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소유주 죽고 강제경매… 길거리에 나앉게 생겼습니다”
괘법동서도 유사사례 발생
등기 소유주 “나도 피해자”
매매가 하락·유찰 가능성
세입자 보증금 손실 불가피
건물 실소유주가 사망하고, 명의만 내줬다는 법적 소유자는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가 없다고 주장하면서 세입자들이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부산일보 8월 11일 자 10면 보도)에 처한 또다른 건물이 부산 사상구에서 등장했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사상구 괘법동 한 아파트 1개동의 9세대가 올 2월 15일 부산지법 서부지원의 강제경매 개시 결정을 받았다. 개인을 채권자로 한 이번 경매의 청구금액은 3억 1000만 원 상당이다. 아파트는 M 법인이 소유하고 있는데, 일부 호실에는 지난해 2020년 9월 설정된 채권최고액 8억 4000만 원 농협 근저당권이 적용돼있다.
세입자 A 씨는 이 아파트에서 사상구 덕포동 빌라 전세피해 사건과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18일 강제경매가 결정된 덕포동 빌라에서는 세입자들이 집주인이라고 알고 있던 빌라 관리업체 차명 소유자 C 씨가 사망하자, 실제 법적 집주인은 명의만 빌려줬다며 보증금 반환의무가 없다고 주장해 전세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괘법동 아파트는 덕포동 빌라보다 약 5개월 앞서 강제경매가 개시됐는데, 세입자는 덕포동 빌라 사건에서 전월세 계약을 실질적으로 추진해온 C 씨가 이곳 전월세 계약에도 깊게 관여했다고 보고 있다.
2020년 11월 보증금 2억 원을 내고 입주한 A 씨는 계약 당시 C 씨가 차명 소유한 빌라 관리업체 법인의 직원이 나왔고, 등기부등본에 기재된 건물 소유 법인과 사실상 같은 회사라고 이야기했다고 회상했다. A 씨는 “부동산에서도 잘 아는 사람이라고 하고, 다른 아파트 공사도 하고 있으니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해서 계약했다”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전세보증금 2억 원을 돌려받기 위해 연락을 취했지만, 법인 직원이 당시 ‘사장님’이라고 불리던 C 씨가 건강 문제로 당장 결정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달 받았다고 주장했다. C 씨가 사망하고 나서도 기다려달라는 이야기만 들은 터라, 찝찝한 마음에 A 씨가 등기부등본을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경매 개시 사실을 알게 됐다.
세입자들은 경매 개시 이후 배당요구를 하는 등 보증금 보호에 나섰다. A 씨는 전세보증금으로 근저당을 없애면서 입주했고 대항력을 갖춰 1순위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법률 자문을 받았다. 그러나 보증금 대부분을 대출로 마련한데다, 입주 당시보다 낮아진 매매가와 경매 유찰에 따른 낙찰가 하락 가능성을 생각하면, 보증금 일부를 돌려받더라도 “거리에 나앉아야 하는 처지”라고 호소했다.
해당 아파트의 등기상 건물주인 M 법인의 사내이사 D 씨는 “나는 원래 주인이 아니고, 이름을 좀 빌려 달라고 해서 (빌려준) 채권자다”며 “이름도 기간을 정해서 빌려줬는데 기간이 지나도 차일피일 미뤘다. 나도 그 일 때문에 울화통이 터지고, 엄청나게 피해를 본 사람이다”고 말했다.
한편 덕포동 빌라와 괘법동 아파트의 세입자들은 경찰에 고소장을 접수하거나 부산전세피해지원센터에 피해 사례를 접수하고 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