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3D 진주대첩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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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주성은 삼국시대부터 외적을 막기 위해 만든 유서 깊은 성이다. 백제 때 ‘거열성’, 통일신라 때 ‘만흥산성’, 고려 때 ‘촉석성’이라 했다가 조선시대부터 ‘진주성’ ‘진양성’으로 불렀다. 원래는 흙으로 쌓은 토성이었다. 고려 말에 돌로 된 석성으로 개축한 것은 잦은 왜구의 침범에 대비하기 위해서였다. 곡창 지대 전라도로 통하는 길목이라 공민왕은 성을 일곱 차례나 고쳐 쌓아 왜구 방비의 기지로 삼았다. 임진왜란이 일어난 직후 성 중앙에는 남북으로 내성까지 축조됐다. 아니나 다를까, 진주성은 임란 최대 격전지 중 하나가 된다.

왜군이 쳐들어온 건 1592년 음력 10월 5일. 진주성은 앞에 남강이 흐르고 후방 삼면에 넓고 깊은 해자가 있어 방어력이 높은 곳이었다. 하지만 최신 무기로 무장한 왜군은 성을 공격하는 공성전 능력에서 당대 최강이었다. 수천 개의 대나무 다리를 통한 왜군들의 거센 공격에 조선군은 화약을 장치한 신기전을 쏘고 끓는 물과 큰 돌을 던지며 필사적으로 대항했다. 6일간의 대접전은 왜군의 패퇴로 마무리됐다. 3800명 병력으로 2만여 명의 왜군을 물리친 1차 진주성 전투, 곧 진주대첩이다. 이듬해 6월 왜군들의 대대적인 2차 침공 앞에 끝내 진주성이 함락되기 전의 일이다.

진주대첩은 권율의 행주대첩, 이순신의 한산도대첩과 함께 임란 3대 대첩으로 불리지만 인지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하지만 여러 측면에서 제대로 된 연구와 재조명, 평가가 필요하다. 조선군이 육지 전투에서 최초로 수성에 성공했다는 점, 군대와 민중, 관군과 의병이 협력했다는 점 등에서 그렇다.

진주대첩의 승전일은 1592년 음력 10월 10일, 올해로 치면 양력 11월 22일이다. 승전 431주년을 기념해 국립진주박물관이 3D 입체영화 ‘진주대첩’을 제작해 이날부터 상영에 들어갔다. 진주박물관은 국내 유일의 임진왜란 전문박물관으로 이름 높다. 철저한 고증과 실감 나는 전쟁 영상을 담은 유튜브 채널로도 인기를 끌고 있다. 이번 3D 작품은 한층 고도화된 그래픽 기술이 뒷받침돼 실제 전투를 눈앞에서 보는 듯 생생하고 박진감이 넘친다. 조선의 화약 무기나 병사들의 무구와 관련된 최근 연구 성과까지 반영해 고증과 재미를 동시에 잡았다는 평가다.

전쟁 위기가 주는 급박함, 목숨을 바친 선조들의 결기, 평화의 간절함과 소중함까지 역사가 품는 현재적 의미를 느껴보고자 한다면 3D 체험도 좋은 방편이 될 듯하다.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김건수 논설위원 kswoo33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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