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도로와 주변 공장 건물, 높이 비슷해 연결 가능한 구조 [낡은 고가로, 새로운 미래]
2. 구간별 현장 직접 가 보니
소음·분진 피해 시달린 주민들
“공원화 비용 따지면 철거가 답”
철거보다 활용 기대하는 주민들
“텃밭 가꾸고 자전거 타고 싶어”
서면~우암고가교 둘러본 전문가
“주변 시설과 연계 가능성 많아”
총 14km에 이르는 부산 동서고가로(우암고가교 포함)는 이름 그대로 부산의 동서를 가로지르고 있어 구간별 성격이 다양하다. 사상공단 지역에서부터 시작해 사상구 주례동, 부산진구 개금동·당감동 일대의 주거지, 서면과 남구 문현동의 상업지역, 우암동 인근 부산항 북항까지 이어진다.
■주민들 철거 찬반 엇갈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달 27일 〈부산일보〉 취재진은 사상구와 부산진구 일대 공장과 상가, 아파트 등을 돌며 지역 근로자와 주민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어봤다. 사상구에 직장을 둔 조영석 씨는 “그동안 소음과 분진 등 인근 주민 피해를 생각하면 철거가 나을 것 같다”며 “사상~해운대 고속도로가 유료도로라고 해도 빨리 지나갈 수 있어 지상의 도로를 이용하기보다는 지하로 많은 차량이 통과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동서고가로 인근 공장들의 경우 동서고가로와 높이가 비슷해 고가도로를 철거하지 않고 활용하면 옥상 높이에서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 경우 인근 직장인의 휴식 공간이나 자전거 출퇴근길로 활용할 수 있다.
젊은 층의 경우 자전거 도로나 전동 킥보드 전용도로로 조성하는 방안에 대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사상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20대 박준현 씨는 “동서고가로 철거비로만 1000억 원이 넘는 큰 돈이 드는 상황에서 활용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며 “특히 부산은 자전거나 킥보드 등을 안전하게 탈 수 있는 길이 많지 않아 충분히 활용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주거지 인근 주민들은 찬반 의견이 엇갈렸다. 사상구 주례동의 한 아파트 단지에서 만난 60대 주민은 “공원화에 들어가는 비용도 막대할 것으로 보이고, 향후 관리 비용이 너무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철거하는 것이 현실적이다”고 말했다. 반면, 같은 아파트 단지 주민 김 모 씨는 “가까운 일본의 사례만 봐도 공원과 녹지 공간이 풍부하고, 옥상 공원 등도 잘 돼있지 않냐”며 “부산은 공원도 부족하고 아이들이 뛰어놀 장소도 마땅하지 않다. 동서고가로 위에 자전거가 다니고, 텃밭을 조성해 도시농장을 만든다면 미래 세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대학생들은 동서고가로 활용에 대한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동서대 재학생 김가은 씨는 “부산의 동서를 가로지르는 녹지 공간이 생기고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다면, 새로운 미래가 생기지 않겠냐”며 “고가도로 위에서 전동 킥보드나 전기 자전거 같은 각종 모빌리티를 이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다면 직접 경험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동천~북항 잇는 새 명소 될까
이에 앞서 지난달 26일에는 시민단체 관계자, 전문가와 함께 서면에서부터 우암고가교 구간까지 현장을 둘러봤다. 상업지역인 서면 일대는 고가도로를 남겨 활용할 경우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해 볼 수 있는 구간으로 꼽힌다. 도심 하천인 동천과의 연계도 가능하다. 남구 문현금융단지까지 이어지는 구간은 상대적으로 고가도로 높이도 낮은 편이다.
현장 취재에 동행한 부산대 김동필 조경학과 교수는 “현재 조성된 자전거 도로가 있다가 끊어지기도 하고, 구불구불 꺾여진 구간도 있어 이용자 불편이 커 보인다”며 “고가도로에 자전거가 다닐 수 있게 하면 편리할 것 같고, 주변 건물과 연계하면 ‘서울로7017’과 비슷한 형태로 상가 활성화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남구 문현동에 위치한 부산시민회관 부설주차장의 경우 동서고가로 하부 공간을 주차 편의시설로 활용하고 있었다. 이곳에 엘리베이터를 설치한다면, 고가도로까지 연결로 조성이 쉬울 것이라는 의견이 나왔다.
동천의 경우 광무교 주변에서는 악취가 심한 편이었지만, 부산시민회관을 지나 북항에 가까워질수록 수질이 좋아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사)부산그린트러스트 이성근 상임이사는 “바닷물에 희석돼 그나마 북항 인근 동천의 수질이 나쁘지 않다”며 “향후 55보급창 일대 공원과 연계해 새로운 보행축, 녹지공간으로 활용하면 지역의 명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동서고가로의 다릿발이 동천을 따라 마구잡이로 박혀있는 모습을 보니, 고가도로 조성 당시 하천을 어떻게 생각했는지가 짐작되지 않냐”며 “친환경적인 하천 이용과 보행 환경이 중요해진 만큼 고가도로의 활용 방식도 달라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우암고가교의 경우 ‘2030 세계박람회’ 부산 유치 때 엑스포 행사장으로 활용될 북항 재개발 지역과 맞닿아 있다.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로 선정되면 기후위기 시대 부산의 새로운 미래를 보여줄 장소로서 상징성도 높은 곳이다. 부산대 우신구 건축학과 교수는 “엑스포가 열리면 서면 일대까지 관람객들의 이동이 많아질 것”이라며 “우암고가교를 보행로로 활용하거나 트램을 놓아 교통수단으로 활용하면 접근성이 높아지는 효과가 있지 않겠냐”고 제안했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자영 기자 2young@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