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군사분계선에 무력 전진 배치”… 9·19 합의 끝내 파기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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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성 “군사합의 사문화”
남측 정치군사적 도발행위 강조
민주 “정부 효력 정지 선언 악수”
국힘 “파기 원인 제공자는 북한”
여야 정치권 책임 놓고 공방전

지난 21일 ‘만리경-1호’ 발사 소식을 지켜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지난 21일 ‘만리경-1호’ 발사 소식을 지켜보고 있는 북한 주민들. 연합뉴스

북한이 23일 9·19 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선언했다. 우리 정부가 지난 22일 9·19 군사합의 일부 효력 정지를 선언한 데 대한 대응으로 풀이된다.

북한의 조선중앙통신은 북한 국방성이 23일 성명을 통해 “군사분계선(MDL) 지역에 보다 강력한 무력과 신형 군사 장비들을 전진 배치할 것”이라며 9·19 군사합의에 구속되지 않겠다고 밝혔다고 보도했다.

북한 국방성은 자신들의 정찰위성 발사가 자위권에 해당하는 정당한 주권행사이며, 이를 이유로 군사합의 일부 조항을 효력정지한 남측을 비난했다. 이어 “‘대한민국’것들의 고의적이고 도발적인 책동으로 하여 9·19북남군사분야합의서는 이미 사문화되여 빈껍데기로 된지 오래”라며 자신들의 거듭된 합의 위반 사실은 언급하지 않았다.

그러면서 “‘대한민국’것들은 현 정세를 통제불능의 국면으로 몰아간 저들의 무책임하고 엄중한 정치군사적 도발행위에 대한 대가를 반드시 치러야 한다”며 “북남 사이에 돌이킬 수 없는 충돌사태가 발생하는 경우 전적으로 ‘대한민국’ 것들이 책임지게 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지난 21일 밤 군사정찰위성 1호기 ‘만리경-1호’를 발사했다. 이에 우리 군은 22일 오후 3시를 기해 9·19 남북군사합의 1조 3항의 비행금지구역 설정에 대한 효력 정지를 의결했으며, 즉각 최전방에 감시정찰자산을 투입해 대북 정찰을 재개했다.

남북의 ‘효력 정지’와 ‘파기’ 선언이 이어진 9·19 합의와 관련해선 우리 정치권에서 공방전을 벌어졌다. 9·19 합의를 이끌었던 더불어민주당에선 우리 정부의 효력 정지 선언이 잘못된 선택이었다고 비판했다. 반면 정부와 여권에선 “합의 파기 원인 제공자는 북한”이라며 반박했다.

민주당 김병주 의원은 23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인터뷰에서 “(여권의)9·19 합의에 대한 이해도가 아주 낮다”고 비판했다. 그는 “(여권이)문재인 정부 죽이기 일환으로 정책을 다 없애는 일환으로 보다 보니까 이런 악수를 두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4성 장군 출신으로 9·19 합의 체결 당시에 한미연합사 부사령관을 지내며 합의 체결을 주도했다. 그는 우리 정부의 9·19 합의 정지에 대해 “범법자가 많이 생긴다고 법을 없애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립외교원장을 지낸 홍현익 전 원장도 이날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인터뷰에서 “(효력 정지는)휴전선에 무인기 보내는 효과 외에 (우리 측에) 크게 달라진 게 없다”면서 “실제로 얻는 것은 그렇게 크지 않지만 남북 간 군사충돌이 상시적 위험으로 존재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홍 전 원장은 “(정찰위성 발사에) 9·19 합의를 들이댄 것은 북한이 장거리미사일 쐈다고 해서 박근혜 대통령이 개성공단 닫은 것과 비슷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은 같은 프로그램에서 “군사정찰위성이라는 어마어마한 도발을 했는데도 우리가 가만히 있는다는 게 더 이상하다”면서 “우리가 상응조치로 비례대응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북한 외교관 출신인 태 의원은 “우리가 강경하고 원칙적인 입장을 보였을 때 결국은 북한은 대화로 돌아왔다”면서 “(9·19 합의 관련)이런 조치를 취하면 남과 북이 금방 충돌할 것처럼 (민주당 등이) 이야기하는데 이건 지난 시기에 있었던 상황과는 전혀 다른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윤석열 정부 첫 국방부 차관을 지낸 신범철 전 차관도 이날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 인터뷰에서 “(9·19합의로) 군사분계선 인근 지역에 대한 감시 정찰 능력이 떨어지면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한 것처럼 기습 공격에 취약하게 되는 부분이 있다”면서 “이게 9·19 합의에서 북한이 가장 노렸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종우 기자 kjongwo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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