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공연 마다 않은 스칼라 극장… 부산오페라하우스도 배워야 [로컬이 미래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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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 문화도시 5. 이탈리아 밀라노

이탈리아 문화 상징 스칼라 극장
2015년 엑스포 기간 다양한 공연
공원·성당 등 곳곳에서 저력 발휘
예술단체와 협업·유치 홍보대사

부산엑스포 중심축 오페라하우스
스칼라 극장처럼 특별한 공연 필요

지난 9월 25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무대와 객석. 지난 9월 25일 이탈리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무대와 객석.

세계적인 오페라 극장이 다시금 증명했다. 이탈리아 밀라노가 ‘문화도시’란 걸 세계에 또 각인시켰다. 2015년 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기간에 스칼라 극장은 내부 공연만 찬사를 받은 게 아니었다. 세계박람회를 찾은 외국인 방문객을 위해 거리 공연도 마다하지 않았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유치에 나선 부산은 문화도시로 한 단계 나아갈 기로에 섰다. 2026년 북항에 완공 예정인 부산오페라하우스가 중심축으로 꼽힌다. 세계박람회뿐 아니라 평소에도 양질의 문화·예술 공연을 선보일 역량이 중요하다. 월드엑스포가 실현되면 스칼라 극장처럼 특별한 프로그램을 선보이려는 노력도 필수적이다.

라 스칼라 극장 복도에 있는 푸치니 동상. 라 스칼라 극장 복도에 있는 푸치니 동상.

역사와 전통 간직한 극장

지난 9월 25일 오전 밀라노 라 스칼라 극장. 수수한 외관과 달리 극장 내부는 천장부터 화려한 샹들리에가 달려 있었다. 붉은 벽지로 된 박스석 주변에 은은한 조명이 비췄고, 무대를 마주하는 ‘로열 박스석’ 등에 화려한 문양이 붙어 있었다. 1층 객석뿐 아니라 7층까지 이어진 박스석과 갤러리석 등은 2000여 명을 수용할 규모였다.

1778년 개관한 극장은 이탈리아 문화의 상징이 된 공간이다. 로시니, 벨리니, 도니체티, 베르디, 푸치니 등 이탈리아 대표 오페라 작곡가 작품을 초연했다. 세계적 성악가 루치아노 파바로티와 아르투로 토스카니니, 클라우디오 아바도 등 시대를 대표한 지휘자들도 무대에 올랐다. 스칼라 극장은 새로운 시즌이 시작하는 12월 7일마다 매년 큰 관심을 받고, 해외에서도 900회 이상 공연을 펼쳤다.

라 스칼라 극장 직원들이 무대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라 스칼라 극장 직원들이 무대 설치 작업을 하고 있다.

극장을 찾은 9월 25일에는 다음 날 열릴 ‘백조의 호수’ 발레 공연을 위한 무대 준비가 한창이었다. 20개 의자만 놓인 로열 박스석으로 안내한 스칼라 극장 직원 사라 씨는 “옛날에는 귀족들이 먹고 마시면서 밤을 보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며 “지금도 고위층이 이 공간을 주로 찾는다”고 했다. 그는 “스칼라 극장은 ‘시야 제한석’이 있는 위층에서도 관객 평가가 냉정하기로 유명하다”며 “비난과 야유를 즉각적으로 보내기에 오페라 가수에게 두려운 무대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오랜 전통과 함께 극장 시설에 대한 설명도 이어졌다. 무대 밑을 보여준 사라 씨는 “퍼즐처럼 무대 장치 등을 움직일 수 있는 넓은 공간이 지하와 무대 뒤에 있다”며 “1주일에 3개 공연을 동시에 준비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극장 천장에 보이는 샹들리에는 유럽에서 가장 큰 것 중 하나”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이러한 극장에서 세계적 지휘자 주빈 메타, 피아니스트 이고르 레빗 등도 지난달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라 스칼라 극장 무대 앞 오케스트라 공간. 라 스칼라 극장 무대 앞 오케스트라 공간.

