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인근 공기에서도 녹조 독소 검출… "사회 재난 더 이상 방치 말라"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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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대학 연구진 조사 결과 발표
지난해보다 2배 먼 곳 지역에서도 검출
마이크로시스틴 공기 중 유해 기준 없어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 낙동강 관련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낙동강 공기 중 녹조 독소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 낙동강 관련 환경단체 관계자들이 21일 서울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낙동강 공기 중 녹조 독소 조사’ 결과를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정부에 대책을 촉구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제공

낙동강에서 발생한 녹조의 독성물질이 주변 아파트와 학교 등 일상생활 공간의 공기 중에서도 검출됐다. 특히 낙동강에서 직선거리로 약 4km 떨어진 지점에서도 확인돼 낙동강 오염 수준이 환경 재앙을 넘어 사회 재난이 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낙동강 지역 환경단체인 낙동강네트워크·대한하천학회·환경운동연합 등은 21일 서울 중구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 주변 지역의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녹조 원인인 유해 남세균이 만들어내는 독성 물질이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2010년 동물 실험 결과를 바탕으로 이 물질을 인간에게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로 분류했다.

환경단체들은 창원대, 부경대 연구진이 지난 6~10월 경남 양산시, 창원시 등 낙동강 주변 지역과 영주댐 인근 마을, 우포늪 등 40여 개 지점에서 공기를 포집·분석해, 녹조 물질인 남세균 독소를 검출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사에서는 낙동강에서 직선거리로 3.7km 떨어진 양산시 물금읍의 한 아파트 실내에서도 0.54ng/㎥(1세제곱미터 당 나노그램)의 남세균 독소가 검출됐다. 지난해 최장 거리(1.17km)보다 두 배 이상 먼 곳에서 녹조 독소가 확인된 것이다. 남세균 독소는 녹조 원인 생물로 미량으로도 간독성, 신경독성, 뇌 질환 등을 유발할 수 있는 유해성을 지니고 있다.

가장 고농도로 검출된 곳은 창녕합천보 지역으로, 남세균에 함유된 총 마이크로시스틴(MCs) 농도가 최고 4.13ng/㎥를 기록했다. 마이크로시스틴은 청산가리의 100배 이상 독성을 가진 위험물질로 알려져 있다. 해외 사례와 비교해봐도, 이번에 검출된 최고 농도는 2015년 미국 뉴햄프셔주 강에서 측정된 공기 중 최고 농도(0.384ng/㎥)에 비해서도 약 10.8배나 높다.

이밖에 낙동강에서 3.2km 떨어진 창원시의 한 학교 옥상을 비롯해 전체 조사 지점의 80%가 넘는 35곳에서 최저 0.18ng/㎥가 넘는 녹조 독소가 검출됐다. 특히 올해 녹조가 번성했던 영주댐 주변 마을 두 곳에서는 두 차례 조사에서 모두 검출됐다.

환경단체들은 세계적으로 인정하는 공기 중 마이크로시스틴의 유해성 기준치는 없지만, 여러 논문을 통해 체내에 흡입되고 호흡기 질환을 일으킨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임희자 낙동강네트워크 공동집행위원장은 “다수의 학교와 병원 등이 들어선 주거밀집지역에서도 유해 물질이 뚜렷하게 검출됐다는 것은 성인은 물론 미래세대와 사회적 약자까지 위험에 노출됐다는 뜻”이라며 “정부가 낙동강 보 수문을 개방해 자연성을 회복하고, 녹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학·관 위원회 등을 구성해 사회 재난으로 확대될 수 있는 이 문제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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