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합창단이 바티칸 성당에서 공연합니다”

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안미경 부산 금정구 이지투게더 대표
내년 2월 이탈리아서 두차례 무대
20대 13명 단원 5년째 매주 2회 연습
“누군가는 이 아이들 재능 찾아줘야”





 “자 여기를 보세요. 집중, 아~에~이~오~우!” “춤추지 말고, 소리에 집중~~집중하세요.”

 지난달 11일 오후 안미경 소장이 운영하는 부산 금정구 이지특수교육연구소 강의실. 13명의 합창 단원이 연습을 시작하자 최용호 지휘자는 목소리가 커지며 몸 동작이 빨라졌다. 국내 가곡과 가요 등을 부르는 이들은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이지글리’ 합창단이다.

 단원들은 노래를 부르며 종종 몸을 흔들고, 갑자기 다른 동작을 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들의 얼굴은 웃음과 긴장감으로 차 있었다. 2019년부터 본격적으로 연습을 시작해 5년 동안 함께 노래한 이지글리 합창단은 매주 월요일과 수요일 오후 6시부터 1시간가량 하모니를 맞추고 있다.

 안미경 소장은 이지특수교육연구소와 비영리단체인 이지투게더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이들에게 기적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부산에서 합창 지도를 하는 지인의 추천으로 내년 2월 11일 이탈리아 바티칸 성당에서 미사 공연 초청을 받았다. 아직 바티칸 내 정확한 성당을 지정받지 못했지만, 이들은 미사곡 4곡을 부르기 위해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연습에 매진하고 있다. 10일간의 바티칸 미사 공연 이후 이탈리아의 작은 마을에서 한 차례의 공연도 계획돼 있다. 또 현지인들을 위한 발달장애 예술인의 그림 전시회도 준비하고 있다.

 “아이들이 노래로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갖고 합창 연습을 하고 있어요. 창원시립합창 단원인 지휘자 최용호 씨와 그의 아내인 이영혜 씨가 반주를 맡고 제가 단원들의 뒷바라지 맡고 있어요.”

 안 소장은 발달장애 아이들에게 다른 사람과 함께 하는 경험을 키워주기 위해 노래를 가르치기 시작했다고 한다. 이후 다른 합창단원들과 발달장애인 첼로 연주팀까지 합류하면서 합창단 규모가 20대 단원 13명으로 커졌다. 이들은 매년 연주회를 열었고, 최근에는 거의 매주 크고 작은 무대에 서는 합창단으로 성장했다. 바티칸성당의 공연에 앞서 이달에는 부산 남구 용호동 다이아몬드 베이에서 2030부산세계박람회 유치를 응원하는 무대를 열 예정이다.

 안 소장은 “단원들이 가사를 외우는 게 어렵다고 한다”면서도 “이들이 무대에 올라 노래를 부를 땐 언제나 즐겁고 흥겨워한다. 음악에는 장애를 치유할 수 있는 어떤 힘이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발달장애 아이들이 그림을 통해 세상과 좀 더 소통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었다고 한다. 아무도 흉내 낼 수 없는 그들만의 밝은 색감과 주제 선정 등 천진난만함과 순수함이 돋보이는 그림들이 전시될 예정이라고 한다. 안 소장은 “비록 서툴고 부족하지만 저마다의 열정과 집중력으로 포기하지 않고 자신만의 색깔로 캔버스를 채워 나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의 작품은 매년 전시회를 통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8월 합창단원인 김두용 씨의 작품 ‘부산에서 통합과 화합으로 함께 어울리다’가 스타벅스의 텀블러 그림 공모전에서 수상해 현재 스타벅스 전용 상품인 머그잔으로 판매되고 있다.

 안 소장은 “누군가는 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려주고, 숨겨진 재능을 찾아줘야 한다”며 “이들이 떳떳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성장해 가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고 도리어 고마운 마음마저 든다”고 말했다.

 “우리 아이들의 성장이 조금 느릴 수 있지만 기다려 주면 달라지는 모습이 조금씩 보입니다. 장애인 자녀를 둔 부모들이 앞으로 발달장애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을 아시고 쉽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그의 마지막 당부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강성할 선임기자 shgang@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