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강행군 외교’ 윤 대통령, 돌아오니 과제 산더미
이재명 체포안 가결로 국회 상황 난수표
한 총리 해임건의는 거부권 행사 확실시
김명수 퇴임 후 대법원장 공백 발생 부담
장관 후보 인사청문회도 줄줄이 이어져
유엔총회 연설 등 지난주 4박 6일간의 미국 뉴욕 방문 일정을 마치고 돌아온 윤석열 대통령은 산적한 국내 현안들에 어떻게 대응할까. 윤 대통령의 방미 기간 국내에서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 한덕수 국무총리 해임건의안 통과,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 등 굵직굵직한 이슈들이 불거졌다.
이 대표가 26일 법원에 출석해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윤 대통령은 영장 심사 결과와 상관없이 침묵을 지킬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24일 “이 대표가 구속이 되든, 그렇지 않든 사법 절차가 끝난 것은 아니다”면서 “수사나 재판이 진행 중인 사안에 대해 대통령실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 대한 입장을 언급할 경우 위험 수위에 치달은 여야 갈등이 극에 달하고 정국이 더 혼탁해질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 해임건의안에 대해선 수용 여부를 고심조차 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의 해임은 법률적·정치적 실책이 명백할 때만 할 수 있는 것”이라며 “한 총리가 특별한 실책이 없는데, 야당의 정치적 필요성에 의해서 거취가 좌우될 수는 없다”고 잘라 말했다.
대통령실은 민주당이 시급한 민생과 경제 현안은 도외시한 채 해임건의안이라는 정치적 공세를 남발한다고 보고 있다. 특히 해임건의안은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구속력을 갖지 않기 때문에 크게 부담을 갖고 있지도 않다. 앞서 윤 대통령은 민주당이 현 정부 출범 후 2차례 가결한 국무위원 해임건의안(박진 외교부 장관·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모두 거부한 바 있다.
이균용 대법원장 후보자에 대한 임명동의안 표결이 미뤄지면서 사법부 수장의 공백이 길어지고 있는 일도 윤 대통령 입장에서는 껄끄러운 대목이다. 이 후보자에 대한 국회의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는 21일 채택됐다. 보고서에는 여당의 ‘적격’, 야당의 ‘부적격’ 의견이 병기됐다.
김명수 전 대법원장 임기가 24일로 끝났지만 이재명 대표 체포동의안 가결에 따른 충격파로 국회 본회의 일정이 미뤄지면서 대법원장 공백이 장기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여야 합의로 본회의 일정이 잡히더라도 과반의석을 가진 민주당과 진보당 등이 임명동의안을 ‘부결’시킬 가능성이 없지 않기 때문에 대통령실은 상황을 예의주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윤 대통령이 방미 직전인 지난 13일 지명한 장관 후보자 3명에 대한 인사청문회가 이번 주부터 시작되는 가운데 일부 후보자에 대한 야당의 공세와 여론의 추이도 주목된다. 우선 신원식 국방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오는 27일 열린다. 야당은 “신 후보자가 과거에 보여 준 극우적 언사에 비춰볼 때, 정치적 중립성이 근본적으로 훼손될 수밖에 없다”면서 송곳 검증을 벼르고 있다. 김행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는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부인하는 낙태 관련 발언이 파장을 불렀고, 청와대 대변인 시절 백지신탁으로 배우자의 주식을 시누이에게 넘겼다가 다시 매입하는 과정에서 의혹이 불거져 해명을 요구받고 있다.
추석 연휴를 앞두고 민생과 서민 경제 안정에 집중해야 할 시점이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정치 현안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윤 대통령으로서는 어느 때보다 민심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할 것으로 보인다.
박석호 기자 psh21@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