기 위해서다.

계성여고 학생들은 17일 오후 1시 30분께 연제구 거제동 학교 운동장에서 집회를 열고 공사 현장까지 가두행진을 벌였다. 학생회가 주관한 이 집회엔 전교생 375명 중 대부분인 350여 명이 참여했다. 계성여고 2학년 박소연(17) 부학생회장은 “학생회의를 통해 마스크에 붙일 스티커와 플래카드 문구를 정해 시위에 나섰다”며 “공사 때문에 교실 10개 사용이 금지돼 다른 교실에서 이동수업을 하는 등 학생들이 겪는 불편은 매우 크다”고 말했다. 시위에 참여한 정유경(17) 학생은 “학교와 학생회 측에서 힘을 모아 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동의해 참여하게 됐다”며 “학교가 언제 무너질지 모른다고 생각하니 학교에서 늘 불안하다”고 말했다.

부산지방법원은 지난 7일 계성여고 건물 안전 위협으로 중지됐던 재개발 공사의 일부 재개를 인가했다. 계성여고 지반 바로 아래에 설치된 흙막이 가시설의 수명에 한계가 있어 영구적으로 지반 무게를 지탱해 줄 수 있는 본구조체가 신속하게 설치돼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가시설 바로 위에는 학교 본관 건물, 체육관, 운동장이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의 주장이 받아들여진 것이다. HDC현대산업개발은 흙막이 가시설 지지대의 수명이 다해 현 상태로 방치할 경우 안전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따라서 속히 공사를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부산지법의 판결은 기존의 결정을 뒤집은 것이다. 부산지법은 지난해 12월 아파트 건설 공사로 인해 계성여고 건물 안전이 위협을 받고 있다며 계성여고가 제기한 공사중지가처분신청을 인용했다. 법원은 당시 한국지반공학회 조사 결과를 검토하고 현장 검증을 벌여 이 같은 결정을 내렸다. 시공사가 학교 건물 바로 아래에서 공사하면서 학교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기본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사실도 밝혔다. 또한 가시설 시공 자체가 적절치 않은 공법으로 이뤄졌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학교 건물 균열과 침하, 누수가 계속돼 안전성이 담보되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학교는 공사 일부 재개를 허용한 법원 판결과 HDC현대산업개발을 비판하고 나섰다. 법원의 공사 중지 결정 이후 학교 측에서 정밀안전진단과 안전 조치를 지속적으로 요구했지만 응답하지 않더니 공사 재개를 핑계로 안전 문제를 꺼냈다는 것이다. 또 재개발 공사로 인해 학생들이 심각한 피해를 겪고 있다는 걸 강조했다. 계성여고 마석황 교장은 “2021년부터 체육관과 운동장이 망가지기 시작했다. 이대로라면 3학년 학생들은 운동장에서 한 번도 뛰놀지 못하고 졸업하는 상황이 발생한다”며 “당장이라도 공사를 멈추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HDC현대산업개발은 공사 재개는 안전을 위한 조치라는 입장이다. HDC현대산업개발 관계자는 “외부 토목공학 전문가들에게 정밀 검토를 요청한 결과 현재 설치된 흙막이 내구연한이 거의 경과돼 현 상태로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판단이 나왔다”며 “공사 중에도 외부 정밀안전진단 업체를 통해 지속적으로 안전을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거제2구역 재개발사업지구인 연제구 거제동 802번지 일대 18만 7798㎡ 부지에서는 2020년 9월부터 4470세대의 레이카운티 아파트 건립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1년 5월부터 재개발 부지 인근 계성여고 학교 건물에 균열이 생기고 운동장 침하 현상이 발생하는 등 안전 문제가 잇따랐다.

학교는 지난해 9월 학생 학습권과 안전이 침해된다며 학교에 영향을 주는 공사 중지를 요구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법원은 지난해 12월 신청을 받아들여 HDC현대산업개발에 일체의 공사를 중지하라고 명했지만 현대산업개발의 이의 신청을 받아들여 지난 7일 안전을 이유로 일부 재개를 허용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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