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월드엑스포 유치전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들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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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정부·재계 등 국가 차원 노력으로
보름 앞둔 엑스포 유치 가능성 고조
논리 무장한 박형준 시장 역할 컸지만
정치인 위주의 부산 국회의원 무기력
차기 총선서 각 분야 전문가 대거 발탁
시민들은 개방성·다양성 더욱 확대해야

대한민국과 부산의 미래를 결정할 ‘운명의 날’이 보름 앞으로 다가왔다. 오는 28일(현지 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지가 최종 결정된다. 현지 분위기와 국내외 전문가들의 각종 판세 분석 결과에 따르면 사우디아라비아의 리야드와 여전히 혼전의 혼전을 거듭하고 있지만 부산이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모든 여건을 감안했을 때 부산이 2030월드엑스포 개최의 최적지라는 사실이 이미 판명 났기 때문이다.

온갖 역경과 난관을 극복하고 7년 후 월드엑스포를 유치하게 되면 부산은 ‘상상을 초월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 약 61조 원의 경제효과와 50만 명의 고용 창출은 물론이고, 6개월의 행사 기간 우리나라 인구와 맞먹는 5000여만 명의 내외국 관광객이 부산을 찾게 된다. 부산은 그야말로 ‘상전벽해’와도 같은 변화를 경험하게 된다.


하지만 월드엑스포 개최 여부와 무관하게 부산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뒀다고 봐야 한다. 부산은 월드엑스포 유치 과정에서 국내는 물론 전 세계에 ‘BUSAN’을 맘껏 알릴 수 있었다. 대한민국의 제2도시에 불과했던 부산이 명실상부한 ‘월드 도시’로 거듭난 것이다. 이제 부산을 모르는 나라가 거의 없을 정도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역대급의 홍보효과를 거둔 셈이다.

국내 상황은 어떤가. 윤석열 대통령은 월드엑스포 유치에 직접 총대를 멨다. 개최지 결정을 앞두고 파리로 넘어가 현장을 총지휘한다. 지난달엔 유엔총회에 참석해 닷새 동안 30분~1시간 간격으로 47개국 정상을 만나 부산을 지지해달라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 뿐 아니라 한덕수 총리를 비롯한 국무위원들에게도 수시로 ‘부산엑스포 전도사’로 나설 것을 지시했다. “역대 대통령 중 윤 대통령처럼 부산에 관심을 가진 현직 대통령이 없었다”는 얘기가 그래서 나온다. 당초 2035년 개항 예정이었던 가덕신공항이 2030년으로 5년 정도 앞당겨진 것에서도 윤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다.

김진표 국회의장도 외국 방문 때마다 해당 국가 지도자들에게 부산 지지를 호소했다. 경기도 출신으로 부산과는 아무런 연고가 없는 그는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엑스포 유치에 매달렸다. 조수미 이정재 BTS 등 세계적 스타들도 ‘부산 홍보’에 적극 가담했다. 이재용(삼성) 최태원(SK) 정의선(현대차) 구광모(LG) 신동빈(롯데) 회장 등 대기업 총수들도 마치 자신들의 일인 양 엑스포 유치에 발 벗고 나섰다.

이 시점에서 월드엑스포 유치에 임하는 우리의 자세를 냉철하게 점검해 보자. 국가 차원의 준비와 달리 부산은 얼마나 충실하게 엑스포 유치에 임해왔는가. 과연 부산시민들은 ‘세계 시민’의 자격을 갖췄는가.

일단 330만 부산시민의 수장인 박형준 부산시장은 호평을 받기에 충분하다. 그는 철저한 준비와 논리적 사고, 국제적인 마인드, 유창한 영어 실력 등을 바탕으로 각국 지도자들에게 부산을 장점을 거의 완벽하게 알렸다. 대부분의 시민이 인정하듯이 ‘이 시기에 다른 사람이 부산시정을 책임지고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이다. 박 시장은 이미 엑스포 성패와 상관없이 ‘대한민국 차기 리더’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정치의 영역으로 들어가면 한숨만 나온다. 부산 국회의원들의 역할을 생각하면 부끄러울 정도이다. 18명의 부산 국회의원 중 외국인과 통역 없이 자유자재로 소통할 수 있거나 국제적인 인맥을 가진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정치인이거나 법조인, 지방자치단체장 출신들로 구성돼 있다. 애당초 엑스포 유치에 힘을 보탤 여력이 없었다는 뜻이다. 그래 놓고선 틈만 나면 엑스포 유치활동을 핑계로 외국에 나갔다.

따라서 내년 총선에선 40명의 부산·울산·경남(PK) 국회의원들의 출신 성향이 더욱 다양해져야 한다. 정치인이나 법조인 출신들을 과감히 줄이고, 기업인, 소상공인, 문화예술인, 외교관, 청년 등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이 여의도로 진출해야 한다. 그래야 어떤 상황에서도 해당 분야의 전문가를 투입해 문제를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부산시민들의 자세 전환도 절실하다. 시민들은 하루빨리 ‘우리끼리’ 사고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엑스포 유치 활동을 계기로 더욱 활성화될 관광산업을 부산 재도약의 발판으로 활용하기 위해선 시민들이 앞장서 문호를 대폭 개방해야 한다.

이제 거의 다 왔다. 종착역이 얼마 남지 않았다. 우리 모두 마지막 에너지를 쏟아 파리에서 엑스포 유치의 승전고를 울려야 한다. 일각에서 얘기되는 것처럼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하면 된다”는 생각을 완전히 버려야 한다. 우리 모두 사즉생의 각오로 엑스포 유치에 올인해야 한다. 그러면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진인사대천명 아닌가.

권기택 서울지사장 ktk@busan.com


권기택 기자 kt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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