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제작 ‘창작’ 뮤지컬이란 점이 출연 결심하게 만들었어요!”
‘야구왕, 마린스!’ 김수로 단독 인터뷰
실력 검증된 ‘명품’ 아역배우 실력 감탄
SM 소속이면서 별도 제작사 꾸려 눈길
‘마동석 영화’ 찍듯 연기하려고 공연 제작
연극학교 프로젝트·‘궁립’극단 깜짝 발표
60대 이후에도 사랑 받으려면 노력해야
“지금까지 45편의 영화를 찍으면서 부산서도 꽤 촬영했는데, 전폭적인 로케이션 지원 등 부산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입니다. ‘야구왕, 마린스!’ 출연 결정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은데 제작사인 라이브(주) 강병원 대표에 대한 신뢰감이 50%, 가족 뮤지컬의 성장 가능성을 보고 싶은 마음 20%, 그리고 부산에서 제작·공연되는 작품이라는 이유가 30%를 차지합니다. 강성진(배우)도 제가 끌어들였습니다.”
지난 23일 오전 서울 중구 경향아트힐에서 열린 뮤지컬 ‘야구왕, 마린스!’ 제작 발표회가 끝나고 단독으로 만난 해설자 역의 김수로(53) 배우는 이번 작품에 출연을 결심한 이유를 이렇게 밝혔다.
김수로는 4년 전 영국 13부 리그 축구팀 ‘첼시 로버스 FC’를 사서 구단주가 되었다가 최근 사임하는 등 평소 축구를 무척 좋아하는 걸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축구 뮤지컬이 아니잖아요?”라고 했더니 그는 “작품적으로 봤을 땐 축구는 정말 쉽지 않겠다 싶었다”면서 “야구보다 축구를 더 좋아할 뿐이지만, 새로운 창작 뮤지컬이 나온다는 건 박수를 쳐 줄 만하다”로 응수했다. 4년 만에 축구단 운영을 그만두게 된 것도 영국 런던을 오가는 시간이 부족한 데다 자신이 설립, 운영 중인 공연 회사를 키우는 데 더 매진하고 싶어서란다.
‘야구왕, 마린스!’엔 아역배우들이 많이 나오는데 성인 연기자로서 함께 작업하는 게 힘들지 않으냐고도 물었다. 그러자 김수로는 “아역배우들과 연기하는 것도 처음이지만 요즘 아이들이 이렇게 뛰어난 재능을 가졌는지 미처 몰랐다”며 “대한민국이야말로 정말 인재의 나라구나 싶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실제로도 이번 작품에 출연하는 아역배우들은 이미 ‘마틸다’니 ‘빌리 엘리어트’ ‘베토벤’ 같은 검증받은 작품에 출연한 경력이 있는 아역들이어서 그런지 실력이 남달랐다”고 감탄했다.
이어 김수로는 앙상블 등 성인 배우들의 열정에 대해서도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실제 그와 1시간 남짓 이야기를 나누면서 가장 깊은 인상을 받은 대목은 ‘로컬’과 ‘창작 뮤지컬’, 그리고 후배 배우들에 대한 남다른 관심과 애정이었다.
“이번 작품이 정말 잘 돼서 전국의 시·군에서도 창작 뮤지컬이나 연극이 무대에 오른다면 지금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배우들을 분산시키는, 고용 창출의 효과도 있을 겁니다. 지역 아티스트, 지역 창작물이 살아나는 건 좋은 거잖아요. 굳이 서울에 오지 않더라도 지역에서도 꿈을 키워 나갈 수 있고요. 그들이 설 수 있는 무대가 정말 많아져 창작 활동의 기회가 계속 주어지면 좋겠다는 기대 심리도 있어요.”
김수로는 국내 굴지의 (주)에스엠컬처앤콘텐츠(약칭 SM C&C) 소속 배우면서 자신이 대표 겸 프로듀서로 있는 (주)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를 별도로 꾸리고 있다.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는 뮤지컬 ‘인터뷰’ ‘랭보’ ‘원스어폰어타임 인 해운대’ ‘박열’ 등 창작 뮤지컬은 물론, 연극 ‘밑바닥에서’ ‘돌아온다’ ‘정의의 사람들’ 등 고전 연극도 기획·제작하면서 문화의 지평을 넓히고 있다.
