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첫 '더블헤더'였는데…'부산 농구 남매' KCC·BNK 둘 다 울었다
남녀프로농구 사상 첫 ‘더블헤더’ 경기에서 ‘부산 농구 남매팀’이 2연전 모두 패했다. KCC는 15점 차로 완패하며 한국가스공사의 10연패 탈출 희생양이 됐고, BNK도 승리를 내주며 3연패에 빠졌다.
남자프로농구(KBL) 부산 KCC이지스는 26일 오후 5시 부산사직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KBL 대구 한국가스공사와 홈 경기에서 81-96으로 졌다. KCC는 이날 경기에서 라건아를 선발로 투입하며 변화를 꾀했다. KCC 전창진 감독은 “이번 주 연습을 통해서 라건아가 몸이 좀 올라왔다. 주력도 좋아지고 점프도 좋아졌다”며 “(존슨 대신)라건아가 먼저 코트에서 시작하기 때문에 이전과는 조금 다른 경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변화 시도에도 불구하고 KCC는 1쿼터부터 어렵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한국가스공사에 3점슛 4개를 허용하는 등 쿼터 후반 13-26 더블 스코어로 밀렸다. 1쿼터에만 가스공사 용병 벨란겔·니콜슨에게 12점씩을 헌납한 KCC는 두자릿수 점수 차(22-33)로 쿼터를 마무리했다.
2쿼터에 점수 차는 더 크게 벌어졌다. 10연패 탈출 의지로 똘똘 뭉친 가스공사의 공격력이 매서웠다. 쿼터 후반 31-55로 24점 차까지 점수가 벌어졌다. 2쿼터 종료 스코어는 39-60. 벨란겔이 전반에만 24점 5어시스트 맹폭을 퍼부었다.
3쿼터 KCC는 수비를 재정비하고 나왔다. 몇 차례 상대 공격을 막아냈지만, 공격에서 슛이 림을 외면하며 점수 차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았다. 쿼터 중반 가스공사는 일찌감치 70점을 돌파했다. KCC도 뒤늦게 추격을 시작했다. 외곽슛 난조 속에서도 2점슛을 착실하게 성공시켜 18점 차(76-58)로 3쿼터를 마쳤다.
4쿼터에 들어서며 초반부터 KCC의 추격 의지가 꺾였다. 8분을 남기고 59-86, 27점 차까지 벌어지며 사실상 승부의 추가 기울었다. 4쿼터 중반 KCC 최준용이 3점슛 2개를 연달아 성공시켰지만 벌어진 점수 차를 좁히기엔 역부족이었다. 결과는 81-96 완패였다. 벨란겔에게 30점을 내주는 등 100점 가까이 허용한 허술한 수비가 패인이었다.
경기에 패한 뒤 전창진 감독은 “뭔가 크게 잘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현재 10게임을 했는데 뭐가 문제인지 내가 빨리 찾아야 한다. 그게 가장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홈 3연전 첫단추부터 꼬인 KCC는 오는 27일 오후 7시 사직체육관에서 울산 현대모비스와 맞대결을 펼친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열린 더블헤더 1경기에서도 여자프로농구(WKBL) 부산 BNK 썸이 54-63으로 부천 하나원큐에 패했다.
BNK는 적극적인 수비와 공격 리바운드 가담으로 시작 3분여 동안 하나원큐를 무득점으로 틀어막으며 초반 주도권을 잡았다. 하지만 공격에서는 실마리를 찾지 못했다. 전반적인 슛 난조 속에 1쿼터 절반이 지날 때까지 4득점에 그치며 어렵게 경기를 풀어갔다. 1쿼터를 14-17로 뒤진 채 마친 BNK는 2쿼터에서도 좀처럼 리드를 가져오지 못했다. 2쿼터 1분여를 남기고 스코어는 11점 차(19-30)까지 벌어졌고, 23-30으로 전반을 마무리했다.
3쿼터 초반 BNK는 추격의 고삐를 당겼다. 진안의 연이은 2점슛으로 3점 차까지 추격했다. 하지만 7분 여를 남기고 한엄지가 공격자 파울로 5반칙 퇴장을 당하며 또 다른 위기가 찾아왔다. 4쿼터 5분 여를 남기고 44-59로 이날 경기에서 가장 많은 스코어가 벌어졌다. 11점 차로 뒤진 4쿼터 2분 38초를 남기고 박 감독은 작전 타임을 불렀지만 역부족이었다.
결국 BNK는 54-63으로 경기를 내주며 3연패에 빠졌다. BNK는 진안이 21점으로 분전했고, 리바운드도 46-33으로 하나원큐보다 13개나 앞섰다. 하지만 3점슛 17개를 던져 하나도 성공시키지 못하는 등 54점에 그친 게 뼈아팠다. BNK는 오는 29일 오후 7시 용인 삼성생명을 홈으로 불러들여 연패 탈출에 도전한다.
한편 이날 더블헤더 경기를 앞두고 KCC 라건아가 ‘커피차’ 선물을 준비해 눈길을 끌었다. 커피차는 낮 12시부터 경기장 외부에 설치돼, 팬과 선수들에게 커피를 선물했다. KCC 관계자는 “더블헤더를 같이 하니까 두 팀 다 이겨보자는 취지다. 작년에도 전주에서 라건아가 커피차를 준비한 적이 있는데, 본인이 직접 하고 싶다고 이야기를 해서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이대진 기자 djrh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