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권보호위 개최 의무화… ‘교권 침해’ 시교육청 직접 대응”
부산시교육청 교권보호 대책
법률단 지원 통해 소송 부담 완화
피해 교원 ‘직접 신고제도’ 도입
악성 민원 담당할 전담팀도 구성
정부, 침해 사실 생기부 기재 추진
내달 ‘생활지도 가이드라인’ 마련
윤 대통령, 불합리 조례 개정 지시
앞으로 부산에서 교권 침해 사건이 발생하면 교원 보호 절차인 교권보호위원회 개최가 의무화된다. 피해 교원이 부산시교육청에 교권 침해 사실을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제도도 마련된다. 부산에서 교사가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하는 등(부산일보 7월 24일 자 2면 보도) 교권 침해 문제가 사회적 공분을 산 데 따른 대책이다. 또한 교육부는 생활기록부에 교권 침해 내용을 기록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하윤수 부산시교육감은 24일 기자회견을 열어 ‘교육활동 보호 개선 대책’을 발표했다. 대책의 핵심은 '지금까지는 교원, 학교에게 교권 침해 대응을 맡겼지만 앞으로는 시교육청이 직접 대응한다'는 것이다. 시교육청은 교육활동 침해 사안이 발생하면 교원 의사와 상관없이 학교 교권보호위원회를 의무적으로 개최하기로 했다. 교권보호위원회가 실질적으로 기능하게 하고, ‘교권을 침해하면 위원회가 조건 없이 열린다’는 강한 메시지를 보내 교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다.
일선 교사들이 학교장과의 관계, 아동학대 고발 우려 등을 이유로 교권보호위원회 개최를 꺼리는 만큼 교사가 교권 침해 사안에 직접 대응하지 않고 법률지원단의 지원을 통해 피해 교사의 부담을 더는 방안도 추진된다. 지원단은 초기 상담, 검찰·경찰 조사 대응, 교권보호위원회 대리 출석, 소송 등을 수행한다. 또한 피해 교원이 학교장을 거치지 않고 시교육청에 직접 신고할 수 있게 된다. 시교육청은 법률 지원을 위해 현재 26명인 지원단 변호사를 50명까지 확대하고, 사안별로 최대 1000만 원까지 수임료를 지원할 계획이다.
교권을 위협하는 일상의 악성 민원에는 시교육청, 교육지원청 전담팀을 구성해 대응한다. 다음 달 중 부산지역 전체 교원을 대상으로 교육활동 침해 전수 조사를 진행한다. 올해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린 교권 침해 사례는 68건인데, 시교육청은 교권보호위원회가 열리지 않은 교권 침해가 학교 현장 곳곳에 더 있다고 본다.
하 교육감은 “시교육청은 교권 침해와 학부모의 아동학대 고발이 동시에 진행되는 사안 등 개별 학교 사안을 인지하고 있다”며 “교사가 외롭게 혼자 대처하지 않도록 시교육청이 교권 침해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교권 침해 대응과 함께 피해 교원 지원도 확대한다. 교권보호위원회 이전이라도 피해 교원에게 치료비를 지원하고 최대 100만 원으로 돼 있는 지원 금액도 최대 200만 원으로 늘린다. 또한 피해 교원이 해당 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이어나가길 원치 않으면 긴급 전보 등도 돕는다.
한편 교육부는 교사의 정당한 교육활동과 생활지도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을 다음 달까지 마련하기로 했다. 학생인권조례가 담은 차별 금지 조항이나 사생활 침해 금지 조항을 일부 제한해 교사의 교육활동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국회와 협의해 중대한 교권 침해 처분을 학교생활기록부(생기부)에 기재할 수 있도록 법 개정도 추진한다.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교권 확립을 위한 제도를 개선하고 실행력을 담보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며 “일선 학교 교사들의 생활지도 범위와 방식 등 기준 등을 담은 고시안을 다음 달 중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윤석열 대통령은 24일 교권 강화를 위한 교육부 고시 제정과 자치조례 개정 추진을 지시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정부가 교권 강화를 위해 국정과제로 채택해 추진한 초중등교육법 및 시행령 개정이 최근 마무리된 만큼 일선 현장의 구체적 가이드라인인 교육부 고시를 신속히 마련하라”고 밝혔다. 이어 “당,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교권을 침해하는 불합리한 자치조례 개정도 병행 추진하라”고 주문했다.
교육부는 지난해 12월과 지난 6월 각각 초중등교육법과 시행령을 개정해 교원의 생활지도권을 명시했는데, 이와 관련된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구체적인 생활지도 범위를 담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학생인권조례가 포괄적으로 ‘차별 금지’ 또는 ‘사생활 침해 금지’를 규정하고 있어 교사의 교육활동이 차별이나 사생활 침해로 몰리는 경우가 많은데, 고시를 통해 이를 보완하겠다는 입장이다. 교육부는 이를 위해 국회에 계류된 관련법 개정안이 통과될 수 있도록 국회와 협의할 방침이다. 교육부는 또한 시도교육청 등과 협의해 학부모와 교원 간 합리적인 소통 기준도 마련할 계획이다. 부산의 경우 학생인권조례가 없지만 생활지도권이 구체화되면 일선 교사들의 교육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김준용 기자 jundragon@busan.com ,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