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울산도 뚫렸다… 빈대 출현 소식에 ‘비상’(종합)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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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각 가정에 예방법 배포
교통공사, 진공흡착청소 실시
중구, 관련 조례 발 빠른 통과
천 방석 제공 사찰도 바짝 긴장

빈대 예방을 위한 전동차 내 진공흡착청소. 부산교통공사 제공 빈대 예방을 위한 전동차 내 진공흡착청소. 부산교통공사 제공

“부산도 이제 뚫렸구나.”

초등학생 아들 둘을 키우고 있는 김미영(42) 씨는 부산 첫 빈대 출몰 소식을 접하자마자 방방마다 침구를 다 걷어내 세탁기에 넣고 뜨거운 물로 돌렸다. 부산도 머지 않았다고 걱정만 해왔는데, 집 앞까지 다다랐다고 생각하니 집안 곳곳을 샅샅이 훑지 않을 수 없었다. 김 씨는 “택배 상자에도 딸려 들어온다고 들었는데 이제 다회용 택배상자를 쓰는 곳에 주문을 하기도 꺼려진다”면서 “오죽하면 빈대 잡다 초가삼간 다 태운다는 말이 나왔을까 싶어 걱정이 된다. 코로나 가니, 빈대가 왔구나 싶다”고 한숨을 쉬었다.

부산에서도 사하구의 한 주택에서 첫 빈대가 출몰한 것으로 공식 확인되면서 공공시설은 물론 각 가정에도 비상이 걸렸다. 울산 울주군 온산읍 덕신리 한 원룸에서도 최근 빈대가 확인됐다.

오랜 시간 공동생활을 하는 유치원 등에서는 빈대 방제 방법과 빈대 예방법을 각 가정에 배포하고 나섰다. 해운대 한 유치원에서는 학부모 공지사항으로 질병관리청에서 받은 빈대 방제법 등을 배포하고, 최근 부산에서도 빈대가 발견된 만큼 각별한 주의를 당부했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송명원(36) 씨는 “최근 아이가 몸 전체를 긁어대 건조해진 계절 탓이겠거니 생각했는데, 부산에서 빈대가 나왔다고 하니 혹시 빈대 때문은 아닌지 걱정이 된다”면서 “나 혼자 조심한다고 될 일이 아니란 건 알지만, 남편에게 지하철 의자에도 앉지 말라고 일러둔 상태”라고 말했다.

부산교통공사는 이달 중 전문방역업체를 통해 빈대 서식 유무를 정밀 진단할 계획이다. 또 월 4회 전 좌석 진공흡착청소를 실시하는 등 빈대 퇴치에 나섰다.

천 방석을 제공하는 사찰도 바짝 긴장한 상태다. 금정구의 대형 사찰인 범어사 관계자는 “범어사의 경우 전국에서 많은 사람이 찾는 절이다 보니 특히 방석 등에 대한 걱정이 크다”며 “주기적으로 법당에서 일괄 소독을 하고 있지만 부산 첫 빈대 이야기가 나온 이후 청소와 소독에 더욱 신경을 쓰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시는 22일 16개 구·군 보건 담당자들을 소집해 회의를 열고 대책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당장 부산에서 처음으로 빈대가 확인된 사하구에서는 예비비 1570만 원을 투입해 스팀기, 약품을 구매하는 등 빈대 방역 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사하구청은 “빈대 발생 신고가 접수되면 빈대 퇴치팀을 현장에 보내 확인하고 방역할 계획”이라면서 “빈대 취약시설인 쪽방이나 고시촌, 노숙인 시설 등에는 보건소와 협업해 대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해운대구청은 모든 동에 배포하기 위한 방역 약품을 구매해놨고, 시 지침이 정해지는 대로 이를 배포할 예정이다. 동구청은 따로 빈대 콜센터 운영도 검토하고 있다. 수영구청은 수영구 내 공중위생업소를 전수조사해 빈대 예방활동을 강화하기로 했다. 중구에서는 최학철 의원이 발의한 '부산광역시 중구 법정감염병 외 방역 지원에 관한 조례'를 22일 본회의에서 빠르게 통과시켰다. 조례는 빈대 등 해충으로부터 특히 취약한 세대와 노후 주거공간 등에 방문 방역을 지원하는 내용 등을 담고 있다.

해운대와 부산역의 호텔 등 숙박업소에서도 방문객들이 입실하기 전 호텔 내부에 해충 박멸 약품을 수시로 뿌리는가 하면 퇴실 후에도 고온 스팀다리미 등을 활용한 열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해외 빈대 유입 가능성이 높은 김해공항도 ‘빈대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한국공항공사 부산지역본부는 지난 21일부터 기존 월 6회 실시하던 공항 방역 소독 작업을 월 8회로 강화한 데 이어 빈대가 서식하기 좋은 의자 아래와 휴게실, 수하물 수취장 등 공항 곳곳에 빈대를 유인해 출현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빈대 전용 모니터링 트랩’도 이번 주 설치할 예정이다.

각 분야마다 빈대 퇴치에 힘쓰고 있지만, 개인 차원의 방역이 힘든 데 대한 한계도 지적된다. (사)대한숙박업중앙회 남수영지부 관계자는 “민간 방역업체에 빈대 구제를 맡길 경우 객실당 70만 원을 요구한다”며 “지금은 조금 더 꼼꼼하게 방역하는 수준인데, 만약 빈대가 발생할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자영업자들은 개별적인 빈대 살충제 보급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달 환경부는 전문 방역업자에 한해서만 살충제 8종을 긴급 사용 승인했다. 그러나 가정용은 엄격한 검증을 통해 추후 승인이 완료될 예정이다.

한편, 빈대 공포가 한 달째 이어지면서 최근 살충제 등 퇴치용품을 구하기 위한 온라인 쇼핑과 해외 직구도 급증했다. 22일 가격비교 사이트 다나와에 따르면 이달 1∼19일 살충·방충제 온라인쇼핑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1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 손희문 기자 moonsla@busan.com , 박지훈 기자 lionki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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