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지구 병원 피폭 민간인만 최소 500명 숨져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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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든 중동 방문길 직전 참사
중재 수포 위기… 전쟁 새 국면
이스라엘·하마스 서로 “네 탓”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로켓 공격을 받아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17일(현지 시간) 상처를 입은 팔레스타인 여성이 아이를 안고 병원 복도에 앉아 울고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내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로켓 공격을 받아 수백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17일(현지 시간) 상처를 입은 팔레스타인 여성이 아이를 안고 병원 복도에 앉아 울고있다. AP연합뉴스연합뉴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전쟁 중 가자지구 중심부의 한 병원에서 17일(현지 시간) 대규모 폭발이 일어나 민간인 500여 명이 희생되는 대참사가 발생했다. 누구의 소행이냐를 놓고 하마스와 이스라엘이 책임 공방을 벌이고 있어 진상 규명 결과에 따라 전쟁 향방이 나뉠 것으로 보인다.


AP, AFP,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가자시티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폭격을 받아 최소 500명이 숨졌다. 희생자 대다수는 여성과 어린이, 피란민으로 알려졌으며 아직 건물 잔해에서 부상자들을 수색하고 있는 중이어서, 희생자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가자지구 보건부는 이번 폭발을 이스라엘 공습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스라엘군은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이슬라믹 지하드의 로켓 실패에 따른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번 참사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중동 방문길에 오르기 직전 터졌다. 바이든 대통령 방문은 확전 여부를 가를 중대 분수령으로 여겨졌으나 출발부터 스텝이 꼬여 ‘반쪽짜리’로 전락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에 이스라엘뿐 아니라 요르단, 이집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정상들과도 만날 예정이었으나 참사 직후 중동 지도자들이 줄줄이 회동을 취소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간 확전 가능성을 억제하기 위해 중동 국가들에 하마스 제거 당위성을 설득하기 위해 공을 들여왔는데 이번 참사로 그동안 들인 공이 수포로 돌아가버렸다.

가자병원 피폭 파장은 시간이 갈수록 더 커지고 있다. 이미 지난 8일부터 이스라엘 북부를 공격하며 제2 전선을 형성한 레바논 무장조직 헤즈볼라는 병원 폭발 이후 “내일(18일)을 적(이스라엘)에 대한 분노의 날로 삼자. 거리와 광장으로 즉시 가서 격렬한 분노를 표출하라”고 촉구했다. 또한 병원 대참사 직후 이스라엘과 헤즈볼라의 무력 충돌이 더욱 격해지고 있다.

피라드 막사드 중동연구소 선임연구원은 “헤즈볼라의 군사 장비와 능력은 하마스에 비해 압도적”이라며 레바논과 전면전이 벌어지면 이스라엘 역사상 유례 없는 대규모 전쟁이 될 것으로 전망했다.

하마스보다 전력이 월등한 헤즈볼라가 본격 참전할 경우 이란의 지원을 받는 이슬람 무장조직들이 도미노처럼 뛰어들어 중동전쟁으로 확전할 수 있다. 하마스의 이스라엘 기습 공격에 관여했다는 의혹을 부인해 온 이란은 선제공격을 언급하는 등 적극 개입할 의사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확전 반대 노력을 기울였던 미국에서도 군사력 사용 목소리가 나왔다. 이날 미국 인터넷 매체 악시오스는 "헤즈볼라가 전쟁에 참여할 경우 미국이 군사력을 사용할 가능성을 백악관에서 논의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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