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라진 봄꽃 개화 시기…'생태계 교란' 대응책 서둘러야
봄 기온 100여 년 만에 3도 올라
부산 벚꽃 개화 9일 앞당겨져
이팝나무도 2주 일찍 꽃피어
'짧은 봄, 긴 여름' 일반화 추세
수분 매개 곤충과 '엇박자' 심각
"급격한 기후변화, 속도 늦춰야"
올해 부산의 벚꽃이 관측 역사상 가장 일찍 핀 데 이어 보통 5월부터 꽃을 피우는 이팝나무가 4월 하순부터 만개하는 등 봄꽃 개화가 빨라지고 있다. 지구 온난화 등의 기후변화 요인으로 인해 봄꽃 개화 시기가 앞당겨지고 있는 것인데, 봄꽃 개화 시기가 빨라지면 생태계에도 혼란이 올 수 있어 기후변화 속도를 늦출 수 있는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부산의 공식 벚꽃 개화일은 3월 19일이다. 부산의 평년 벚꽃 개화일은 3월 28일인데, 이보다 9일 일찍 핀 것이다. 이는 102년 관측 역사상 가장 빨리 핀 벚꽃으로 기록되기도 했다. 특히 올해는 부산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 지역에서 벚꽃이 평년보다 일찍 꽃망울을 터뜨렸다. 서울과 충북 청주시에서는 평년보다 14일 일찍 꽃이 피었다.
지난 주부터는 부산 곳곳에서 이팝나무가 꽃잎을 틔워 현재 만개한 상태다. 이팝나무는 계절 관측목이 아니어서 정확한 개화 시점을 알 수는 없으나, 통상 5~6월 사이에 꽃을 피운다. 올해는 2주가량 일찍 꽃이 핀 셈이다. 황매산 철쭉도 평소에 비해 개화 속도가 3~4일 빠른 추세를 보인다. 통상 황매산 철쭉은 5월 10일 전후로 만개하는데, 황매산군립공원은 올해 만개 시점을 5월 초로 예상하고 있다. 이르면 이달 말에 만개할 것이란 관측도 나왔지만 최근 기온이 떨어지고 흐린 날씨가 이어져 개화 속도가 조금 주춤한 상태인 것으로 전해졌다. 산철쭉 꽃이 피는 시기가 빨라지면서 철쭉제 시기도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 2012년에는 5월 셋째 주에 시작했던 황매산 철쭉제는 2017년부터 4월 말로 앞당겨졌다. 올해 축제는 이달 29일 개막한다.
이처럼 봄꽃 개화가 점점 빨라지는 것은 지구 온난화 등으로 봄 평균기온이 높아진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기상청의 기상자료개방포털에 따르면, 부산의 봄(3~5월) 평균기온은 관측을 시작한 1905년 11.6도에서 2000년 13.2도, 2022년 14.8도로 점점 오르는 추세다. 봄 기온이 올라가면서 봄이 짧아지고 여름이 길어지는 추세도 나타난다. 2020년 이후부터는 부산의 봄 평균최고기온이 18도 이상으로 오르는 등 추세는 이어진다. 특히 올해의 경우 ‘열대 서태평양의 높은 해수면 온도’의 영향으로 5월부터 초여름 더위를 보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왔다.
이른 봄꽃 개화는 생태계 교란의 신호인 만큼 기후변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해와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벌과 나비가 깨어나기도 전에 꽃이 지는 상황이 벌어져 지구상에서 식물이 줄어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부산대 조경학과 김동필 교수는 “꽃을 피우는 것은 열매를 맺어 씨를 퍼뜨리기 위해서다. 벌, 나비와 같은 곤충과의 관계성이 깨지면 생태계 교란이 일어날 수도 있다. 기후변화 속도를 늦출 기후 대응 행동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기후 전문가들은 봄꽃 개화가 빨라지는 추세는 분명하지만, 올해의 상황이 기후변화에 따른 것인지는 조금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부산대 기후과학연구소 이준이 교수는 “지구 온난화와 영향으로 봄 평균 기온이 높아지고 개화일도 앞당겨지고 있다. 다만 올해의 이례적인 봄꽃 개화 상황이 자연적 변동성에 따른 것인지 기후 변동성에 따른 것인지는 추세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