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관심 받는 한국, 청춘은 왜 힘든지 질문했다” [BIFF 2023]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

장건재 감독, 7년 만에 작품 완성
아시아프로젝트마켓서 제작 추진
장강명 2015년 동명 소설이 원작
이민 꿈꾸는 청년 통해 행복 탐구
배경 바꾸고 주인공 여행에 집중
도전하는 청춘 연기 고아성 인상적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이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장건재 감독, 주종혁 배우, 김우겸 배우, 윤희영 프로듀서. 김종진 기자 kjj1761@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이 4일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렸다. 왼쪽부터 남동철 집행위원장 직무대행, 장건재 감독, 주종혁 배우, 김우겸 배우, 윤희영 프로듀서. 김종진 기자 kjj1761@

“2015년은 한국 사회가 큰 변화를 겪는 시기였다. 많은 청년이 왜 힘들어하는지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를 연출한 장건재 감독은 7년 만에 영화를 완성했다고 했다. 2016년 BIFF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에서 제작이 추진된 작품이 코로나19 등을 거쳐 관객을 만날 준비를 마친 셈이다. 영화는 2015년 출간된 장강명 작가의 동명 소설이 원작인 작품이다.

장 감독과 윤희영 PD, 주종혁·김우겸 배우가 5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 중극장에서 열린 개막작 ‘한국이 싫어서’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BIFF 집행위원장 대행인 남동철 수석 프로그래머가 진행을 맡았다.

BIFF는 한국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다른 나라에서도 공감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판단해 이 영화를 개막작으로 선정했다. 남 프로그래머는 “K콘텐츠로 한국에 대한 관심이 뜨거워졌는데 밝은 면과 함께 어두운 면도 짚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가진 젊은이들의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영화”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제목이 특정 국가를 지칭하지만 다른 나라도 보편적으로 느낄 수 있는 이야기”라며 “계나의 삶에 대한 태도는 우리에게 용기를 주고 격려를 해주는 동시에 희망을 주고 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개된 ‘한국이 싫어서’는 이 시대 청춘에 대한 기록이자 행복은 무엇인지에 질문을 던진 영화였다. 20대 후반 ‘계나(고아성)’는 의미 없이 반복되는 삶에 피로감을 느낀다. 그와 달리 좋은 환경에서 자란 오랜 연인 ‘지명(김우겸)’도 그를 위로하지 못한 채 분노를 일으킨다. 결국 뉴질랜드로 떠난 계나는 ‘재인(주종혁)’ 같은 새로운 친구를 만나며 새로운 삶을 개척한다.

영화는 계나가 사는 한국과 뉴질랜드의 생활을 교차해 보여준다. 뉴질랜드는 여름, 한국은 겨울이 배경이다. 서핑을 즐기는 뉴질랜드 바다를 보여주다 멸치를 손질하는 한국 계나의 집으로 장면이 전환되기도 한다. 답답함과 자유로움이 교차되면서 다양한 감정이 고스란히 전달된다.

영화는 원작 소설을 그대로 따르진 않았다. 우선 호주에서 뉴질랜드로 배경을 바꿨다. 장 감독은 “2017년 두 국가를 방문했다. 당시 뉴질랜드 총리는 출산 휴가를 처음 쓴 여성이었고, 여성 인권이나 생명권 등을 소중히 여기는 게 인상적이었다”며 “영화에서 언급되는 ‘펭귄’이 떠나는 가장 따뜻한 남쪽 나라라는 이미지에도 걸맞았다”고 했다. 이어 “소설 속 계나는 이민을 가는 게 궁극적인 목표이지만, 영화에서는 여행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주며 모험을 하는 과정을 조명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계나를 연기한 고아성은 계속 새로운 선택을 하고 도전과 모험을 이어가는 청춘을 인상적으로 연기했다. 정 감독은 “고아성 배우에게 대본을 읽고 나서 바로 연락을 줬다”며 “스타일과 피부 톤 등 다양한 모습을 연출하는 데 아이디어가 많았다”고 말했다. 고아성 배우는 천추골 골절 부상으로 이날 기자회견에는 참석하지 못했다.

감독과 배우들은 작품이 BIFF에 초청돼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장 감독은 “1996년 관객으로 참석한 1회 BIFF 때부터 빠짐없이 영화제를 찾으며 언젠가 내 영화를 상영하겠다고 막연히 기대를 해왔다”며 “BIFF에서 씨앗을 뿌린 작품을 잘 데리고 온 느낌”이라고 했다.

배우 주종혁은 “뉴질랜드에서 6년 정도 유학했다. 한국에서 온 형들을 생각하며 재미있게 연기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개막작에 출연해 이 자리에 온 게 꿈같은 일”이라고 말했다. 배우 김우겸은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부터 이야기가 너무 공감이 돼서 대사를 입밖으로 내뱉고 싶었다”며 “군대에서 휴가를 나와서 BIFF에서 영화를 보고 간 적이 있다. 어머니, 아버지가 좋아할 것 같다”고 밝혔다.

올해 BIFF는 인사 내홍 등을 겪으며 위기에 빠졌지만, 개막작 공개와 함께 항해에 나선 모습이다. 남 프로그래머는 “미흡하지만 최선을 다해 준비했다. 긍정적인 일이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차린 게 많으니 많은 관객이 영화제에 와서 맛있게 들길 바라는 마음”이라고 밝혔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