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 구속 대비 ‘플랜B’ 놓고 민주 계파 갈등 본격화
친명계 ‘이재명 지키기’ 방침 고수
퇴진 시나리오 거부 가능성 높아
비명 “옥중 공천으로 권력 유지” 의심
‘질서 있는 퇴진’ 불가능 우려 커져
민주 “9월 회기 전 영장 청구해야”
찬성표 다수 땐 장악력 붕괴 위기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재명 대표의 ‘거취’를 둘러싼 갈등이 깊어졌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영장 청구가 조만간 이뤄질 가능성이 커진 탓이다. 당내에선 이 대표의 ‘퇴진 시나리오’를 말하는 ‘플랜 B’에 대한 언급이 늘었다. 친명(친이재명)계에선 여전히 ‘이재명 지키기’를 외치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백현동 개발’ 의혹으로 지난 18일 검찰 조사를 받았고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에 대한 소환 조사도 임박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은 이 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조작 수사”로 규정하고 여론전에 나섰다. 민주당의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20일 발표한 입장문에서 “이 대표를 범죄자로 만들겠다는 검찰의 집착 증세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면서 “쌍방울 관련 검찰의 짜맞추기식 선택적 수사가 극에 달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위원회는 “검찰이 김성태의 남북교류협력법 위반 혐의는 뭉개고 있다는 정황이 드러났다”면서 “김성태의 남북교류협력 위반 혐의가 갑자기 증발한 이유가 무엇이냐”고 지적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영장 청구가 임박했다고 보고 9월 정기국회 개원 이전에 영장 청구를 하라고 요구했다.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지난 19일 “검찰은 쓸데없이 공무상 비밀 누설을 그만하고 8월 국회 비회기 중에 신속히 구속영장을 청구하기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다. 회기 중 체포동의안 표결은 반드시 피하겠다는 전략을 드러낸 셈이다.
이 대표가 불체포특권 포기를 선언했음에도 민주당이 체포동의안 표결을 피하려는 움직임을 보이는 데 대해선 친명계의 위기감이 반영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당내 찬성표가 대거 나올 경우 이 대표의 당 장악력 붕괴가 분명한 수치로 드러나게 된다.
친명계는 법원의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이 발부될 가능성이 낮다고 주장한다. 친명계인 박찬대 최고위원은 최근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 인터뷰에서 “(영장 발부 확률은) 5% 미만”이라고 주장했다. 친명계는 이 대표가 구속될 경우에 대비한 ‘플랜B’에 대해서도 이 대표 중심으로 당이 뭉쳐야 한다는 주장을 편다. 박 최고위원은 이와 관련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구속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당대표를 중심으로 결속하느냐’는 질문에 “그것도 가능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친문(친문재인)계로 분류되는 고민정 최고위원도 최근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 대표와 함께 지도부를 구성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플랜B를 고민하고 있다는 건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고 최고위원은 ‘이 대표 체제로 총선을 치른다’는 시나리오에 대해 “당연히 그 각오로 하고 있는 것”이라고 답했다.
친명계 중심의 당 지도부가 ‘이재명 지키기’ 방침을 고수하면서 당내 일각에서 제기됐던 ‘질서 있는 퇴진’이 가능할지에 대한 우려도 커졌다. 김부겸 전 총리, 이낙연 전 대표 등이 ‘플랜B’를 이끌 대안으로 부각됐지만 친명 지도부가 이를 거부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때문에 비명계에선 이 대표가 ‘옥중 공천’ 등의 방식으로 당 장악력을 유지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깊어지는 모습이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