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증막 산업현장을 대하는 기업들의 천차만별 생존전략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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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컨·선풍기도 소용없는 현장
제빙기까지 도입해 얼음물 보충
수시로 ‘수박화채 간식타임’
집단 휴가·점심시간 연장하기도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3일 수리조선소인 부산 사하구 구평동 포코엔지니어링의 직원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제빙기에서 얼음을 퍼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연일 계속되는 폭염 속에 3일 수리조선소인 부산 사하구 구평동 포코엔지니어링의 직원들이 더위를 식히기 위해 제빙기에서 얼음을 퍼담고 있다. 정대현 기자 jhyun@

장마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 찾아온 역대급 폭염에 산업계의 대응도 천차만별이다. 이동식 에어컨과 선풍기를 동원해도 “차라리 야외가 더 시원하다”고 할 정도의 산업 현장에는 언제든 사용할 수 있는 제빙기가 도입됐고, 수시로 ‘수박화채 간식 타임’을 갖는 기업도 있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온열질환 위험이 큰 제조 현장을 위주로 다양한 폭염 대책을 실시하고 있다. 선박을 수리하고, 선박 안전을 점검하는 수리조선소의 경우, 폭염 대비를 위해 지난해 처음으로 제빙기를 도입했다. 최근 몇 년 사이 무더위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이다.

부산 사하구 포코엔지니어링 김귀동 대표는 “수리 조선업의 특성상 공장이 커서 에어컨을 설치해도 큰 의미가 없다. 이동식 에어컨과 선풍기로 버텨왔는데 한계에 다다랐다”며 “작업자가 더위를 식히면서 일할 수 있도록 제빙기를 설치해 언제든 얼음물을 마실 수 있도록 했다. 최근에는 폭염이 심각해서 상시로 휴식하면서 작업하고 있다”고 전했다.

수시로 용접기를 사용해 도금 작업을 하는 표면처리 기업이나 기계류를 생산하는 부산 제조기업 현장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강서구 녹산산업단지에 위치한 한 표면처리 기업 관계자는 “아이스 커피, 얼음 생수, 수박화채를 다 같이 먹는 쉬는 시간을 하루에 1~2번 정도 일부러 만들었다”면서 “작업 특성상 현장의 기본 온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 폭염까지 더해지니 갈수록 견디기가 어렵다”고 혀를 찼다.

대형 조선업계도 비슷한 상황이다. HJ중공업은 지난 1일부터 집단 휴가에 들어갔다. HJ중공업 관계자는 “8월 초가 가장 덥다 보니 매년 이 시기 필수 인원만 빼고 집단 휴가를 간다”며 “올해는 창립기념일과 광복절 휴일까지 이어져 2주 정도로 휴가가 길어졌다”고 설명했다.

한화오션은 현장 근무 생산직을 대상으로 정오 기준 기온이 28도 이상이면 점심 휴식 시간을 30분 연장하고, 31.5도 이상이면 1시간 연장하고 있다. 삼성중공업도 일정 기온이 넘으면 30분 혹은 한 시간씩 휴식 시간을 연장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은 이달 말까지 온도와 관계없이 생산 부서 점심시간을 30분씩 연장하고, 이 기간 외에도 기온이 28도 이상이면 점심시간을 20분 연장한다고 밝혔다. 포스코는 아예 ‘현장 실측 체감온도’를 반영해 폭염 위험을 3단계로 나누고, 단계별 작업 시간과 휴식 시간을 정했다.

건설업계의 경우 야외 작업이 많다 보니 ‘물·그늘·휴식’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HDC현대산업개발은 ‘HDC고드름 캠페인’을 진행하는데, 현장 내 모든 근로자가 제빙기, 에어컨, 냉동고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대규모 공장을 운영하는 정유와 석유화학 업계도 사정은 비슷하다. GS칼텍스는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식염 포도당을 상시 제공하고, HD현대오일뱅크는 현장에 그늘막 쉼터와 얼음 냉동고를 설치했다.

시민에게 ‘무더위 쉼터’를 제공하는 기업도 나왔다. BNK부산은행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부활한 ‘무더위 쉼터’를 전국 150개 영업점에서 오는 31일까지 운영한다. 영업점에 냉장고, 아이스박스를 구비하고 생수와 음료수 등을 무료로 제공한다. 은행 거래 여부와 관계없이 이용할 수 있다.

반면, 무더위로 특수를 누리는 곳도 있다. 대형 실내공간이 마련된 백화점이나 대형마트, 복합쇼핑몰을 찾는 사람이 늘어나면서 유통업체 매출은 크게 늘었다. 당장 지난 주말(7월 29~30일)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의 방문객 수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0%, 15% 증가했다. 아이를 동반한 가족 단위 고객이 늘면서 이 기간 키즈 상품군 매출은 롯데백화점과 롯데아울렛에서 모두 20%씩 증가했다.


민지형 기자 oasis@busan.com , 조영미 기자 mia3@busan.com ,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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