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부산 엑스포 유치에 담긴 희망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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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지연 기획취재부장

월드엑스포 개최지 선정 앞둔 ‘원팀’ 대한민국
엑스포는 수도권 일극주의 병폐 개선할 발판
부산 도약과 대한민국의 성장에 대한 기대
세계 놀라게 하는 뜨거운 유치 열기로 드러나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 발표가 5일 남았다. 엑스포 유치로 부산이 한 단계 도약할 것이라는 희망이 한껏 고조됐다. 유치에 나선 다른 나라에선 볼 수 없는 시민들의 뜨거운 응원이 이어진다.

엑스포 유치 활동 초반만 하더라도 시민들 반응은 뜨뜻미지근했다. 대개는 등록 엑스포와 인정 엑스포가 다른지도 몰랐다. 수십조 원의 경제 가치가 예상된다고 해도 내 살림살이와 동떨어진 일이라 여겼다.

개최지 선정을 코앞에 둔 지금, 시민들의 간절함은 어느 때보다 높다. 청년들이 떠나며 빠르게 쇠퇴하는 도시를 더 늦기 전에 살려야 한다는 절박함이 유치 열기로 나타나고 있다.

한국 전쟁 직후 부산은 대한민국의 자원과 사람이 모여든 곳이었다. 전쟁 폐허에서 억척같이 삶을 이어 나가는 이들의 역동성이 응집한 곳이 부산이었다. 신발 산업을 필두로 한 부산의 공장들은 대한민국 제조업의 전초 기지였고, 부산항은 가난한 나라가 외화를 벌어들이는 창구 역할을 했다. 우리나라 대표 기업인 삼성과 LG그룹의 역사가 사실상 부산에서 시작된 것도 그 때문이다. 한강의 기적 이전, 대한민국을 일으켜 세운 기적이 시작된 곳은 부산이었다.


그 시절 부산을 기억하는 이들은 고향의 쇠락에 자존심이 상한다고 한다. 부산이 예전의 영광을 되찾을 기회를 이미 놓쳤다는 이들도 있다. 부산의 한 공공기관장은 “10년 전만 하더라도 정부 고위 관리를 만나면 부산과 인연이 없는 이들이 거의 없었는데, 지금은 서울 토박이가 상당수”라며 “서울 이외는 모두 시골로 생각하는 이들이 중앙 정부를 장악한다면 지방이 뭘 더 할 수 있겠냐”고 푸념했다.

그의 말을 증명이라도 하듯 최근 한 정부기관 부사장은 부산을 ‘촌 동네’로 표현해 물의를 일으켰다. 그를 비롯해 수도권 인사들은 종종 지방에 대한 단편적인 인식을 별 문제의식 없이 드러낸다. 지역균형발전 정책은 나라 곳간을 위협하는 ‘포퓰리즘식 퍼주기 정책’으로 수시로 비난받는다. 인천공항을 중심으로 한 ‘항공 마피아’와 수도권 일부 언론들은 세계적인 항만 인프라와 연계될 가덕신공항을 ‘멸치 말리는 공항’으로 비하하며 ‘시골에서 공항을 이용해봤자 얼마나 하겠냐’식의 논리를 퍼뜨린다. 지방 소멸이 가속화하자 지역균형발전 정책의 무용론을 펼치며 이미 많은 사람이 거주하는 수도권 개발로 눈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마저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다.

지방 소멸이 지방 사람들에게만 우울한 일일까? 2022년 기준 우리나라 인구 절반(50.2%)이 수도권 거주한다. 특히 20~40대 청년 인구의 54.5%가 수도권에 산다. 진학과 일자리, 더 나은 문화와 생활 인프라를 누리기 위해 청년들이 수도권으로 이동한 영향이다.

과밀 지역에는 필연적으로 심각한 주거 문제가 발생한다. 천정부지로 치솟은 서울의 집값은 청년들의 결혼을 막고, 이는 저출산 문제로 이어진다. 대한민국이 당면한 가장 위협적인 과제인 저출산과 고령화 현상은 수도권 일극주의의 부산물이다.

서울의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0.53으로, 전국 17개 광역 시도 중 가장 낮다. 서울의 출생률이 전국 최저 수준이라는 통계는 의미심장하다. 한정된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초과밀 도시는 지속가능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 지역균형발전의 새로운 전기가 될 부산 엑스포 유치는 어쩌면 서울 시민이 간절히 바라야 할 일이다. 인구 감소와 수도권 과밀 속도를 보면 대한민국은 도시 국가 규모의 나라로 쪼그라들 위기에 처했다.

엑스포 개최의 경제적 파급 규모를 가늠하기 어렵다고 할지라도, 부산 엑스포를 통해 지역의 관광 인프라 개선을 예측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이미 불가역적인 단계인 가덕신공항 건설도 엑스포 유치가 확정된다면, 동북아시아의 핵심 관문 공항 역할에 날개가 달릴 것이다. 북항을 중심으로 노후화한 원도심이 대변화를 겪으며 부산의 얼굴은 또다시 바뀔 것이다.

엑스포 유치 염원은 엑스포 자체가 아니라 부산의 도약, 더 나아가 대한민국의 성장을 바라는 마음이다. 엑스포 유치에 성공하면 부산을 중심으로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드는 실험에 국력을 모을 수 있다. 만약 그 반대의 경우라도, 엑스포 유치 염원에 담긴 희망은 버릴 수 없다. 그 바람이 얼마나 간절한지를 시민들의 열렬한 응원 열기가 말해준다.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넘버 원’ 대한민국 부산이 2030월드엑스포 개최지로 호명되길 온 마음을 다해 기원한다.


송지연 기자 sj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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