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찢기고 뚫리고... 정치 현수막 '수난 시대'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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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수영구서 정치인 얼굴 훼손돼
전문가 "정치 향한 불만 극단적 표출"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걸린 정당 현수막이 훼손된 모습. 정치인 얼굴이 있을 자리에 구멍만 존재한다. 권진성 부산 수영구의원 제공 부산 수영구 망미동에 걸린 정당 현수막이 훼손된 모습. 정치인 얼굴이 있을 자리에 구멍만 존재한다. 권진성 부산 수영구의원 제공

부산 한 정당 지역위원장 현수막이 얼굴 부분만 훼손된 채 발견되면서 현직 구의원이 경찰에 엄정한 수사를 요청하고 나섰다. 지역 정치권은 민주주의 근간을 흔드는 범죄라며 현수막 훼손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26일 더불어민주당 부산시당에 따르면 지난 21일 수영구의회 권진성, 윤정환 구의원은 “정당 현수막을 훼손한 범인을 재물손괴 혐의로 수사해 달라”며 부산 남부경찰서에 고발장을 접수했다.

권 의원이 제출한 고발장에 따르면 이달 중순 망미동 한 아파트 정문 앞에 걸린 민주당 지역위원장 현수막이 훼손된 채 발견됐다. 정치인 얼굴이 아예 없어진 상태였다. 정치인 얼굴이 있던 자리는 가로 세로 40cm 크기 구멍이 뚫려 있었다. 이 현수막은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을 치른 수험생들의 ‘꿈을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문구가 담겨 있다.

권 의원은 “이전에도 종종 현수막 훼손은 발생했지만, 이번처럼 얼굴 전체를 도려낸 경우는 드물다”며 “내년 총선을 앞두고 훼손 형태가 매우 악의적이라 판단해 경찰에 고발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당 현수막 훼손은 시간과 장소를 가리지 않고 부산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민주당 부산시당은 올해 7개 구·군에서 정당 현수막 약 30개가 훼손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2020년에는 사하구에서 국민의힘 소속 지역 정치인 현수막이 훼손되기도 했다.

지난달에는 70대 남성 A 씨가 민주당 부산시당이 중구 길거리에 설치한 현수막 7개를 훼손한 혐의로 검찰에 불구속 송치됐다. 경찰 조사 결과 A 씨는 여소야대 정치 상황에서 거대 야당이 정부 시책에 협조하지 않아 손톱깎이에 달린 작은 칼로 현수막을 찢었다고 진술했다.

전문가들은 정당 현수막 훼손을 두고 정치인에 대한 불만과 피로가 극단적으로 표출된 사회적 현상이라고 분석한다. 경성대 심리학과 임낭연 교수는 “정치가 국민 기대에 부합하지 않는다는 생각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출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성숙한 시민 의식으로 현수막 훼손은 지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역 정치권도 현수막 훼손이 부당한 행위라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부산시당 관계자는 “정당 현수막 훼손이 발생할 경우 강경하게 대응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민주당 부산시당 관계자도 “현수막 훼손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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