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준위 특별법’ 또 심사 보류… 골든타임 놓칠라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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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산자위 소위서 이견 극복 못해
이달 내 통과 못하면 자동 폐기 우려
양당 지도부 차원의 막판 합의 기대
핵폐기물 저장소 포화 수순 주민 불안
국힘 "법안 조속한 처리 힘 모아야"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관리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 연합뉴스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핵폐기물) 영구저장시설 마련 근거를 담은 ‘고준위 특별법’ 처리가 국회에서 공회전을 반복하고 있다.

논의의 ‘골든 타임’으로 꼽힌 22일 상임위 법안심사소위에서도 여야는 이견을 극복하지 못했다. 거대 야당의 ‘탈 원전’ 기조가 맞물린 결과로, 법안 표류와 함께 원자력발전소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가 포화 단계에 접어들면서 지역민의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고준위 특별법을 논의했다. 하지만 핵심 쟁점으로 꼽혔던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와 ‘방폐장 확보 시점 명시’ 등을 두고 여야는 평행선을 달렸다. 지난 1년간 10여 차례의 회의에도 이견을 좁히지 못했던 쟁점이다. 여야는 이날도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법안 심사를 보류했다. 위원들은 고준위 특별법 논의에 정치적 판단이 섞여 있는 만큼 양당 지도부 차원의 정무적 판단에 맡기기로 하고 이달 말께 열리는 법안소위에서 다시 상정, 심사하기로 했다.

여야가 지도부에 바통을 넘기면서 법안 통과는 더욱 안갯속에 빠졌다는 분석이다. 법안이 법제사법위원회를 거쳐 본회의에 오르는 절차를 감안했을 때 이달 내 소위 통과가 전제되지 않으면 향후 총선 정국 등과 맞물려 법안은 자동 폐기되는 수순이다.

특별법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보관하는 중간저장시설과 영구처분시설 마련의 근거를 담는다. 부지 선정과 함께 이를 전반적으로 담당하는 조직 설립, 유치 지역 지원 방안 등도 포함된다. 정부와 여당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중간저장시설과 최종 처분시설 확보 시점 모두를 명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야당은 최종 처분시설 확보 시점만 명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 규모는 더욱 첨예한 쟁점이다. 정부·여당은 원자로 운영허가가 향후 연장될 가능성 등 ‘계속 운전’을 감안해 운영허가 기간 중 사용 후 핵연료 발생 예측량을 규모 기준으로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야당은 기존 원자로가 설계될 때 명시된 수명 기간까지만 고려해 저장시설을 갖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탈 원전 방향성이 녹아든 의견이다. 현 정부와 지난 정부의 원전 정책이 대립하는 형국인 만큼, 여야 견해 차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이같은 상황 속 원전 부지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는 포화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정부는 현재 가동 중인 원전 내 사용후핵연료 임시 저장소의 포화 수순이 2030년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분석한다. 올 3분기 기준 저장률이 78.7%에 달하는 한빛원전이 2030년, 한울원전은 2031년 포화할 전망이다.

원전을 품고 있는 부산 기장군 등 5곳 지방자치단체는 원전 부지 내 저장시설이 사실상 영구 저장시설이 되지 않을까 우려한다. 특별법 제정으로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의 영구화를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여당은 임시저장시설이 포화 단계에 접어든 만큼 정쟁을 배제하고 조속한 법안 처리에 여야가 힘을 모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국민의힘 박수영 의원은 이날 “고리원전의 임시저장시설이 2032년경 포화될 예정이라 고준위 특별법은 부산시민들에게 무엇보다 시급한 법안이다. 특별법 제정 과정에서 정치적 이념보다 원전이 있는 지역 주민들의 염원이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특별법 제정이 무산될 경우 전체 원전이 멈출 우려가 있고 원전 수출에도 타격이 크다. 정치를 떠나 국가 정책의 연속성과 미래를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특별법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부산환경운동연합은 이날 성명을 내고 “특별법이 통과되면 핵발전소 인접 지역인 부산, 울산, 경주 등은 영구적인 핵폐기장이 될 것”이라며 “핵발전의, 핵발전에 의한, 핵발전을 위한 고준위방사성폐기물 특별법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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