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정, 1심서 무기징역…법원 “흉기 111차례나 휘둘러 잔혹”(종합)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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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6월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 정유정(23)이 지난 6월 부산 동래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연합뉴스

과외 앱을 통해 만난 또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4일 오전 살인, 사체손괴, 사체유기, 절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정유정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고 30년간 위치추적장치 부착을 명령했다.

정유정은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50분 부산 금정구에 거주하는 피해자(26) 집에서 흉기를 111차례 휘둘러 피해자를 살해한 뒤 시신을 유기한 혐의를 받는다. 정유정은 피해자의 시신을 훼손한 뒤 시신 일부를 여행용 가방에 담아 경남 양산 낙동강변 인근에 유기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계획적이고 치밀한 범죄로 피고인은 살인을 결심한 뒤 열심히 대상을 물색했고 사체 손괴와 유기 계획까지 세웠다”면서 “피고인은 성장 과정에서 가족에 대한 원망과 분노, 대학 진학과 취업 등 계속된 실패에 따른 무력감과 타인의 삶에 대한 동경을 내면에 쌓아왔고, 이렇게 쌓인 부정적 감정이 범행에 이르게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3월부터 살인 방법이나 사체 유기 방법 등을 집중적으로 인터넷에서 검색했고, 시신 없는 살인사건에 대한 TV 프로그램을 보거나 살인과 관련된 자필 메모를 하기도 했다”며 “피해 대상은 남자거나 가족과 함께 사는 경우에는 즉각 연락을 포기할 정도로 신중히 피해 대상을 물색해 피고인의 주장처럼 우발적으로 살해했다는 진술은 믿을 수 없다”며 양극성 충동장애와 심신미약 등을 주장한 정유정 측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범죄가 주도면밀하고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 엘리베이터를 한층 아래나 위에서 타는 치밀함을 보였고, 피고인의 신체 전반에 걸쳐서 111곳의 손상이 관찰되는 등 잔혹하다”고 설명했다.

또 “피해자는 극도로 잔혹한 방식으로 죽었다. 20대 청년 피해자는 꿈을 펼치지도 못하고 일면식도 없는 피고인의 살인 욕구 실현 때문에 살해됐다. 사회 구성원에게 이유 없이 범행 대상 될 수 있다는 공포를 일으키고 모방 범죄 증가로 불신을 조장해 엄중히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검찰의 사형 구형에 대해서는 “국민의 법 감정상으로도 엄중한 처벌을 내리기에 충분하지만, 20대 나이인 피고인이 피해자에게 진심으로 사죄할 가능성이 없다고 단정하기 힘들다”며 “피고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정당하고 특별한 사정이 존재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보기 어려워 사회로부터 온전히 격리할 수 있는 무기징역을 내리는 게 타당하다고 판단했다”고 판시했다.

이날 정유정은 1시간가량 진행된 1심 선고에서 고개를 숙인 채 앉아 거의 움직이지 않았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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