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 달간 방치됐던 새마을금고, 예견된 사태였다
3월 연체율 급등 '위기설' 방관해
정부·금고, 사태 확산하자 '뒷북 대응'
정부, 모니터링 강화 비상계획 준비
금고, 고객 면담 등 비상 대응 체제
소비자 불안감 여전 "어떻게 믿냐"
위기설로 불거진 새마을금고 사태와 관련해 정부가 불안심리 확산을 막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나섰다. 범정부 대응단을 구성함과 동시에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직접 새마을금고에 돈을 맡기는 등 이번 사태가 자칫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에 이어 전체 금융권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에도 금융 소비자들은 여전히 큰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정부가 연초부터 제기돼 왔던 위기설을 방관하다 뒤늦게 수습에 나섰기 때문이다. 부실이 커지는데도 수신 잔액이나 연체율 등 건전성 지표를 제때 공개하지 않았던 새마을금고에 대한 책임론도 커지고 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행정안전부·기획재정부·한국은행 등과 함께 위기관리 컨트롤타워인 범정부대응단을 구성해 새마을금고의 예수금 동향을 실시간 모니터링하고 있다. 정부는 새마을금고 예수금이 급격히 빠져나가는 뱅크런 현상이 발생할 경우 예금자들을 보호할 ‘컨틴전시 플랜(비상계획)’과 정부 차입 등의 대비 수단도 준비하고 있다.
비상계획은 80조 원에 달하는 새마을금고중앙회의 지급 여력을 바탕으로 설계됐다. 1294개 개별 금고의 수신 잔액이 2000억 원인 만큼 400개 금고가 무너져도 감당할 수 있다. 지급 여력이 부족할 경우 정부가 차입을 통해 지원하기로 했다. 한마디로 정부가 새마을금고에 예치된 국민의 돈을 보증하고 나선 셈이다.
정부는 시장 불안감 확산 방지를 위해 연일 강력한 안정 신호도 보내고 있다. 일부 부실 새마을금고에서 발생하는 뱅크런 자칫 새마을금고 전체는 물론 금융권으로 확산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 때문이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지난 7일 기자간담회에서 “불안심리로 인한 과도한 자금 유출만 없다면 건전성에는 문제가 없다”며 새마을금고를 방문해 6000만 원을 예금했다.
새마을금고의 예금자보호한도(5000만 원)를 넘는 금액을 예금해 국민의 불안 심리를 달래기 위한 의도다. 새마을금고도 고객 불안감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새마을금고중앙회는 개별 새마을금고에 주말 비상 대응 체계 가동을 지시했다. 이에 새마을금고 임직원들은 만기 해지 이용자와 고액 예치 이용자 등을 대상으로 면담을 진행하고 우려를 진정해 줄 것을 당부했다. 새마을금고 중앙회는 관련 공문에서 “회원들의 불안감에 따른 자금 인출은 연일 지속되고 있다”며 “주말(8~9일)이 사태 진정의 분수령”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금융소비자들의 불안감은 여전한 모습이다. 정부와 새마을금고가 건전성을 강조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 이후 연체율 수준이나 예수금 동향 등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신협·농협·수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은 금감원으로부터 수시로 자료 제출 요구를 받고 문제가 있으면 고강도 검사를 받는다. 하지만 새마을금고는 대체로 중앙회의 자체 감독만을 받는데 연체율이나 수신 잔액 같은 기본적 정보조차 제대로 공개하지 않아 ‘주먹구구식’ 경영이라는 비판이 줄곧 제기돼 왔다.
금융위원장도 연체율 급등으로 불거진 현 사태 해결 방식을 묻는 질문에 “새마을금고만 연체율이 오르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관리 여부와 손실흡수 능력, 향후 대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며 모호한 답을 내놨다.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지난달 29일 기준 6.18%로 일반 시중은행의 20배에 달한다. 수신 잔액 역시 4월 말 기준 258조 원으로 두 달 새 7조 원이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새마을금고 지점에는 여전히 해약과 관련한 문의가 증가하고 있다. 또 행정안전부 차관이 국민 불안을 잠재우겠다며 직접 방문한 새마을금고 지점에서는 예금을 중도 해지하기 위해 찾아온 중년 여성을 만류하기 위해 금고 이사장이 각서까지 쓰며 만류하는 상황까지 연출 됐다. 인터넷 재테크 카페 등에는 자신이 예금한 새마을금고 건전성이 괜찮을지를 묻거나 불안해서 돈을 결국 인출했다는 글도 지속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정부와 새마을금고가 지난 3월 말 이미 연체율이 급등한 상황을 방치하다가 뒤늦게 수습에 나섰다는 ‘뒷북 대응’이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3월 말 기준 새마을금고의 연체율은 5.34%로 다른 상호금융(2.42%)의 배가 넘었다. 하지만 정부와 새마을금고는 관리 가능한 수준임을 강조하며 이를 방관해왔고, 결국 4개월이 지난 이 시점에 문제는 곪아터지게 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시장의 위기 신호를 줄곧 무시하다 사태가 심각해지자 뒷북 대응에 나서는 정부와 새마을금고를 국민들이 믿을 수 있겠냐”고 꼬집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