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공동체에 주민 협의 더하니 당감·개금 마을 생기 UP[부산형 15분 도시 진단]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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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형 15분 도시 진단] 2. 해피챌린지 1호 가 보니

인구 지속 유입 4만 세대 거주 불구
철도·고가로 막혀 도심지와 단절
특화공간 들락날락·하하센터 조성
문화센터도 주민 사랑방 역할 톡톡

선형공원·숲속 산책로·학교 개방
차 없는 거리·자전거도로도 속도

15분 도시 조성 사업 해피챌린지 1호 대상지인 당감개금생활권 내 부산진구 당감동 서면삼익아파트 옆 왕복 4차로. 이곳은 차량을 위한 도로 대신 보행자, 주민을 위한 폭 16m 이상, 길이 300m 규모의 선형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이재찬 기자 chan@ 15분 도시 조성 사업 해피챌린지 1호 대상지인 당감개금생활권 내 부산진구 당감동 서면삼익아파트 옆 왕복 4차로. 이곳은 차량을 위한 도로 대신 보행자, 주민을 위한 폭 16m 이상, 길이 300m 규모의 선형공원으로 탈바꿈한다. 이재찬 기자 chan@

부산형 15분 도시 조성사업을 부산 전역으로 확산시키기 위한 다양한 실험이 이뤄지는 곳, 해피챌린지 사업 1호 대상지 당감개금생활권이다. 부산진구 부암 3동, 당감 1·2·4동, 개금3동 등 5개 동을 포함한 이곳은 총 면적 8.03㎢에 49.6%가 주거지역으로, 총 8만 9695명이 3만 9471세대를 이뤄 거주하는 주거형 생활권이다.

생활체육시설과 도시공원 등 12개 필수시설이 주거지 기준 500m 이내에 위치해 있어 접근성은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일부지역을 제외한 대부분의 주거지가 백양산 자락 경사지에 형성돼 있고 백양대로와 관문대로, 가야철도시설과 동서고가로 등과 맞붙어 있어 주민들의 이동에 단절이 심각하다.

대신 전통적으로 인구 유입은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부암동과 개금동을 중심으로 대형 공동주택단지가 입지해 있고, 오래된 아파트 3곳이 재건축·재개발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어린이를 포함한 가족 인구가 많다. 이 때문에 초등학교 10곳, 중학교 7곳, 고등학교 4곳 등 총 21개의 학교가 위치해 있다. 이와 함께 이른바 ‘산동네’ ‘화장터’라고 불리던 시절부터 이곳에 터를 잡아 온 노년층 인구가 많아 초고령 지역으로 꼽히기도 한다.


■주민과 함께 만드는 ‘생활권 UP’

부산시는 15분 도시 조성을 위한 제1차 해피챌린지 사업을 지난해 6월부터 시작했다. 부산의 16개 구군을 대상으로 사업 설명회를 열고 대상지 선정 작업을 거쳐 첫 번째 시범권역으로 당감개금생활권을 확정했다.

같은 해 9월에는 이 지역에 적용할 사업과제를 발굴하기 위해 학교, 시장, 공동주택 등을 주도하는 주민 145명을 대상으로 논의체(거버넌스)를 집중 운영했다. 주민들은 총 다섯 번의 회의에서 통학로 확충, 벽화 조성, 입면 녹화 사업 등 걷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줄 것을 요구했다. 지역에 특히 많은 학교를 거점으로 보행로를 안전하게 연결하고, 학교의 유휴 공간을 주민들에게 일정 정도 개방하는 방안을 찾아달라고 했다. 또 활용도가 낮은 공공시설을 찾아 공동육아 공간 등으로 만들어 주면 좋겠다는 의견도 나왔다.


부산시 15분도시기획단은 주민 요구사항과 전문가 자문을 수렴해 당감개금생활권의 15분 도시 전략과제로 차 없는 거리 만들기, 공공시설 복합활용, 학교 개방, 선형공원 조성, 숲속산책로 조성, 개인형 교통수단(PM·Personal Mobility) 활성화 등을 추렸다.

주민 이동이 밀집되는 지역에 어린이복합문화시설 들락날락 2곳과 신중년·신노년층 특화 공간인 하하센터 1곳을 신설해 세대별·세대간 교류가 가능하게 하고, 도시철도가 연결되지 않는 경사형 주거지 특성을 반영해 14.3km 길이의 자전거·PM 전용도로를 개설할 계획이다.


지난 9일 오후 부산진구생활문화센터에서 주민 동아리 ‘목창’과 ‘난생처음 클래식 기타’ 팀이 팝송 부르기와 기타 강습 수업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지난 9일 오후 부산진구생활문화센터에서 주민 동아리 ‘목창’과 ‘난생처음 클래식 기타’ 팀이 팝송 부르기와 기타 강습 수업을 하고 있다. 이재찬 기자

■이웃·공동체가 살아있는 당감개금

당감개금생활권은 공동체 활동이 활발한 편이다. 지난해 1월 문을 연 부산진구생활문화센터는 이곳 주민들의 사랑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짐볼요가, 저녁 남성요가, 금요 스케치, 문학기행, 클래식 기타, 팝스 잉글리시, 힐링 명상 태극권, 방송댄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동아리 활동이 진행된다. 부산진구 주민들이 만든 동아리는 장소를 빌려 사용할 수 있다. 센터 내 백양산애작은도서관이 여는 독서 행사, 센터의 주말 작은음악회 행사 등도 열린다. 인근 주민복지센터나 주민 단체들과 함께 매년 가을 백양산가족공원에서 마을 행사도 열고 있다.

15분 도시 거버넌스에 참여하고 있는 김민진 센터장은 “주민들에게 늘 열린 공간을 지향한다. 일방적인 프로그램 제공 방식이 아니라 주민들이 만든 동아리에 공간 대여를 더 많이 하고 있다”면서 “내년에 이 지역 아파트로 이사할 분들이 전화로 이용 방법을 묻기도 하는 등 반응이 뜨겁다. 가까이에 이런 주민 공간이 더 많아져야 한다”고 말했다.

백양마을 회원이면서 센터에서 문학기행 등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는 정연봉(64) 씨는 “9년째 여기서 1인 가구로 살고 있다. 주택이 자산이 아닌 주거의 개념이 되면, 여기처럼 따뜻하고 활기찬 동네에서 이웃들과 어울리는 일상이 정말 행복하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라며 “부산시 15분 도시도 비슷한 함의를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우리 센터 인근 도로에도 몇 년 뒤면 선형공원이 생긴다는데, 거기서 음악회며 마을 축제도 열고 야외수업도 하는 상상을 해본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부산시 15분도시기획단 김소영 단장은 “부산형 15분 도시는 일상에서 공동체를 발견하며 삶의 방식을 바꾸는 인식 전환이 핵심”이라며 “주민들의 적극적인 정책 참여 또한 중요해서 구군별 비전투어와 공감정책단·자문위원회 운영 등을 지속해서 확대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mis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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