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FF 2023] 영원한 따거 주윤발 “8100억 기부 아내가 결정…하루 쌀밥 두 그릇이면 충분”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수상
와병설 가짜뉴스 신경 쓰지 않아
내게 세상 가져다준 게 바로 영화
늙어가는 게 인생…무섭지 않다
개막식서 만난 송강호 ‘나의 영웅’
한국, 홍콩 비해 검열서 자유로워
부산은 아름답고 기분 좋은 도시
영원한 ‘따거(형님)’가 무대에 나타났다. 통 넓은 수트 바지를 입은 저우룬파(주윤발)가 미소를 띠며 손을 들어 인사했다. 그는 “한 ‘갑자’가 60년이니 전 이제 두 번째 갑자에 들어섰다”며 “그렇게 치면 이제 나는 7살이다. 잘 부탁드린다”고 웃으며 말했다.
홍콩 배우 저우룬파(68)가 5일 낮 12시 해운대구 우동 KNN시어터에서 열린 제28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 기자회견에 참석했다. 1973년부터 50년간 연기를 하며 홍콩 영화계 전설로 남은 그는 지난 4일 BIFF 개막식에서 ‘올해의 아시아영화인상’을 받았다. 저우룬파는 “BIFF에서 큰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며 “50년 만에 이런 상을 받을 수 있어서 신나고 기쁘다”고 말했다.
올해 저우룬파는 ‘원 모어 찬스(2023)’라는 신작으로 BIFF를 찾았다. 그는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돌보는 헤어 디자이너 역할을 맡아 액션과 코미디 연기를 펼쳤다. 올해 BIFF는 ‘영웅본색(1986)’ ‘와호장룡(2000)’ 등을 상영하는 특별전을 마련했다.
저우룬파는 “‘영웅본색’은 방송국을 떠난 후 첫 작품이기에 의미가 크다”며 “100회 드라마도 찍었는데 2시간 안에 이야기를 전하는 영화의 힘은 크다”고 밝혔다. 그는 “신작 ‘원 모어 찬스’는 부자간 정을 다루는 영화로 제가 좋아하는 주제”라며 “앞으로도 어떤 역할이든 도전할 마음이 있다”고 밝혔다.
그동안 저우룬파는 와병설과 기부 소식 등으로 전 세계 팬들을 놀라게 했다. 그는 “아프다고 한 게 아니라 죽었다는 가짜뉴스가 퍼졌는데 자주 일어나는 일이니 신경쓰지 않는다”며 “11월에 홍콩에서 하프 마라톤을 뛸 건데 내일 오전에도 부산에서 운동을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가 8100억 원을 기부한 것에 대해서는 “제가 힘들게 번 돈이라 기부하고 싶지 않았는데 아내가 결정했다”며 “저는 용돈을 받고 살고 있어서 정확히 얼마나 기부했는지 모른다”고 웃었다. 그는 “어차피 이 세상에 올 때 아무것도 안 가지고 왔기에 갈 때도 그래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며 “제게는 점심과 저녁으로 쌀밥 두 그릇이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저우룬파는 한국과의 인연뿐 아니라 이번에 부산을 방문한 소감도 연이어 밝혔다. 그는 “부산은 매우 아름다운 도시라 이틀 연속 달리기를 하러 나갔다”며 “사람들도 반갑게 맞아줘서 기분이 좋고 음식도 굉장히 마음에 들어 오늘 낙지를 먹으러 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1980년대 한국에 와서 제주도까지 촬영을 하러 갔다”며 “갈비탕을 너무 좋아해서 김치와 함께 자주 먹었다”고 했다. 이어 “집에 한국 옛날 장롱이 많을 정도로 한국 문화를 좋아한다”며 “한국에서 밤마다 번데기를 사러 나간 기억도 있는데 아직도 있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14년 만에 한국을 찾은 그는 “어제 BIFF 개막식에서 송강호를 만나 ‘당신은 나의 영웅’이라고 얘기를 건넸다”며 “그가 한국말로 뭐라고 했는데 사실 못 알아들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홍콩 영화와 한국 영화에 대한 생각도 밝혔다. 저우룬파는 “홍콩은 아무래도 영화를 만들려면 검열이 많다”며 여러 부처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1980년대 홍콩 영화를 정말 좋아했는데 많은 게 바뀌었다”며 “홍콩 정신이 살아 있는 영화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영화 성공에 대해서는 “지역마다 운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한국 영화가 세계적으로 좋은 반응이 나오는 건 기쁜 일”이라며 “한국 영화는 자유로움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50년 동안 연기를 하며 살아온 인생에 대한 생각도 솔직하게 털어놨다. 우선 자신을 지극히 보통 사람이라고 생각하며 산다고 했다. 저우룬파는 “이 자리에서 앞에 계신 분들은 기자들이지만, 여기서 벗어나면 우리는 모두 대등한 일반인”이라 밝혔다.
영화는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준 존재였다. 저우룬파는 “홍콩에 있는 바다마을에 태어났고, 공부도 많이 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한 역할을 맡으면서 한 사람의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영화는 어떤 것과도 비교할 수 없는 세상을 가져다줬다”고 강조했다.
나이가 드는 것에 대해서는 초연한 반응을 보였다. 그는 “태어남이 있으면 죽음도 반드시 있다”며 “주름이 생기는 걸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감독님이 늙은이 역할을 하라고 하면 그렇게 할 것 같다”며 “이게 인생이기에 늙어가는 게 무섭지 않다”고 했다.
저우룬파는 50년 연기 인생 중 후회하거나 되돌리고 싶은 순간은 없다고 했다. 그는 “후회하는 순간이 떠오르지 않으며 후회해도 소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사람들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며 살고 그게 정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