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가치 확산, 가장 중요한 과제”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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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 부산서 한·일 유네스코 연석회의
청소년 교류 확대·논문상 제정
예산 확충·중앙정부 관심 촉구
구체적 실천 방안 적극 제안

5일 부산 아스티호텔 2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일 유네스코 연석회의'에서 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연석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5일 부산 아스티호텔 2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일 유네스코 연석회의'에서 이미연 부산문화재단 대표이사가 연석회의 취지를 설명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조선통신사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이후 가치를 확산시키는 게 제일 중요한 과제일 것 같습니다.”

지난 5일 부산 아스티호텔 2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23 유네스코와 함께하는 부산 문화 콘퍼런스’ 둘째 날 ‘한·일 유네스코 연석회의’에 참석한 한국과 일본 관계자들이 한결같이 강조한 내용이다. 이들은 구체적인 실천 방안으로 청소년 교류 사업 확대나 조선통신사를 알리는 다큐멘터리나 극영화 제작, 국제학술대회 논문상 제정 등을 제안하며 가치 확산에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

부산문화재단이 주최한 이날 콘퍼런스는 조선통신사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2017년 10월 31일) 이후 유네스코 관계자까지 포함해 한국과 일본 당사자들이 처음으로 머리를 맞대고 후속 작업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크게 주목받았다.

의제 토론1에서 '조선통신사 가치 확산을 위한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마츠바라 카즈유키 이사장. 부산문화재단 제공 의제 토론1에서 '조선통신사 가치 확산을 위한 양국의 협력 강화' 방안에 대해 발표하는 마츠바라 카즈유키 이사장. 부산문화재단 제공

의제 토론은 장제국 동서대 총장이 좌장을 맡아 3가지 주제로 진행됐다. 제1 세션에선 조선통신사 세계기록유산 등재 과정에 혁혁한 공을 세운 강남주 전 부경대 총장과 마츠바라 카즈유키 일본 조선통신사연지연락협의회(연지연) 이사장이 ‘기록유산 기반 조선통신사의 인류무형유산적 가치 발견과 확산’ 관련 내용을 공유했다. 마츠바라 이사장은 특히 “역사라는 것은 시점이 다르면 전혀 다르게 볼 수 있는 만큼 세계기록유산 등재 신청의 길은 간단하지 않았다”면서도 “생각보다 수월하게 등재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성신교린(誠信交隣·성실과 믿음으로 사귄다)이라는 조선통신사 기본자세 안에 이미 양국의 정신이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의제 토론2에서 '한·일 청소년 조선통신사 공동 프로그램'에 대해 발표하는 한경구 한국유네스코 사무총장. 부산문화재단 제공 의제 토론2에서 '한·일 청소년 조선통신사 공동 프로그램'에 대해 발표하는 한경구 한국유네스코 사무총장. 부산문화재단 제공

제2 세션은 ‘미래세대 한·일 평화·연대의 가치 확산을 위한 청소년 문화 활동’을 내용으로 한국과 일본 유네스코 관계자가 발표했다. 한경구 한국유네스코위원회 사무총장은 “조선통신사는 국가 간 공식적인 교류지만 기록물 등재는 한·일 민간이 공동으로 추진해 등재했다”는 사실에 주목하면서 “조선통신사 등재야말로 유네스코가 제도를 만든 이래 가장 취지에 부합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 총장은 또 “유네스코 등재 제도의 미흡한 점이기도 한데 등재 전과 달리 등재 후에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 취소되는 경우도 있다”고 언급하고 “조선통신사는 민간 주도여서 그런지 등재 후에도 뭔가 해 보려고 하는 모습이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따라 그는 “유네스코 등재를 계기로 기록물을 잘 활용해서 평화에 이바지하길 바란다”는 덕담과 함께 한·일 공동 수학여행이나 공동 수업, 혹은 ‘키보드 필담’ 같은 프로그램을 제안해 눈길을 끌었다.

제3 세션에선 한·일의원연맹 황보승희 국회의원이 ‘민간-지역 중심의 문화예술 교류와 2025 오사카·2030부산 엑스포의 문화 협력’에 대해 발표했다. 황보 의원은 “중앙정부가 조선통신사에 전혀 관심이 없다”고 질타한 후 “중앙정부의 관심을 끌어오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2025 오사카 엑스포와 연계해 부산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도록 구체적으로 협력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면서 창의도시 네트워크 추진과 일본 문부과학성과 한국 문화체육관광부 공동 영상물 제작 등의 의견을 제시했다.

배석자 자유발언을 하는 남송우 고신대 석좌교수. 부산문화재단 제공 배석자 자유발언을 하는 남송우 고신대 석좌교수. 부산문화재단 제공

이 밖에 배석자 자유발언으로 남송우 고신대 석좌교수는 “조선통신사의 역사적 가치를 어떻게 새롭게, 현실화할 것인가에 주목해 용어를 ‘신조선통신사’로 하고, 청소년 교류 같은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세우고, 양국에서 연구자를 늘려가는 중간 단계로 학위과정에 있는 대학원생 등을 대상으로 연구 논문상 제도를 만들자”고 제안했다. 남 석좌교수는 또 “서울에서 출발해 부산을 거쳐 험난한 바닷길을 거쳐 이끼섬을 거쳐 에도까지 가는 여정을 ‘평화의 바닷길’이라고 명명하면서 자연유산 등재를 고민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5일 부산 아스티호텔 2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일 유네스코 연석회의'를 마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5일 부산 아스티호텔 22층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한·일 유네스코 연석회의'를 마친 관계자들이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시즈오카국제교류협회 나카지마 가즈히코 전무이사는 “시즈오카 대학생과 한국(부산) 학생 교류 사업을 예로 들며 관련 기금 확충이 필요하다”고 역설했고, 강남주 전 총장도 “예산 관련 부처의 조선통신사에 대한 인식 전환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조선통신사위원회 위원장 겸 일한친선협회 회장을 대신해 모두 발언을 했던 아들 가와무라 켄이치 야마구치대학 공학부 객원부교수. 부산문화재단 제공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조선통신사위원회 위원장 겸 일한친선협회 회장을 대신해 모두 발언을 했던 아들 가와무라 켄이치 야마구치대학 공학부 객원부교수. 부산문화재단 제공

가와무라 다케오 일한의원연맹 조선통신사위원회 위원장 겸 일한친선협회 회장을 대신해 모두 발언을 했던 아들 가와무라 켄이치 야마구치대학 공학부 객원부교수는 “단순히 아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우리가 현대의 조선통신사 의미를 만들어내야 한다”면서 “양국 리더들이 1년에 최소 한 번 이상은 만남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좌장을 맡았던 장제국 총장도 “기복인 심한 한·일 관계도 성신교린의 정신이 있을 때 극복 가능할 것”이라면서 다음엔 일본에서 만나는 기회가 만들어지길 기대했다.

마지막으로 부산문화재단 이미연 대표이사는 “조선통신사 일을 10여 년째 진행하면서 늘 어려웠다. 이제는 부산문화재단만의 사업이 아니라 시그니처 브랜드가 될 수 있도록, 글로벌한 사업으로 확장될 수 있도록 뒷받침해 주면 좋겠다”고 요청했다. 황보 의원은 “조선통신사의 상징성을 살려서 후속 사업을 할 수 있도록 내년 예산 반영에 꼭 힘을 싣겠다”고 다짐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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