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학장천 산책로, 기습 폭우 사고 20분 지나서야 통제
하천 변 산책로 ‘수위’ 기준 없어
수면 급격히 높아지자 속수무책
사상구 “기상 통보도 늦어” 변명
호우특보가 내려진 지난 11일 부산 사상구 학장천에서 3명이 고립되고 60대 1명이 실종된 사건(부산일보 7월 12일 자 10면 보도)과 관련해, 구청의 산책로 진입 통제가 사고 약 20분 뒤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호우가 쏟아지면 하천변 산책로가 침수되기 일쑤인데, 명확한 통제 기준도 없는데다 구청이 뒤늦게 기상 특보를 접하는 등 기습 폭우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는 지적이다.
12일 부산 사상구청과 부산시 등에 따르면, 학장천 산책로는 지난 11일 오후 3시 52분 출입이 통제됐다. 이날 오후 3시 24분 70대 남성이 불어난 학장천에 고립되고, 이어 10분 뒤인 3시 34분 60대 여성 2명이 물에 빠져 소방당국이 구조에 나서는 등 불어난 하천에서 크고 작은 피해가 벌어진 지 20분 가까이 지난 시점이었다. 부산시 도시침수 통합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산책로가 통제됐을 당시 학장천의 학장교 지점 수위는 이미 2.13m였다.
사상구청은 기상상황을 늦게 통보받아 출입 통제도 늦었다는 해명을 내놨다.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기 전부터 통제가 이뤄진 해운대구 춘천, 금정구 온천천 등을 고려하면 ‘통보를 늦게 받았다’는 해명을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구청 관계자는 “3시 30분 호우주의보가 내려지고, 38분쯤 기상 상황이 통보됐다. 호우경보도 내려진지 4~5분가량 지나 전달됐다”며 “짧은 시간에 비가 많이 오면서 대처가 아쉬웠던 부분이 있다”고 밝혔다.
구청의 늑장 대응, 기습 폭우에 급격하게 불어난 물, 하천변 산책로에 대한 명확한 출입 통제기준 부재 등이 겹쳐지며 사고를 불렀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당시 학장천의 하천수위를 살펴보면, 학장천은 11일 오전부터 오후 3시까지 최고 0.18m 수위를 유지했는데, 호우주의보가 내려진 오후 3시 30분 1.14m로 상승했다. 이어 오후 3시 40분 호우경보가 내려진 시점부터 1.9m를 돌파해 오후 4시 20분께 2.19m까지 상승했다. 학장천에는 하천수위를 관측하는 수위계가 설치돼있지만, 실제 출입 통제에 활용이 되지 않는 데이터 축적용 장치였다. 하천변 산책로 통제 기준도 별다른 수위 기록보다는 육안 등으로 확인되는 현장 상황에 의존한다.
11일 부산 주요 하천인 온천천 산책로 진입이 통제될 때도, 각 구청이 통제를 결정한 시각과 당시 하천 수위는 제각각이었다. 금정구가 온천천 산책로 출입을 통제한 오후 3시 20분 장전동역 인근 수위는 0.75m, 대부교 인근 수위는 1.202m였다. 동래구청은 오후 3시 30분께 산책로 출입을 통제했는데, 당시 중앙여고 인근은 수위가 1.43m, 연안교 인근은 2.36m에 달했다.
동래구청 관계자는 “교각 하부도로 쪽에 수위계가 설치돼 있는데, 도로 차단 목적으로 주로 사용하고 산책로에 적용하지는 않는다”며 “기상예보를 보고 사전에 차단하기도 하지만 실제 기상상황이 다를 수 있어서 상황의 경중에 따라 조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학장천에서 실종된 60대를 찾기 위한 집중 수색은 이어지고 있다. 11일 오후 10시 50분께 학장교 인근에서 실종자의 휴대전화가 발견되기도 했다. 이상근 북부소방서장은 "학장천이 낙동강과 연결돼있어 낙동강과 다대포해수욕장까지 해경과 합동으로 수색하고 있다. 낙동강 합류 지점 직전 350m 부분 복개천도 집중적으로 수색 중이다"며 "대원들의 안전에 유의하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