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결 압박에도… 당 장악력 한계 드러낸 ‘이재명 체제’
배신자 색출 열풍 뒤따를 수도
내부 갈등 심해 분당 가능성도
법원 결정에 당 운명도 달라져
구속 땐 사실상 친명 체제 붕괴
영장 기각 땐 극적인 반전 발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이 21일 국회에서 가결돼 민주당이 대혼돈에 빠졌다. 이 대표는 정치인생에서 최대 위기를 맞았고 민주당은 격심한 내부 갈등을 겪게 됐다. 분당 가능성마저 거론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이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과 관련해서 “충격적”이라는 반응이 나온다. 실제로 당 내부에선 표결 직전까지도 부결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많았다. 이 대표의 강성 지지층이 부결 투표 압박에 나섰고 당내 친명(친이재명)계도 부결 당위성을 적극 주장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한 원외 인사는 표결 전 “‘여의도 문법’과 ‘거리의 문법’이 다르지만 결국 민심이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압박은 비명계는 물론 일부 중립 성향 의원들의 강한 반발을 불렀다. 특히 이 대표 지지층이 내년 총선 공천을 무기로 부결 투표를 압박한 데 대해선 거센 반발이 있었다. 이날 표결 직전에는 비명계가 ‘이재명 사퇴’를 체포동의안 부결의 조건으로 내세웠다는 ‘찌라시(소문)’가 돌기도 했다. 민주당의 한 관계자는 “말도 안되는 소설”이라며 “이 대표 지지층에서 내부 결집용으로 흘린 이야기로 본다”고 말했다.
민주당에선 이 대표 체포동의안이 부결되더라도 ‘이재명 체제’는 ‘시한부’라는 분석이 있었다. 민주당 원로인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은 이날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정기국회가 마무리되는 오는 12월이 되면)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됐든 총선 체제로 넘어가는 것”이라며 “그때 가서 (비명계가)일전(을) 불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전 사무총장은 ‘이 대표 체제로 가느냐’는 질문에 “누가 순순히 그리 따라가겠느냐”고 답했다.
이미 흔들리던 ‘이재명 체제’는 21일 체포동의안 가결로 치명타를 입었다는 것이 정치권의 분석이다. 이 대표가 22일간 단식 투쟁을 했고 표결 전 부결을 직접 요청했지만, 이탈 표를 막을 수 없었다는 것은 당 장악력에 한계를 드러낸 증거라는 평가다.
민주당은 체포동의안 가결 탓에 극심한 혼돈으로 빠져들 운명을 맞은 것으로 보인다. 친명계와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의 분노는 ‘배신자 색출’ 열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당의 분열을 극복하기 위해 원내 전략을 지휘해야 할 박광온 원내대표 역시 이 대표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로 분류된 상태여서 당 장악력에는 한계가 있다. 민주당 당원 게시판인 ‘블루웨이브’에는 박 원내대표를 향해 “(가결에)책임을 지고 정치 은퇴를 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이날 체포동의안 가결로 이 대표 개인의 인신 구속 여부는 물론 민주당 ‘이재명 체제’의 운명도 법원의 결정에 따라 갈리게 됐다. 법원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을 결정할 경우 ‘이재명 체제’는 사실상 붕괴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이 대표가 구속되더라도 사퇴를 거부하고 ‘옥중 공천’ 등의 비상 체제를 유지할 가능성도 있다.
실제 친명계에선 이 대표가 구속돼도 최고위원들이 지도부를 유지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친명 성향의 한 지도부 인사는 “당헌당규상 대표가 사퇴하더라도 최고위원들은 자리를 유지한다”면서 “지도부는 붕괴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친명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대표는 이미 직접 인선한 ‘혁신체제’를 출범시킨 바 있다. 이 대표가 직접 지명했던 ‘김은경 혁신위원장’ 출범 시점부터 ‘친명 혁신위’라는 비판이 있었다. 실제로 서복경 혁신위원은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비판에 대해 “틀린 생각은 아닌 것 같다”고 인정해 논란이 됐다. 이 대표가 다시 비대위 카드를 꺼내 직접 인선에 나설 경우 ‘친명’ 논란은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 법원이 영장실질심사에서 구속영장을 기각할 경우 이 대표는 극적으로 반전의 발판을 만들게 된다. 이 대표가 주장해온 “부당한 정치수사”를 법원이 인정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당내 비명계도 이 대표에 대해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를 받고 기각 결정을 받으면 된다”고 주장해왔다. 이 경우 이 대표는 내년 총선까지 대표직을 유지하며 당을 이끌 가능성이 제기된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