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정관 ‘이사 수’에 위배…조종국 운영위원장 선임 원천 무효”
조 위원장 임명으로 1명 초과
주무 부처 문체부 승인 안 받아
“등기 유무는 이사 자격과 무관”
‘신설 명분 안 맞는 인물’ 주장도
이용관 부산국제영화제(BIFF) 이사장이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의 임명 과정에서 정관(定款)을 위반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사단법인의 근본 규칙인 정관을 위배한 결정이면 선임 자체가 무효라 BIFF가 조 위원장 임명에 무리수를 뒀다는 비판이 나온다.
22일 영화계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정관에 명시된 ‘이사의 숫자’를 무시한 것부터 문제란 목소리가 크다. BIFF 정관 제10조 ‘임원 구성’ 3항을 보면 BIFF는 이사를 18명 이내로 규정하고 있다. 이는 이사장과 당연직인 집행위원장을 포함한 숫자다. 조 신임 위원장이 선임된 지난달 9일은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이 사의를 표하기 전으로, 이사 수가 이미 18명이었다. 이날 조 신임 위원장의 선임으로 BIFF 이사는 지난 2일 허 전 위원장 사표 수리 전까지 19명이 됐다. BIFF가 약 1달간 ‘이사 수 제한’의 정관을 위반했다는 게 법률 전문가들의 해석이다.
법률 전문가 A 씨는 “원칙적으로 정관에 이사 선임 수 제한을 두고 있으면 그 수를 따라야 한다”며 “사단법인의 당연직 이사 자격을 가진 사람을 등기 이사에 안 올렸고, 이사회 의결권을 안 줬다고 해서 그 자격이 없어지는 건 아니다”고 봤다.
집행위원장은 선출로 이사 자격을 부여하는 ‘선출직’과 달리 BIFF의 당연직 이사다. 집행위원장으로 임명되면 BIFF의 당연직 이사가 된다. 지난달 BIFF 측이 제공한 이사 명단을 보면 허문영 집행위원장도 당연직으로 이사 명단에 올라가 있다. 조 신임 위원장 역시 정관 제10조 2항 ‘집행위원장 2인 이내’에 근거해 임명됐기 때문에 당연직 이사다. BIFF는 지난달 임시총회 이후 정관 부칙 제2조 8항에 근거해 ‘집행위원장 1인’의 명칭을 ‘운영위원장’으로 내부 규정만 바꿨다.
문제는 정관 개정 부분이다. 민법 제 42조 2항에 따르면 사단법인의 정관 변경은 주무 관청의 허가를 받아야 효력이 발생한다. 하지만 BIFF 측은 이사 수를 기존 18인에서 ‘19인’으로 늘리는 안건을 지난달 9일 조 신임 위원장 선임과 같이 처리했다. BIFF 측은 22일 오후까지 문화체육관광부에 개정 정관을 올리지 않았다. 문체부 관계자는 “이메일로 정관 개정 관련 내용을 정리한 건 받았지만 정관 개정 건을 따로 공문으로 올리지 않았다”고 밝혔다.
BIFF 관계자는 “이사로서의 임기는 문체부 정관 개정 승인 이후 발효되는 것”이라며 “집행위원장의 효력은 발생했지만, 등기에 올리거나 이사회 의결에는 참여하고 있지 않아서 이사는 아니다. 결정 전에 감사 등 법률 자문을 받은 걸로 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법률 전문가 B 씨는 “같은 날 해당 안건을 먼저 처리해도 주무 부처의 허가를 받지 않으면 새 정관의 효력은 발생하지 않는다”고 했다. B 씨는 “간단하게 생각하면 된다”며 “국회의원 총 인원보다 많은 숫자를 뽑아 놓고 나중에 법을 개정한다는 건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당연직 이사는 이사회 결의와 임시총회 승인이 되면 즉시 이사의 권한을 갖는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법률 전문가 C 씨는 “(조 신임 위원장을) 등기 이사에 아직 올리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건 말이 안 된다”며 “등기는 제 3자를 보호하기 위한 수단이라 실질적인 반박 근거가 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법률 전문가 D 씨도 “등기 유무는 내부 이사 자격과는 상관없다”면서도 “BIFF 측이 주장하는 ‘이사회 의결권 행사가 없었다’는 점은 재판부에서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다를 것”이라고 했다.
운영위원장직 신설과 이원화가 꼭 필요했다면 신설 명분인 조직관리·예산 전문가여야 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영화계 관계자 E 씨는 “해외 영화제에서 공동 집행위원장을 선임하면서 위촉한 영화 인사들은 각 영화제에서 해당 업무 적임자로 평가받던 인물들”이라며 “이번 사태를 해외 사례에 빗대는 건 옳지 않다. (조 신임 위원장이) 조직관리, 예산 관련 전문가가 아닌 점 자체가 결격 사유가 될 수도 있다”고 봤다.
BIFF 사태는 지난달 9일 신설한 ‘공동 위원장’에 이 이사장 최측근인 조 위원장이 임명되면서 촉발됐다. 석연찮은 인사에 반발한 허문영 전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11일 사표를 내고 BIFF를 떠났다. 조 위원장 임명으로 영화제 사유화 논란에 휩싸인 이 이사장은 결국 지난달 15일 사태를 수습한 후 퇴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사회는 조 위원장에 거취를 표명할 것을 요청했으나, 조 위원장은 별다른 의사를 표하지 않았다. 이사회는 오는 26일 임시 총회에 조 신임 위원장 해촉 안건을 올리기로 했다.
BIFF 내홍이 계속되면서 영화계의 반발도 높아지고 있다. 해외 주요 영화제 수상작 등을 배급하는 영화수입배급사협회는 22일 오전 성명을 내고 “부산국제영화제 사태의 책임이 이용관 이사장에게 있다는 영화계 대다수의 의견과 지적에 동의한다”며 “이용관 이사장이 결정해야 하고, 미련 없이 모든 것을 내려놓기 바란다”고 했다. 이들은 이어 “영화 몇 편 못 튼다고 영화제 못하는 거 아니지 않느냐는 조종국 신임 운영위원장의 발언도 걱정된다”면서 “영화계가 더 이상 분열되지 않도록 (이 이사장이) 용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