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서 쓴 동백전, 담배·술 구매 ‘압도적’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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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경대 연구팀 데이터 분석 결과
술·담배 구매 비율이 전체 59%
비식품 결제 금액은 91%가 담배
세율 높아 소상공인에 도움 안 돼
지역화폐 취지 맞도록 개선 시급


동백전. 부산일보DB 동백전. 부산일보DB

일상 소비 중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하는 편의점에서 부산 지역화폐 동백전으로 술·담배를 구매하는 비율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 동백전이 ‘술·담배용 할인 카드’가 된 것이다. 술·담배는 높은 세율 탓에 지역 소상공인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는 데다 특정 품목으로 지나치게 소비가 쏠리는 현상은 지역화폐 취지에도 맞지 않아 개선이 시급하다.

부경대 김정환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연구팀의 ‘동백전·세븐일레븐 가명정보 결합 사례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4~10월 부산 세븐일레븐 편의점에서 결제된 동백전 사용 금액 중 59%가 술·담배인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소비액의 절반 이상이 술·담배를 사는 데 쓰인 것이다. 김 교수 팀은 부산시, 부산테크노파크, 코리아세븐과 함께 부산의 세븐일레븐 600여 곳에서 발생한 7개월간의 동백전 사용 내역을 지역, 성별, 연령, 상권에 따라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개인정보를 특정하지 못하도록 가명 처리한 ‘가명정보’ 방식을 실생활에 적용한 사례다.

편의점 소비 중에서 동백전을 이용한 담배 구매 비율은 압도적이었다. 전체 사용 금액의 48%에 달했다. 일반적인 국내 편의점 소비에서도 담배 구매 비율이 35~40% 수준으로 높지만, 동백전은 이보다 10%포인트가량 웃도는 셈이다. 비식품 품목 기준으로는 구매 금액의 무려 92%가 담배였다. 술은 식품 품목 중 음료(32%)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24%를 차지했다. 맥주(15%), 전통주(7%), 양주·와인(2%) 순이었다.

동백전 소비에서 편의점, 마트 등 유통 업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로 음식점(33%)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유통 업계 중에서도 편의점은 최근 대형마트 3사(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를 제친 데 이어 유통업계 1위인 백화점을 바짝 추격 중이다. 코로나19 이후 1인 소비가 증가하면서 시민의 대표적인 오프라인 소비처가 되고 있다. 특히 세븐일레븐은 미니스톱을 인수하면서 CU, GS25 등 국내 편의점 빅3 중 지난해 점포 수가 가장 많이 늘어난 곳이다.

이번 조사에 따르면 이 기간 술·담배에 사용된 동백전 캐시백만 3억 5000여 만 원으로 추정된다. 현재 동백전의 캐시백 비율은 가맹점의 매출액 규모에 따라 5~7%(월 충전 한도 30만 원)다.

과도한 술·담배 소비는 지역 소상공인과 상권을 살리자는 지역화폐의 성격과도 어긋난다. 술·담배 세율은 70%가량에 달한다. 담배의 경우 마진율이 8~9% 수준. 여기에 카드 수수료, 가맹비 등을 제외하면 자영업자에게 남는 수익은 매우 적다. 전국편의점가맹점협회에 따르면 4500원 담배 한 갑을 카드로 결제하면 순이익은 204원에 불과하다. 술도 소주나 막걸리 등 지역 전통주보다는 수입맥주나 국내 대기업의 맥주 비중이 훨씬 크다. 더불어 술·담배 소비는 시민 건강을 악화시키고 지자체의 건강 증진 예산을 높이는 ‘악순환’을 일으킨다.

이에 따라 이번 조사를 계기로 부산시가 동백전 체질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특히 내년에는 지역화폐에 국비 지원이 없어 시로서는 한정된 시비를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하는 상황이다.

부경대 김정환 교수는 “동백전의 마이크로 소비 실태를 분석한 데이터가 지금까지는 거의 없었다”면서 “이러한 기초 분석 자료들이 정책을 고도화하는 데 활용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승훈 기자 lee88@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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