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다 비싼 1만 원대 돼지국밥…서민 달랜 국밥도 ‘양극화’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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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그릇 1만 3000원 등장
롯데백화점 식당가 입점도
반값도 있어 ‘양극화 심화’

사진은 엄용백돼지국밥. 부산일보DB 사진은 엄용백돼지국밥. 부산일보DB

부산 대표 음식인 돼지국밥도 ‘프리미엄 시대’가 열렸다. 최고급 유통 채널인 백화점에 입점하거나 한 그릇에 1만 3000원에 달하는 국밥도 등장했다. 계속되는 고물가에다 값비싼 재료로 만든 고급 음식을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맞물리며 “서민 음식인 국밥도 양극화가 가속화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부산 수영구에 본점을 둔 ‘엄용백돼지국밥’은 ‘부산식 돼지국밥’을 1만 1000원에 판매한다. 엄용백돼지국밥은 부산 출신 셰프 30대 엄수용 씨가 2018년 문을 열어 현재 부산 2곳, 서울 1곳을 운영 중이다. ‘부산일보’가 미식 전문가 등과 함께 부산 최고의 국밥집 30곳을 선정한 ‘부산돼지국밥 로드’에 포함된 곳이다. 2019년 말 부산돼지국밥 로드 선정 당시 돼지국밥은 한 그릇 8000원이었는데, 약 4년 만에 37.5%(3000원)나 올랐다. 맑은 국물인 ‘부산식 극상 돼지국밥’과 뽀얀 국물 ‘밀양식 극상 돼지국밥’은 1만 3000원으로 부산 최고가 돼지국밥이다. 일반 국밥에는 2가지, 극상 국밥에는 5가지 부위 고기가 들어간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9층 식당가에 입점한 ‘수변최고돼지국밥’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9층 식당가에 입점한 ‘수변최고돼지국밥’에 고객들이 줄을 서고 있다. 롯데백화점 제공

백화점에 입점한 돼지국밥도 있다.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에 따르면, 지난 7월 9층 식당가에 ‘수변최고돼지국밥’이 문을 열었다. 식당가 고객뿐 아니라 여행 가방을 든 관광객까지 줄을 서 점심시간에는 평균 대기만 80여 명에 달한다. 이곳은 롯데백화점 부산본점 입점 후 월 매출 1억 원 이상을 달성해 식당가 전체서도 상위 매출을 유지 중이다. 이곳은 고기국밥이 1만 원, 대표 메뉴인 항정국밥이 1만 2000원이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부산을 대표하는 음식인 돼지국밥을 입점시키면 부산시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많이 방문할 것이라는 판단으로 그동안 백화점업계에서 시도하기 어려웠던 돼지국밥 유치를 했다”고 말했다.

시민들은 고가 돼지국밥의 등장에 선뜻 ‘서민 음식’이라고 부르기도 어려워졌다는 반응을 보인다. 통상 부산보다 음식 가격이 높은 서울보다 비싸졌기 때문이다. ‘2023 미쉐린 가이드 서울’에 선정된 서울 광화문 돼지국밥은 9500원, 서울 옥동식 돼지국밥은 1만 원에 판매하고 있다.

돼지국밥 가격 인상은 고물가로 재료 가격이 꾸준히 오른 영향이 크다. 지난 1월부터 10개월 동안 음식서비스 물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 뛰었다. 지난해 7.7% 올라 1992년(10.3%) 이후 30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데 이어 올해도 고물가는 계속되고 있다.

돼지국밥에 들어가는 돼지고기 가격도 오름세다. 지난 9월 말 기준 고기 직거래 플랫폼 ‘미트박스’에 따르면, 껍데기를 제거하지 않은 돼지 앞다릿살은 1kg당 평균 9569원, 제거한 앞다릿살은 8889원으로 올해 초보다 각각 32%, 24% 상승했다. 이는 최근 10년 새 가장 높은 평균가다.

2019년 수변최고돼지국밥은 돼지국밥이 8000원이었는데 약 4년 만에 25%(2000원)나 올랐다. 남구 ‘쌍둥이돼지국밥’, 사하구 ‘영진돼지국밥’ 등 부산의 대표 맛집 역시 한 그릇에 9000원에 판매 중이다.

가격 오름폭을 최대한 줄여 ‘가성비’를 자랑하는 곳도 있다. 남구 ‘개미식당’에선 돼지국밥을 6000원 받다가 지난 6일 500원을 올려 6500원이 됐다. 4년 전에 비해 1500원밖에 오르지 않았다. 1989년 문을 연 동구 ‘88수육’도 돼지국밥 7000원, 1956년 개업한 동구 ‘60년전통할매국밥’도 돼지국밥 7000원이다. 개미식당 탁순옥 사장은 “최근 돼지고기 가격이 너무 많이 올라 어쩔 수 없이 500원을 올렸다”면서 “남편과 아들 등 가족끼리 운영해 사람을 안 쓰고, 배달앱 없이 직접 전화로만 받아 뚝배기로 배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는 돼지국밥도 프리미엄과 가성비로 양극화를 보일 것으로 전망한다. 맛 칼럼니스트 박상현 씨는 “부산 출신 셰프가 서울에 문을 연 옥동식 돼지국밥이 성공하면서 고급 돼지국밥 시장이 열리게 됐다”면서 “항정살 국밥의 경우 수입산 고기를 쓸 수밖에 없는데 폭리를 취하는 경우도 있어서 고급 돼지국밥을 먹을 땐 반드시 원산지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김성현 기자 kksh@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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