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유지 용도폐지 실수로 다 지은 아파트 불법건축물 만든 구청
국유지 용도폐지하고 사업자에 매각
수영구 남천동 일대 주상복합 건립
뒤늦게 법원서 절차 하자로 무효 결정
원상 복구하면 건폐율 초과 불법 건물
시정권고 요구에도 수년째 ‘진퇴양난’
부산에서 주상복합아파트로 이미 개발된 땅이 뒤늦게 국유지라는 법원 판결이 나와 주민과 지자체가 10년째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해당 구청이 애초 국유지였던 땅을 용도폐지 절차를 거쳐 아파트 부지로 내주었는데, 법원이 용도폐지 과정을 무효라고 판단한 것이다.
9일 부산 수영구청에 따르면 수영구청은 2017년 4월부터 현재까지 국토교통부 등으로부터 10여 차례 수영구 남천동 A주상복합아파트 진입로 173㎡ 일대를 국유지로 돌리라는 명령을 받았다. 국토부는 부산시와 수영구청에 발송한 공문에서 '용도폐지 무효 확정 판결 이후 수영구청에 후속 조치를 이행하라고 수차례 요청했지만 미조치돼 민원서가 지속적으로 접수되고 있으니 처리를 바란다'고 알렸다.
수영구청은 앞서 2007년 4월 해당 부지의 국유지 용도를 폐지했다. 이후 이 땅은 당시 재정경제부로 인계됐고, 2007년 5월 사업자에게 매각됐다. 사업자는 2007년 6월 인근 부지를 더해 A아파트를 신축했다.
이때 주변의 다른 주민이 문제 제기를 시작했다. A아파트가 지어지면서 해당 부지 지하의 하수시설이 철거되고 새 우수관이 매설됐고, 인근 건물의 배수관도 신설 우수관으로 연결됐다. 인근 주민들은 이로 인해 하수 처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오염수가 바다로 나가고 있다며 민원을 제기하고 있다.
부산지법은 2013년 '용도폐지 절차상 하자가 있었다'는 이유로 수영구청의 용도폐지를 무효라고 결정했다. 법원은 ‘사실상 공공용으로 사용되지 아니한 때’라는 용도폐지 요건을 갖추지 못한 하자가 있다고 봤다. 또 용도폐지 당시 이해관계인의 의견을 묻지 않은 점도 지적했다. 당시 해당 부지를 용도폐지했던 담당 공무원들은 징계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이미 들어선 A아파트다. 만약 해당 부지를 다시 국유지로 돌리면 A아파트는 건폐율 초과 때문에 불법건축물이 된다. 현재 A아파트의 건폐율은 59.02%다. 논란이 되는 부지는 A아파트의 전체 부지 6904㎡ 중 2.5%인 173㎡다. 해당 부지를 국유지로 원상회복할 경우 A아파트의 건폐율은 60.54%로 높아진다. 이는 건축법과 국토의 계획·이용에 관한 법률, 부산시 도시계획조례에 따른 건폐율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위법 수치다. 이렇게 될 경우 A아파트 입주자들은 위법한 건축물에 거주하는 셈이 되고, A아파트는 철거 대상이 된다. 철거하지 않는 경우 거주자에게 거액의 이행강제금이 부과된다.
수영구청은 국민권익위원회 의결을 근거로 원상회복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2017년 4월 해당 부지를 국유지로 돌리기 위해서는 A아파트 세대 전체의 동의서가 필요하고 보상금 배분 절차 등이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국유지 전환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수영구청은 대신 우수관 관련 민원을 해소하기 위해 공공하수도를 설립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이 역시 난항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하수도 설립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선 A아파트의 담벼락과 화단을 철거해야 하는데 A아파트의 주민이 반대하기 때문이다. 결국 인근 주민뿐만 아니라 A아파트 주민 사이에서도 절차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해 10년 넘게 논란을 야기한 수영구청에 대한 불만이 나오는 상황이다.
A아파트의 관리사무소장은 “구청 잘못으로 인해 아파트와 관련된 잡음이 끊이지 않는데다 공사까지 요구되는 현재 상황이 당황스럽다”고 밝혔다. 수영구청은 “현재 A아파트는 등기상 사유지이기 때문에 국유지 회복은 어렵다. 후속 절차는 힘든 상황”이라고 밝혔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