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 부산의 소극장과 우리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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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석 문화평론가

최근 소극장연극페스티벌 폐막
시민들 행사 무관심 안타까워
다양한 연극 선택권 없는 부산
풀뿌리 소극장 연극 활성화 절실

지난주 11월 18일 ‘2023 부산소극장 연극페스티벌’이 폐막했다. 이 행사는 매년 치러져 11회에 이르렀고 앞으로도 계속될 계획에 있지만, 부산 시민들 대부분은 이러한 행사가 열리고 있는지조차 알지 못한다.

이 페스티벌은 부산 지역 소극장들이 연합하여 연극 공연 계획을 수행하는 축제 행사이다. 부산 지역의 소극장들은 여러 군데 분포하고 있는데, 부경대와 경성대를 중심으로 남구 일대에 상당수 자리 잡고 있고, 수영구 일대에도 일부 존재하며, 멀리 동래구에서도 그 맥을 잇고 있다. 시민들의 이해를 넓히고자 이번 부산소극장 연극페스티벌에 참여한 극단을 간단하게 호명해 보겠다. “열린아트홀(동래구), 나다소극장·공간소극장·하늘바람소극장(이상 남구), 소극장6번출구·액터스소극장·레몬트리소극장(이상 수영구).”]


부산소극장을 모르는 사람들도, 서울소극장에 대해서는 알거나 가본 사람은 꽤 될 것이다. 서울 대학로 때문이다. 일단, 대학로를 방문하면 수많은 극장이 있다는 사실 자체에 놀라고, 그 극장에서 매일 공연이 오르고 있다는 사실에 다시 놀라며, 공연을 보기 위한 관객들이 그렇게 많다는 사실에 역시 놀란다.

대학로는 예전부터 한국 연극의 메카로 기능하면서, 소극장 연극을 꿈꾸는 사람과 소극장 연극을 관람하고 싶어 하는 사람을 맺어주는 역할을 충실히 수행했다. 용돈이 넉넉하지 않은 시절에도 대학로 소극장에서 공연을 보기 위하여 분주하던 젊은 날을 기억하면, 그곳의 숨은 잠재력은 브로드웨이나 런던 극장가에 못지않았다고 해야 한다. 그리고 그 저력은 현재 한국 연극과 영화를 떠받치는 힘으로 부상한 상태이다.

한국 영화는 2000년대를 기점으로 무서운 기세로 성장했다. 객석 점유율뿐만 아니라 작품 완성도에서 그 이전과 확연히 다른 성장세를 보여 주었는데, 그 근저에는 대학로에서 관록을 갈고 닦은 무명 배우들의 힘도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제는, 그들조차 근 20년의 세월을 뒤로 하고, 스타급 혹은 주연급 배우들로 부상한 경우가 상당한데, 그 뒤에도 다시 그만한 세월을 갈고 닦으며 자신의 데뷔와 미래의 활약을 꿈꾸는 인재들이 기다리고 있다. 실제로 부산의 젊은 연극인 혹은 미래의 영화배우를 꿈꾸는 이들 중에서도 대학로에 진출하는 사례는 드물지 않다.

그렇다고 대학로가 단지 한국 영화의 인력 수급처로만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대학로는 그 자체로 연극의 중심이다. 연극을 보고 싶어 하는 이들은 그곳에서 자신이 보고 싶은 연극을 선택할 수 있다. 상업적인 취향이 강한 연극을 선택할 수도 있고, 대작의 풍미를 풍기는 공연을 선택할 수도 있으며, 때로는 음악적 취향이 강하게 묻어나는 음악극류의 작품이나 실험성이 농후한 아방가르드 작품을 선택할 수도 있다. 그중에는 작고 아담한 연극인 소극장 연극을 선택할 기회도 주어진다.

대학로를 보면서, 부산 연극의 현주소 하나를 점검할 수밖에 없다. 부산에는 대학로에 필적하는 제작-공연-관람-관광 시스템이 없다. 인구 규모를 감안해도 당분간 인프라 구축은 힘겨워 보이며, 부산 시민들의 연극 선호도를 고려하면 더 오랫동안 꿈꾸기 어려워 보일 수도 있다. 이것 역시 부산의 선택이니 그 자체로는 존중되어야 마땅하지만, 소극장 연극이 지닌 매력이나 가치를 모르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금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부산의 연극과 극장을 무조건 보호 육성해야 한다는 주장은 어리석은 주장일 수 있겠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에도 분명 함께 호흡하는 연극이 필요하다는 대의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 말은, 그러한 연극 중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이 소극장 연극이라는 뜻도 역시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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