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발 길’ 통합관리·관광자원화할 ‘컨트롤 타워’ 만들자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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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기초단체 앞다퉈 조례 제정
금정·남구 이어 강서구 등 준비
구·군별 사업 탓 관리 들쑥날쑥
대구·전남은 ‘광역 단위’로 진행
“시 차원 전담기구 필요” 목소리

8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즐기는 시민들. 정종회 기자 jjh@ 8일 오후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맨발 걷기를 즐기는 시민들. 정종회 기자 jjh@

최근 맨발 걷기가 전국적으로 인기를 끌자 ‘맨발 길’을 조성하는 지자체가 늘고 있다. 부산에서도 맨발 걷기 활성화 조례가 만들어지는 등 사업을 본격화하려는 움직임이 나오지만 사업은 여전히 각 구·군의 재량에만 맡겨져 있어 사업 활성화를 위해 ‘컨트롤 타워’가 필요하다는 조언이 나온다.

8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맨발 걷기의 인기에 힘입어 부산의 각 기초지자체는 맨발 걷기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 부산의 16개 구·군 중 맨발 걷기 관련 조례를 제정한 곳은 2곳이다.

금정구의회는 지난 9월 ‘맨발 걷기 활성화 및 지원에 관한 조례안’을 제정했다. 남구의회도 지난달 12일 ‘맨발 걷기 활성화 조례안’을 본회의에서 원안 가결했다. 조례에는 '구청장은 맨발 걷기 활성화를 위해 산책로 조성 계획을 수립하고 황톳길, 세족장 등 관련 시설을 설치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조례가 만들어진 금정구, 남구 이외에 중구, 북구, 강서구, 기장군도 조례 제정을 준비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 맨발 걷기의 전통 명소인 금정구 오륜동 땅뫼산 황토숲길. 이대성 기자 nmaker@ 부산 맨발 걷기의 전통 명소인 금정구 오륜동 땅뫼산 황토숲길. 이대성 기자 nmaker@

관련 근거가 만들어지면서 부산에 조성되는 ‘맨발 길’은 늘어나는 분위기다. 강서구는 2013년 명지동 오션시티 인근에 명지해안방재림 맨발 산책로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맨발 산책로가 인기를 끌자 2021년에는 명지 너울공원에 맨발 산책로를 추가로 조성했다. 연제구는 거제체육공원, 옛골공원, 토곡공원, 안락교 하부 등에 맨발 지압장을 마련했다.

하지만 부산의 경우 맨발 걷기 활성화 사업은 각 기초지자체의 재량에 맡겨졌다. 이 때문에 부산의 맨발 걷기 명소가 어디에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쉽지 않고, 지자체의 관심도에 따라 조성 규모도 차이를 보인다. 부산진구, 수영구, 영도구 등 일부 기초지자체의 경우 지자체 주도로 맨발 걷기 관련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 현재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산시는 보행 관련 부서에서 보행환경개선 사업 등을 추진하지만 주로 갈맷길 조성 사업에 초점이 맞춰졌다.

경북, 전남 등 다른 지자체의 경우 광역지자체 차원에서 맨발 걷기 사업 활성화에 적극적이다. 경북 포항시의 경우 ‘그린 웨이’ 사업의 일환으로 접근성이 좋은 도심 공원에 맨발 걷기 길을 만들거나 기존 해변·둘레길을 맨발로로 지정해 홍보한다. 포항시는 2020년부터 올해까지 송도솔밭, 형산강 둔치, 인덕산 자연마당, 해도 도시숲 등 ‘맨발로 30선’을 지정해 홍보활동을 진행 중이다. 대구시도 2009년 남구 대명동 앞산공원 산책로를 시작으로 시내 도시공원에 맨발 산책로 15개를 조성해 운영 중이다.



광역의회 차원에서 맨발 걷기를 활성화하려는 움직임도 있다. 서울시의회는 지난 7일 ‘맨발 걷기 확산 정책토론회’를 열고 맨발 걷기 사업 활성화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이날 열린 행사에는 포항시 관계자가 참석해 맨발로 조성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전남도의회는 지난 6일 ‘전라남도 맨발 걷기 좋은 환경 조성을 위한 토론회’를 개최하고 맨발 걷기 활성화를 위한 지자체 정책을 논의했다. 이날 행사에는 시민단체 ‘맨발 걷기 운동본부’ 관계자도 참여해 맨발 걷기의 체험 사례와 효과를 공유했다.

이렇듯 각 지자체가 앞다퉈 맨발 걷기 사업에 매진하자 부산에서도 관광사업 활성화 등을 위해 컨트롤 타워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고 예방을 위한 맨발 걷기 안전 수칙 등을 홍보하고 맨발 길 조성 사업지 발굴, 관광사업 개발, 편의시설 설치·보수 계획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부산환경교육센터 조용우 이사는 “포항시를 포함한 여러 지자체에서는 조례도 만들고 트레킹을 주최하는 등 맨발 걷기 사업에 적극적이다. 실제로 가보면 오솔길에 세족장을 만들거나 맨발 걷기 효능을 붙여놓는 등 큰 예산을 들이지 않고 인프라를 만들어놨다”면서 “다른 지자체는 주로 황톳길이나 숲길 위주로 맨발 길을 조성했다. 바다를 활용한 맨발 길 등 부산에서 활용할 수 있는 장소가 많은 만큼 부산시가 관심을 갖고 맨발 길을 조성하면 전국에서 관광객이 몰릴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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