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두 수입 통로 넘어 ‘커피 종합 산업도시’로 키워야['커피 음용 140년' 부산, 커피 허브로] 4.
['커피 음용 140년' 부산, 커피 허브로] 4. 앤트워프항에서 배우는 부산
세계 최대 커피 허브항으로 각광
유럽 남북 어디든 물류 이동 용이
기온·습도 안정적… 보관 최적화
유통업체 창고 두고 사업도 활발
부산, 벨기에 앤트워프항 모델 삼아
수입·가공·수출 이어지는 도시 만들어야
벨기에 앤트워프항은 유럽 최대 커피 허브항이다. 아프리카와 중남미 같은 커피 산지에서 재배한 생두는 앤트워프항을 통해 들어와 유럽 전역에 유통된다. 벨기에는 올해 기준 인구 1168만 명의 작은 국가지만, 앤트워프항은 약 7억 4000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는 유럽 전역 커피 소비를 책임지는 곳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럽 커피 허브, 앤트워프 가 보니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서 기차로 1시간가량 달리니 벨기에 제2의 도시 앤트워프에 도착했다. 한국 제2의 도시 부산과 닮은 꼴이다. 앤트워프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커피 항구로 잘 알려져 있다. 벨기에에서 가장 큰 커피 전문 물류 회사인 몰렌버그나티가 앤트워프항에 보관하고 있는 커피 양만 해도 40만t에 달한다. 약 430억 잔의 커피를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양이다.
앤트워프항이 유럽 최대 커피 허브항으로 떠오른 데는 지리적 이점과 유리한 기후가 한몫했다. 북유럽과 남유럽 어디에든 물류 이동이 용이한 곳에 위치해 있다. 네덜란드나 독일 항구보다 특히 앤트워프항은 남유럽에 커피를 유통시키지 좋은 곳에 있다. 또 기후 특성상 기온이나 습도가 갑자기 변하지 않아서 커피 보관에 최적의 장소로 꼽힌다.
오래된 커피 역사도 자랑한다. 벨기에 건국보다 먼저 커피회사가 생겼을 정도다. 벨기에 앤트워프의 커피 종합 컨설팅 회사 ‘크롭스터’의 이사 버슈러건 프로젝트 매니저는 “앤트워프는 커피 문화가 일찍부터 발달했고 ‘코페루스 커피’, ‘카페네이션’, ‘러시 러시’ 등 개성 있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 카페를 앤트워프 시내 어디서나 만나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코페루스 커피’ 글렌 드 로크 대표는 “앤트워프항과 시내가 2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아서 손쉽게 커핑(커피 맛 감별)을 하러 가고 커피 구매 역시 유럽 어느 곳보다 쉽다. 그만큼 개성 있는 커피 회사가 많다”면서 “벨기에에도 스타벅스 같은 글로벌 커피 브랜드가 진출해 있지만 그 수가 많지 않고 대부분의 시민이 지역 카페를 즐겨 찾는다”고 덧붙였다.
부산항 역시 한국 생두 소비량의 90% 이상이 유통되는 항구로 앤트워프항과 비슷하다. 다만 부산은 생두의 유통 경로에 불과하지만, 앤트워프에는 몰렌버그나티를 비롯해 볼레스, 파코리니 등 커피 전문 유통회사가 창고를 두고, 커피 유통 비즈니스가 활발히 일어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부산 아시아 커피 허브 되려면
한국의 커피산업은 소비 영역이 가장 강조돼 있다. 저렴한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부터 스페셜티 커피를 전문적으로 취급하는 로스터리 카페가 성업 중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커피산업은 소비뿐만 아니라 생산부터 가공, 물류, 제조업까지 모두 포함된 종합 산업으로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커피의 생산과 소비, 이를 위한 제조업까지 종합적으로 발달한 이탈리아, 유럽 최대 커피 유통항이라는 지리적 이점을 가진 벨기에처럼 부산은 커피산업이 더 발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는 도시다.
한국 커피 허브항인 부산항을 앞으로 아시아 최대 커피 허브항으로 전략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경기도 성남에 본사를 둔 커피 수입·유통회사 블레스빈 이신호 대표는 “아프리카, 남미 등 커피 산지에서 수입한 생두를 부산항을 통해 수입한 뒤 통관을 거치면 경기도 이천 물류창고에서 보관하다 전국에 유통하고 있다”면서 “부산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물류비용이 매년 늘어나고 있어서, 정부나 부산시가 부산 커피산업 지원책을 내놓는다면 부산으로 본사 이전도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단순히 한국 내수 시장만 볼 것이 아니라 부산항에서 수입한 생두를 부산항 인근에서 가공하고 수출할 수 있도록 범정부 차원의 정책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탈리아 ‘커피 수도’ 트리에스테, 벨기에 앤트워프를 모델로 삼아 부산에서 커피를 수입해서 가공하고 수출까지 이어질 수 있도록, 부산을 커피 소비도시가 아닌 커피 종합 산업도시로 키워 나가야 한다는 지적이다.
SCA(스페셜티 커피 협회) 야니스 아포스톨로풀로스 대표는 “내년 5월 ‘월드 오브 커피 아시아’ 부산 개최를 계기로 부산 커피 커뮤니티가 성장하기를 기대한다”며 “아시아에서 처음 열리는 행사인 만큼 행사 이후 부산 커피산업이 한 단계 더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부산시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끝-
앤트워프(벨기에)/글·사진=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