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잡힐라’ 초조한 사우디, 우호 회원국 상대 노골적 표 단속 [2030 엑스포 부산에서!]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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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무기 공개지지 표명 요구
투표자 본국서 직접 파리 파견 요청
우리 정부,파장 우려 속 막판 총력

지난 6월 열린 제172차 BIE 총회에서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오른쪽)의 모습이 사우디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등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 열린 제172차 BIE 총회에서 사우디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오른쪽)의 모습이 사우디 프레젠테이션 화면에 등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개최권을 놓고 대한민국 부산과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우호 표로 분류되는 국제박람회기구(BIE) 회원국들을 상대로 노골적인 표 단속에 나섰다.

투표일이 다가올수록 부산의 추격세가 예상 외로 거세다는 판단에 따른 초조감이 반영된 행보로 보이는데, 우리 정부는 사우디의 공세적 유치 전략이 미칠 영향에 촉각을 곤두세우면서 회원국 지지 확보에 총력을 쏟고 있다.

22일 부산시와 정치권 등에 따르면 사우디는 그동안 막대한 차관과 개발원조기금을 약속하는 등 ‘오일머니’를 무기로 많은 공을 들인 회원국들에 대해 최근 공개 지지 표명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국가가 겉으로는 리야드 지지를 밝히면서도 실제 투표장에서는 부산에 표를 던질 것을 우려해 아예 국제사회에 ‘리야드 지지’를 못 박으라는 것이다.

얼마 전 자메이카, 아이티 등 15개국으로 이뤄진 카리브공동체(CARICOM·카리콤)가 리야드에서 개최된 사우디·카리콤 정상회담 직후 공동성명을 통해 “리야드의 2030엑스포 유치를 지지한다”고 밝혔는데(부산일보 11월 3일자 3면 보도), 이번 공동성명의 배경에는 이 같은 사우디 측의 강력한 요청이 있었다는 것이다.

사우디는 또 리야드 지지 의사를 밝힌 BIE 각국이 본국에서 직접 투표자를 프랑스 파리로 파견할 것도 요청하고 있다고 한다. 2030월드엑스포 개최국 투표는 오는 28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리는 제173차 BIE 총회에서 진행된다. 182개 회원국이 최대 3명의 대표를 총회에 참석시켜 전자 투표 방식으로 한 표를 행사하는 방식이다.

개별 국가들이 어느 도시에 표를 던졌는지 확인할 방법이 없기 때문에 각국 정부의 방침과 달리 해당 국가 대표가 자의적으로 다른 도시에 투표권을 행사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 역시 각국 정부와 파리에 파견 나와 있는 해당 국가 BIE 대사를 동시에 접촉하며 표심을 공략하는 ‘투트랙 유치전’을 펼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혹시 모를 ‘배달 사고’를 우려한 사우디가 각 회원국이 본국에서 직접 투표자를 파견하라고 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현재까지 아프리카와 중남미 등 20개국가량이 사우디의 요청을 수용해 본국에서 투표자를 파견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관계자는 “일단 1차 투표에서는 2위로 올라간 뒤 탈락한 로마 지지표와 부동표를 흡수해 2차 투표에서 역전하겠다는 부산의 전략을 사우디 역시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1차 투표에서 리야드에 표를 던진 국가들이 2차 투표에서 부산으로 돌아서는 것이 사우디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인 만큼, 이 같은 전략에 당하지 않기 위해 회원국들을 상대로 회유와 압박의 양면전술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태우 기자 wideney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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