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없는 한반도” 문 정부 최대 치적에서 5년 만에 ‘정지’된 9·19군사합의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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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훈풍 절정이던 2018년 9월 평양정상회담에서 합의
“합의 이후 군사도발 획기적 감소” 야당선 안보 정책 최대 치적 삼아
윤 정부 들어 “우리만 지키느라 군사 대비태세만 약화” 비판 비등
북한에 단호한 메시지 의도 불구 접경지역 긴장 고조 우려도 여전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9월 18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평양 시내를 카퍼레이드하며 평양 시민들에게 손을 들어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9·19 군사합의(‘판문점선언’ 이행을 위한 군사분야 합의서)는 남북관계 훈풍이 절정이던 2018년 9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평양 정상회담에서 도출됐다. 지상과 해상, 공중을 비롯한 모든 공간에서 일체의 적대행위를 중지하도록 한 이 합의를 두고 사실상 ‘불가침 조약’이라는 말이 나왔고, 문 대통령은 “전쟁 없는 한반도가 시작됐다”며 큰 의미를 부여했다. 더불어민주당에선 “합의 이후 북한의 군사 도발이 획기적으로 줄었다”며 문재인 정부 대북 포용정책의 최대 치적으로 삼았다.

그러나 합의 효과는 오래 가지 못했다. 이듬해 2월 북미 정상의 ‘하노이 노딜’ 이후 북미, 남북 관계가 경색 국면으로 접어들면서 북한은 2019년 11월 창린도 일대 해안포 사격으로 합의를 깨기 시작했고, 이후 남북공동 연락사무소를 폭파하는 등 합의를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이 때문에 보수 진영에선 남측만 일방적으로 군사합의를 지키느라 한국군 대비태세가 취약해졌다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서고 대북 정책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이뤄지면서 9·19합의 무용론은 한층 강화됐다. 올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북한이 다시 우리 영토를 침범하는 도발을 일으키면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신원식 국방부 장관은 올해 9월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9·19 군사합의 효력 정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정부는 북한의 이번 3차 군사정찰위성 발사의 대응수단으로 9·19 합의 중 대북 정찰 능력 제한 조항에 관한 효력을 정지하는 데까지 이르렀다.

9·19 합의 일부 조항의 효력을 정지한 것은 남측이 먼저 남북합의 이행 중단을 선언한 첫 사례이기도 하다. 통일부에 따르면 1971년 남북 당국 간 최초로 체결된 ‘적십자 예비회담 진행 절차에 관한 합의서’ 이후 문서로 채택된 남북 합의는 총 258건 중 상당수는 이행되지 않는 등 사문화됐거나 북측의 일방적 파기로 남측만 이행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 측은 이전까지 어떤 형태로든 합의 이행 중단을 공식 선언한 적이 없었다. 중장기적으로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정부가 이번에 처음으로 효력 정지에 나선 것은 우리만 일방적으로 준수하는 합의는 유지되지 않는다는 단호한 대북 메시지를 보내기 위해서라는 평가가 나온다. 정부가 이번 조치를 취하면서 그 기간을 ‘남북 간 상호 신뢰가 회복될 때까지’로 정한 것 또한 북한의 태도 변화를 촉구하기 위함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야당과 남북관계 전문가들 일부는 “이번 조치가 북한을 위축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접경지역 긴장을 고조시키고 안보 불안감이 증폭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전창훈 기자 jc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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