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국 관계 '정상화 궤도' 진입… 실제 성과는 후속 조치에 달려
[한·일정상회담] 성과 및 향후 전망
양국 정상 ‘협력 의지’ 확인
한·미·일 안보 한층 강화 전망
소부장·과학기술 협력 기대
후쿠시마 방류수 시찰 등 합의
기시다 "신뢰 깊어졌다" 평가
한·일 정상의 ‘셔틀 외교’가 8일 마무리된 가운데 이번 한·일정상회담 최대 성과로는 양국 정상의 협력 의지를 확인했다는 점이 꼽힌다. 하지만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의 과거사 발언에 대한 해석, 일본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의 실효성 등에서 이견도 있는 만큼 양국이 향후 어떤 실질적인 후속 조치에 나서느냐에 따라 이번 정상회담 성과에 대한 평가가 갈릴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과 기시다 총리의 이번 정상회담은 양국 간 셔틀 외교를 12년 만에 재개한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르다. 기시다 총리는 3월 윤 대통령의 일본 방문 후 두 달여 만에 당초보다 일정을 앞당겨 한국을 찾았다. 양국 정상의 협력 의지를 보여 준 상징적인 일로 평가된다. 기시다 총리는 방한 첫 일정으로 국립현충원에 참배하고 과거사에 대해 “가슴이 아프다”는 진전된 발언도 내놨다. 이 역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강제동원 피해자 보상 문제로 중단됐던 양국 외교를 정상화하기 위한 ‘노력’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양국관계 정상화가 이제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도 “한·일 관계 개선 움직임이 궤도에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기시다 총리는 출국 전 “신뢰 관계를 깊게 할 수 있었다”고 이번 정상회담을 평가했다.
양국의 안보·경제협력도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로 분석된다. 한·일 관계 개선으로 미국 중심의 ‘한·미·일 안보협력’은 더욱 강화될 전망이다. 한·일 양국은 이번 정상회담을 계기로 소재, 부품, 장비 분야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10년 넘게 단절됐던 양국 정부 간 과학기술 협력 채널도 다시 열기로 했다. 후쿠시마 원전 문제와 관련, 한국 전문가의 현지 시찰에 합의한 것도 대통령실과 여당이 강조하는 한·일정상회담의 성과다.
정상회담 내용이 실질적인 결과로 이어질지에는 전망이 엇갈린다. 양국 정상이 합의한 ‘후쿠시마 원전 시찰단’과 관련해선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은 8일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일본은 어느 나라에서도 시찰단을 받은 적이 없다”면서도 “(시찰단이)하루 이틀 보고 와서 괜찮은 것 같다고 하면 일본은 오히려 이걸 오염수 방류 명분으로 삼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안보 협력의 실질적 성과도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외교부 1차관을 지낸 연세대 최종건 교수는 이날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한반도 평화가 어떠한 방향으로 가야 할지, 그것이 일본이 가고자 하는 방향과 맞는 것인지는 한 번 더 깊게 (생각을)나눠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일정상회담의 실질적인 성과가 양국의 ‘후속 조치’에 따라 결정될 전망인 가운데 양국은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한 한·일 국방장관 회담을 내달 초 개최할 것으로 알려졌다. 양국 국방장관 회담은 오는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릴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끝난 뒤인 내달 초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일정상회담의 후속 회담 성격인 국방장관 회담에서는 2018년 발생한 ‘초계기 갈등’이 주요 이슈로 다뤄질 전망이다. 당시 일본은 동해에서 조난한 북한 어선을 수색하던 해군 광개토대왕함이 일본 해상자위대 P1 초계기를 향해 사격통제 레이더를 조사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군은 레이더 조사는 없었고 오히려 초계기가 광개토대왕함 근처에서 저공 위협 비행을 했다고 반박했다. 국방장관 회담에서 초계기 사건과 관련, 기존과 다른 입장이 나올 경우 파장이 일 것으로 전망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