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노인 주거 복지 ‘부익부 빈익빈’ 방치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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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호화 실버타운 등 공급 활발
오시리아·마린시티 등에 줄줄이
공공실버주택 사업 8년째 공회전
집수리 수준 외 관련 예산도 미미
다양한 주거 지원 모델 정책 실종

지난 9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마을공동휴게실에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지난 9일 부산 부산진구 개금3동 마을공동휴게실에서 어르신들이 삼삼오오 모여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재찬 기자 chan@

전국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부산이 고령층을 위한 주거 복지에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어 극단적인 ‘노인 주거 양극화’ 후폭풍을 겪게 될 것이라는 비판이 거세다.

노인 주거 격차로 인한 사회 갈등이 더 악화하기 전에 다양한 노년층의 수요에 맞는 주거 모델을 발굴하고, 새로운 공공 주거 정책을 도입해 주거 격차를 최소화하는 적극적인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고령화 흐름에 맞춰 이른바 ‘파워 실버’를 겨냥한 최고급 실버타운이 새로운 트렌드로 급부상하면서 주목 받고 있다. 부산에서도 최근 기장군 오시리아 관광단지, 해운대구 마린시티 알짜 부지 등에서 민간 건설사가 공급하는 고급 노인주거단지 계획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처럼 극소수 부유층이 살 수 있는 실버타운 시장이 형성되고 있지만, 중산층 이하 대다수 노년층을 위한 부산시의 공공 노인주거 정책은 제자리에 머물고 있다.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2016년 세계보건기구 고령친화도시가 된 부산시가 추진하는 주거 복지 정책에는 ‘노인’을 위한 대책이 빠져 있다. 시에서 추진 중인 대표적인 노인 주거 정책 사업인 ‘공공실버주택’은 주민 반발로 8년째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는 2016년 국토교통부 시범사업에 선정돼 공공실버주택 건립을 위한 국비 50억 여원을 지원받았다. 같은 해 사업 부지를 최종 선정하고 사업승인까지 받았으나, 주민 반발에 부딪혀 현재까지도 이렇다 할 진척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부산시 관할 부서와 주거복지센터에서 추진하는 주거 복지 사업도 노인계층만을 위한 대책은 없다. 현재 진행하는 사업은 집수리 등 단순한 주거 환경 개선 사업에 그친다.

‘특별시·광역시 노인 1만 명당 노인주거복지시설 세대수’를 보아도 서울이 17.9 세대, 대전 22.1세대, 인천 15.7세대, 대구 11세대인 데 비해 부산은 8.5세대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양로시설을 제외하면 중산층 이하 노인을 위한 주거복지 시설은 사실상 전무한 수준이다.

노인 주거 정책을 위한 부산시 예산이 전혀 편성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부산시는 “향후 수립될 고령화 관련 기본계획 등에 맞춰 예산과 담당 인력, 노인 주거 정책을 보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지만, 대도시권에서 초고령사회로 가장 먼저 진입한 부산시가 노인 주거 정책을 방치한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노인 주거 정책을 대하는 사고 방식과 부족한 의지를 부산시의 가장 큰 문제로 지목한다. 노인 주거 정책 방향이 공공임대주택 등 저소득 계층에 우선 초점을 맞추는 과거형 지원책에서 벗어나 다양한 노인 주거 지원 모델을 발굴하고 시행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부산의 한 사회복지 전문가는 “현재 5060세대가 7080이 되면 더욱 다양한 주거 문제가 파생될 수 있는 만큼 부산의 노인 계층 전반을 아우를 수 있는 체계적인 공공 주거 정책을 수립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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