“그전에 계약할 때부터 이수만 선생님 허락을 받았어요. 재미난 구조를 만들고 싶었거든요. 2016년 설립한 더블케이엔터테인먼트는 공연 제작과 매니지먼트가 목적인 회사입니다. 원래는 김민종 배우랑 함께 시작해 ‘더블 K’였는데 지금은 저 혼자 하고 있고, ‘킹 오브 코리아’란 의미로 바꿔서 한국 공연 업계의 최고가 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또한 2014년부터 매년 오디션을 거쳐 선발된 예비 배우들에게 무대에 설 기회를 제공하고자 기획된 문화 나눔 프로젝트인 ‘더블케이 연극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 10기생 오디션을 진행 중이다. 그동안 배출한 인원만 해도 200여 명에 이른다. 그는 연극학교 졸업생들로 꾸린 ‘궁(窮)립극단’을 운영 중이라고 ‘깜짝’ 발표했다.
“국립극단을 보면 너무나 속상해요. 어떻게 ‘국립’단원들을 시즌제로 운영한단 말입니까. 국립극단을 능가하고 싶은 마음에 궁립극단 연출자를 모시는 데도 엄청나게 공을 들입니다. 현재 10 작품 미만 공연을 한 단원들은 ‘궁핍의 궁(窮)’ 단계인데 연기도, 급여도 궁핍합니다. 대부분 이 단계입니다. 그다음 10~30 작품을 한 단원은 조금은 안정적인 ‘집 궁(宮)’ 단계로 들어가는데 7~8명이 해당됩니다. 30 작품 이상 공연한 최고 등급인 ‘하늘 궁(穹)’은 저와 강성진을 포함해 4명이 해당합니다.” 그러면서 김수로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지만, 1년 열두 달을 생각해 연극학교도 12기까진 어떻게든 끌고 가면서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스포츠(축구) 애호가, 연극·뮤지컬 배우 겸 프로듀서, 방송인 등 ‘팔방미인’ 김수로이지만 궁극적으로는 배우에 대한 열망이 가장 큰 듯했다.
“제작자, 프로듀서, 대표 등 여러 이름이 있지만 저는 배우입니다. 알고 보면 배우를 끝까지 하려고 제작도 하는 거고요. 마동석하고 똑같다고 보면 됩니다. 마동석은 자기가 하고 싶은 영화를 직접 만드는 거고,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연극을 하는 거고요. 출연하고 싶어서요. 마동석이 어느 날 그러더군요. 형, 하고 싶은 것 만들면 되잖아. 왜 남한테 의존하느냐고요. 더 중요한 것은 60대에 제가 생각하는 연기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김수로의 야심 찬 계획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정년이 없는 배우가 장점도 되지만, 그만큼 불안정할 수 있어 그에 대한 대비도 철저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1월 1일 아내한테도 선포했어요. 당분간 무대에 충실하면서 제 회사를 키우겠다고. 적어도 2~3년간 매출이 떨어질 거라고 이야기하면서 60 이후의 삶을 준비해야 할 것 같다고요. 저는 운이 좋아서 40~50대에 이미 과분한 사랑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60대에도 이전과 같은 사랑을 받으려면 그 이전보다 몇십 배는 더 노력해야 할 겁니다. 그런 배우가 되기 위해 저를 계속 트레이닝해야 하는 거고요.”
당장은 내달로 다가온 ‘야구왕, 마린스!’에 대한 애정과 관심을 당부했다.
“내달 5일이 이번 작품 개막일이자 저도 첫 공연인데요. 너무나 궁금합니다. 작품이 어떻게 나올지 말입니다. 창작의 고통이라는 게 만들어 본 사람만이 아니까요. 부산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을 부탁드리면서 이번에 잘 돼 서울에서도 꼭 공연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