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선거제·선거구 획정, 대체 누구를 위해 늦추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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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출마자, 선거 규칙 확정 안 돼 혼란
기득권·위성정당 방치한 제도 개선해야

올 7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2+2 선거제 개편 협의체' 발족식. 정작 여야 간 선거제 개편 논의는 내년 4·10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13일 현재까지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연합뉴스 올 7월 3일 국회에서 열린 '여야 2+2 선거제 개편 협의체' 발족식. 정작 여야 간 선거제 개편 논의는 내년 4·10 총선이 5개월도 남지 않은 13일 현재까지 아무것도 확정되지 않은 제자리걸음 상태다. 연합뉴스

내년 4월 10일로 예정된 제22대 총선이 이제 5개월도 남지 않았다. 여야가 최근 총선기획단을 띄우며 선거운동 체제로 전환하고 있지만, 정작 각 당의 총선 예비출마자들은 내달 12일 시작되는 예비후보자 등록을 앞두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혼란스럽고 난감하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이 무책임하게 총선에 필요한 규칙을 정하지 않는 바람에 깜깜이 선거판이 되고 있어서다. 여야 거대 양당이 지금처럼 선거제 개편과 선거구 획정을 위한 논의를 미룰수록 기득권층인 거대 정당과 현역 국회의원은 유리하고, 소수 정당과 정치 신인은 불리해진다. 이는 국민이 열망하는 정치 개혁에 역행한다는 점에서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은 총선 1년 전인 올 4월까지는 선거제 개편을 끝냈어야 했다. 극심한 정쟁을 일삼고 기득권 유지에 혈안인 거대 양당의 독식 구조를 완화하기 위해 총선에서 사표를 방지하고 비례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양당제의 폐해를 개혁하라는 국민적 요구가 거셌던 것이다. 이런 여론에 밀린 여야 양당은 지난해 7월 정치개혁특별위원회까지 구성했으나 선거제 개편 논의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이다. 양당이 법정 개편 시한을 7개월이나 넘기고도 서두르는 기색이 전혀 없어 선거구 획정 논의 역시 기약이 없는 상태다. 최근 발족한 양당의 총선기획단조차 선거 승리 전략 마련에 골몰할 뿐 선거제와 선거구에는 무관심하다.

그 피해는 총선 예비출마자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이들은 게임의 룰이 확정되지 않은 안갯속에서 어느 지역구를 선택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등을 모른 채 선거전에 돌입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갑갑함을 토로한다. 특히 청년, 여성 등 정치 신인들의 경우 거대 양당이 선거제·선거구 논의를 계속 미루다가 총선에 임박해 정치적 셈법이나 당리당략에 따라 특정 정당과 기성 정치인에게 유리하게 선거구를 제멋대로 쪼개고 합치는 게리맨더링의 희생양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태산이다. 양당이 기득권 독식 구조를 유지할 속셈을 갖고 논의를 의도적으로 늦추며 물밑에서 담합하려는 게 아니냐는 의혹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1대 총선 직전 당시 여야인 민주당과 자유한국당(현 국민의힘)은 비례대표 의석을 많이 확보하려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해 위성정당을 창당하는 꼼수를 부려 양당제를 강화한 바 있다. 준연동형제는 국민이 현행 선거제 개편과 정치 개혁을 촉구하는 직접적 원인이 된 만큼 없어져야 마땅하지만, 거대 양당이 잇속을 챙길 경우 폐지되지 않을 우려가 있다. 이번 총선에서 신당 창당 세력이 준연동형제로 의석을 확보한 뒤 거대 양당과 합당하는 구태가 재연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의 정치 혐오와 불신은 더욱 커진다. 여야가 이제라도 선거제·선거구 논의를 서둘러 국민 뜻에 맞는 총선 규칙을 확정해 혼란상을 잠재우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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