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글라데시 진출한 부산 토건업체…‘표준 기술’ 지정 기대감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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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길토건, 제방 건설 계약 체결
중국·인도 저가 공세 제치고 채택
도로 제작기술도 국가 표준 기대

한길토건(주) 관계자들이 방글라데시 정부 인사들과 제방 건설 관련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길토건 제공 한길토건(주) 관계자들이 방글라데시 정부 인사들과 제방 건설 관련 계약을 체결한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한길토건 제공

부산지역 전문건설업체의 하천 제방 기술이 방글라데시로 수출돼 ‘표준 기술’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부산의 전문건설회사 한길토건(주)은 최근 방글라데시 정부와 13억 원 규모의 제방을 건설하기로 계약을 맺었다고 20일 밝혔다. 사업 대상지는 ‘수남간지’라는 곳으로 우리나라의 광역자치단체와 비슷한 행정구역이다. 향후 추진되는 계약까지 하면 60억 원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방글라데시는 4월부터 10월까지 6개월 간 우기가 이어진다. 우기동안 강이 수시로 범람하는데 방글라데시의 기술력이 부족해 매년 제방을 보수해야 하는 상황이다. 수남간지에서도 매년 5000km씩 제방 보수 공사를 진행하며 이를 위해 지역 내 노동 인구의 80%가 두 달 동안 제방 정비 사업에 동원돼야 한다.

한길토건 이광수 CTO(최고 기술 관리자)는 “한길토건의 제방 기술을 사용하면 보수 공사 없이 20년은 거뜬히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방글라데시 정부와 논의를 마쳤으며, 방글라데시 최고 석학이 모여 있는 다카 대학 교수들과 함께 태스크포스(TF)팀을 꾸려 국가 표준을 바꾸는 작업도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길토건은 새만금, 낙동강, 한강 등의 제방 작업을 성공적으로 마친 성과가 있다. 방글라데시는 국토 자체가 평지에 가까워 유속이 매우 느리다. 그럼에도 기술력이 부족해 매년 유실이 일어나고 있다.

산악 지형이 대부분인데다 갯벌도 많은 한국에서 제방이 유실 없이 유지되는 것을 본 방글라데시 관계자들은 큰 만족감을 드러냈다. 게다가 이들은 한국의 ‘새마을 운동’에 높은 관심을 보였다. 제방 보수 공사에 연례 행사처럼 투입돼 왔던 방글라데시 주민들이 새마을 운동처럼 지역을 위한 다른 기간 사업에 뛰어들 수 있다는 점도 높게 샀다.

이광수 CTO는 “방글라데시 정부와 논의를 이어가는 도중 비슷한 장비를 사용하는 중국, 인도 등에서 저가 공세를 펼쳤지만 이를 이겨냈다”며 “다카 대학 교수들이 ‘가격은 조금 비싸더라도 실적과 연구 자료가 풍부한 곳을 정하는 게 맞다’는 의견을 낸 덕분”이라고 말했다.

또한 한길토건은 골재 없이 도로를 만드는 기술을 보유 중인데 이 기술도 방글라데시 시범 사업에 선정됐다. 방글라데시는 산이 없어 골재가 부족하다. 골재를 모두 인도 등에서 수입해야 하는데 한국의 4배 이상 가격이다. 시범 사업에서 좋은 성과를 낸다면 한길토건은 하천 제방 기술에 이어 도로 사업에서도 표준이 될 가능성이 있다.

한길토건 김복종 대표는 “그동안 한길토건은 한국건설 기술연구원과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연구개발비에 투자를 했다. 이 같은 성과를 내게 되어 매우 기쁘다”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도록 앞으로도 기술 개발에 더욱 매진하겠다”고 말했다.


장병진·안준영 기자 joyful@busan.com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 장병진 기자 joyfu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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