■ 엑스포를 위한 특별 공연

스칼라 극장은 2015 밀라노 월드엑스포에 여러 방면으로 기여했다. 세계적 명성이 있었기에 유치전부터 힘을 보탰다. 스칼라 극장 파올로 베사나 홍보국장은 “라 스칼라 필하모닉 오케스트라가 문화 홍보대사 역할을 했다”며 “월드엑스포 투표권이 있는 나라를 찾아 공연을 했다”고 회상했다.

2015년 월드엑스포 기간에는 다양한 공연을 선보였다. 그해 5월 푸치니 오페라 ‘투란도트’가 시작됐다. ‘엘 시스테마’와 협업해 여러 남미 오케스트라도 초청했다. 현 LA 필하모닉 상임지휘자인 구스타보 두다멜도 밀라노를 찾아 무대에 올랐다. 베사나 국장은 “엑스포 기간에 항상 공연을 하면 좋겠다는 요청을 받았다”며 “평소 7월에 극장 문을 닫고, 9월에 다시 문을 열었는데 그해 여름에는 공연이 계속됐다”고 했다.

라 스칼라 극장 ‘로열 박스석’을 포함한 관람 공간. 라 스칼라 극장 ‘로열 박스석’을 포함한 관람 공간.

도심 곳곳에서 공연을 펼치기도 했다. 밀라노 합창단 등 도시 예술단체와 협업했고, 공원과 성당 등 다양한 공간을 찾아갔다. 베사나 국장은 “엑스포 관광객이 극장을 찾는 비율은 평소 패션 사업 관계자만큼 높지 않았다”며 “대신 많은 방문객이 성당이나 공원 풀밭 등에서 관객석 없이 선보인 공연을 자연스럽게 즐겼다”고 했다. 그는 “엑스포 기간에 공연을 추가로 기획한 극장은 정부 지원금을 더 받았다”며 “엑스포를 계기로 해외 관광객이 늘어나면서 스칼라 극장을 포함한 문화 기관이 성장하는 데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라 스칼라 극장 파올로 베사나 홍보국장. 라 스칼라 극장 파올로 베사나 홍보국장.

접근성 높여야 할 부산

스칼라 극장은 예술감독이 시즌 프로그램을 선정한다. 부산오페라하우스는 올해 라 스칼라 필하모닉 명예지휘자가 된 정명훈이 초대 예술감독으로 위촉됐다. 베사나 국장은 “(세계적 반열에 오르려면) 총괄할 예술감독이 뛰어난 능력을 갖춘 인물인 게 중요하다”며 “정명훈이 최고의 지휘자라 점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고 했다.

부산은 오페라하우스에 접근성을 높이는 게 시급하다고 했다. 그는 “초창기에 홍보도 중요하지만,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면 접근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푯값이 높아 극장 곳곳이 비는 것보다 객석을 다 채우는 데 목표를 두고 매출을 올리는 게 좋을 것”이고 조언했다.


라 스칼라 극장 관계자가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라 스칼라 극장 관계자가 피아노를 조율하고 있다.

극장에 머물 시간을 늘리고, 지속 가능한 발전 방안을 찾는 것도 중요하다고 했다. 베사나 국장은 “콘퍼런스나 다른 연주회 등을 열어 방문 시간을 늘리는 게 좋을 것”이라며 “여가를 즐길 식당 등 다양한 시설도 도움이 될 거라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지속 가능한 운영이 가능할 수 있도록 다음 세대를 위한 교육적인 부분에도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스칼라 극장은 수백 년 동안 쌓아온 도시의 상징이자 유산이다. 베사나 국장은 “스칼라 극장은 작곡가뿐 아니라 출판사와 악보사 등과도 가까웠다”며 “지역 음악계에서 다양한 사람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한 부분”이라고 밝혔다.

라 스칼라 극장 복도에 있는 로시니 동상. 라 스칼라 극장 복도에 있는 로시니 동상.

밀라노(이탈리아)/글·사진=이우영 기자


※본 취재는 부산광역시 지역신문발전지원 보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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