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기업은행, 중소기업 지원 대신 갑질…부산 중기 대출액 10% '꺾기' 의심
2019년부터 은행권 최고 꺾기 오명
부산 중소기업 피해 집중돼 우려 커져
경영난에 국책은행 꺾기 요구 거부 어려워
“책임있는 자세인지 자체적 점검 필요”
‘중소기업 지원’을 목적으로 설립된 IBK기업은행에서 최근 4년간 부산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액 가운데 10%가량이 이른바 ‘꺾기’ 의심 거래인 것으로 나타났다. 꺾기는 은행들이 대출을 조건으로 예·적금, 보험, 펀드 가입을 강요하는 편법 행위를 말한다.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한 국책은행의 갑질 횡포가 극에 달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재호(부산 남을) 의원이 23일 금융감독원으로 제출받은 ‘중소기업 대상 은행별 대출 꺾기 의심 거래 현황’에 따르면, 기업은행의 중소기업 대상 꺾기 의심 거래는 2019년부터 매년 은행권 최고 규모를 기록하고 있었다.
2019년에는 총 5만 1026건에 꺾기 의심 거래액 4조 858억 원을 기록한 데 이어 △2020년 5만 6165건 4조 2303억 원 △2021년 3만 3437건 3조 4097억 원 △2022년 2만 8214건 4조 1512억 원이었으며 올 상반기에만 1만 1090건, 2조 7786억 원으로 확인됐다.
은행법은 대출 고객의 의사와 관계없이 대출 실행일 전후 1개월 이내에 판매한 예·적금, 보험, 펀드, 상품권 등의 월 단위 환산 금액이 대출액의 1%를 초과할 경우 꺾기로 간주해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30일이 지난 후에 가입하는 금융상품은 위법이 아니기 때문에 대출 실행일 31일부터 60일 사이 다른 금융상품을 판매하는 방식의 꺾기 의심 거래가 발생하고 있다.
문제는 특정 지역에 꺾기 의심 거래가 집중돼 있어 해당 지역 산업에 대한 피해가 우려된다는 점이다. 기업은행이 박 의원에 제출한 중소기업 대출 꺾기 의심 거래 지역별 분류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전체 대출액 가운데 꺾기 의심 대출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부산이다. 기업은행이 4년간 부산 소재 중소기업에 내준 대출액 가운데 꺾기 의심액은 1조 5380억 원으로 총 15조 5590억 원의 9.88%에 달한다. 이는 전국 평균 5.75%와 비교하면 월등히 높은 수치다. 2위는 대구로 10조 4723억 원 중 8.53%(8931억 원), 3위는 경남으로 14조 5114억 원 가운데 8.48%인 1조 2312억 원이 꺾기 대출 의심으로 분류됐다.
이는 중소기업이 코로나19 사태와 고금리 상황까지 겹쳐 나날이 경영이 악화하자 시중은행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리로 대출하는 기업은행의 꺾기 요구를 거부하기 쉽지 않다는 점 때문이다.
문제는 향후에도 이같은 문제가 계속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기업은행은 매년 중소기업 꺾기 대출로 비판받고 있지만 동일 업계와 비교해 개선 의지가 약하다.
이에 기업은행이 국책은행으로서 책임감을 갖고 중소기업 지원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비판이 나온다. 박 의원은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으로서 복합위기 대응을 위해 금융지원을 신속하게 집행하였다는 기업은행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한 꺾기 의심 거래 또한 신속하게 앞장섰다”며 “대출기관이라는 우월적 지위로 법망을 피해 나가는 행위가 과연 중소기업 전문 국책은행으로서의 책임있는 자세인지 자체적인 점검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