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혁신위 '험지 출마론'에 '낙동강 방어선’ 흔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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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적으로 야당세 강한 지역
낙동강 벨트 9곳 중 국힘 4곳
개인기 강한 중진 차출 압박
PK 양지라는 혁신위 인식에
지역에선 '총선 자충수' 비판

국민의힘 인요한 혁신위원회가 쏘아 올린 ‘중진 험지 출마론’이 부산, 울산, 경남(PK) 총선판을 뒤흔들고 있다. PK 선거 판도를 결정해 온 낙동강 벨트의 국민의힘 현역들이 그 대상이 되면서다.

하지만 부산 여권에서는 진보세가 상대적으로 강한 이 지역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혁신위원회의 안일한 인식이 총선 자충수가 될 수 있다는 우려마저 나온다.

부산 북강서갑·을, 사상, 사하갑·을, 경남 김해갑·을, 양산갑·을 등 낙동강 벨트 9개 지역구 가운데 더불어민주당에선 3선 민홍철(경남 김해갑) 재선 김정호(김해을), 김두관(경남 양산을), 전재수(북강서갑), 최인호(사하갑) 의원 등 5명이 지키고 있다.

반면 국민의힘 현역이 있는 곳은 4곳에 불과하다. 5선인 조경태(부산 사하을), 3선 김도읍(북강서을), 장제원(사상), 윤영석(경남 양산갑) 의원 등이다.

문제는 이들 모두 국민의힘 혁신위가 험지 출마 대상자로 꼽은 중진이라는 점이다. 혁신위가 영남 중진 의원들의 험지 출마를 요구하는 표면적인 이유는 당 쇄신 때문이다. 보수 텃밭인 영남에서 기득권을 내려놓고 험지에 도전하는 ‘선당후사’ 정신을 보여야 국민 지지는 물론 강서구 보궐선거 패배 후 가라앉은 당내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지역은 ‘보수 텃밭’으로 불리는 영남의 특성과는 달리 진보세가 상대적으로 강하다. 〈부산일보〉가 23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통계시스템을 통해 최근 7년간 7번의 낙동강 벨트 선거 결과를 전수조사한 결과, 2016년 총선 때 사하구를 제외하고는 모든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득표율(총선은 비례정당, 대선·지선·보궐선거는 각 당 대통령·광역단체장 후보 기준)이 각 광역단체(부산·경남) 전체 득표율보다 높았다.

2018년 지방선거에는 민주당이 낙동강 벨트 6곳의 지자체장을 모두 석권하며 강한 진보세를 증명하기도 했다.

낙동강 벨트는 ‘문재인·노무현 정서’가 유달리 강해 보수 정당 후보들이 출마를 꺼려온 곳이다. 그나마 경쟁력이 높다는 젊은 보수 인재도 ‘낙동강 전투’에는 참가하지 않겠다는 분위기가 강하다. 실제로 부산 내 '진짜' 보수 텃밭으로 분류되는 곳에서는 예비출마자가 7~8명까지 거론되지만 낙동강 벨트에는 국민의힘 공천 도전자를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이처럼 낙동강 벨트는 보수에 가혹한 땅이지만 국민의힘 4인방이 자리매김할 수 있었던 데에는 개인기와 인물 경쟁력이 크게 작용했다는 평가가 많다. 4인방의 20대·21대 총선 득표율을 보면, 2016년 20대 국회의원 선거의 장 의원 사례 외에는 모두 비례대표 지지율보다 높은 득표율을 얻었다. 장 의원의 경우도 당시 무소속으로 출마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손수조(26.61%), 민주당 배재정(35.87%) 후보와 3자 대결로 맞붙으면서 37.05% 득표율을 기록한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압승이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낙동강 벨트 9곳 모두 바닥 민심을 탄탄히 다진 재선 이상 의원들로 포진돼 있다”며 “그만큼 인물 개인기가 선거에 크게 영향을 끼치는 지역으로, 국민의힘의 중량감 있는 의원들이 빠져나가면 선거는 민주당에 유리하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혁신위가 여전히 PK를 ‘양지’로 보는 인식을 드러내면서 지역 여권에서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여야가 오차범위 내에서 박빙 승부를 벌이는 만큼 차기에 꾸려질 공천관리위원회도 지역 특성을 이해한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지역 여권 관계자는 “낙동강 벨트는 부울경 선거의 바로미터다. 지금까지 ‘낙동강 전투’에서 이긴 세력이 국내 대부분 선거에서 승리했다”며 “특히 KDB산업은행 부산 이전과 우주항공청 설립 등 여당의 주요 공약 추진이 지지부진한 상황에 낙동강 벨트 중진을 다른 데로 빼내면 PK 총선 결과는 불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이은철 기자 euncheol@busan.com ,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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