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역사 인재 요람, 도시를 ‘관광지’로 꽃 피웠다[유럽 대학도시서 배운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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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대학도시서 배운다] 이탈리아 볼로냐

‘유니버시티’ 단어 첫 사용 자긍심 높아
코페르니쿠스 등 배출… 교육 명성 자자

캠퍼스 곳곳 학생·방문객 발길 이어져
상권 형성 도시재생 프로젝트 성공 평가
정부·지자체, 재정 지원 교육 성장 일조

볼로냐대 건물을 둘러싼 회랑(복도)의 모습. 교육의 도시를 상징하는 볼로냐의 회랑은 길이가 40km에 달한다. 볼로냐대 건물을 둘러싼 회랑(복도)의 모습. 교육의 도시를 상징하는 볼로냐의 회랑은 길이가 40km에 달한다.

이탈리아 볼로냐는 전 세계에서 손꼽는 ‘교육의 도시’다. 중앙인 수도 로마에서 직선거리로 305km나 떨어진 이 도시를 세계적인 관광지로 거듭나게 한 건 이곳에 위치한 볼로냐 대학교다. 인구 40만의 소도시 볼로냐시는 볼로냐 대학 덕에 ‘교육의 도시’이자 ‘현자의 마을’로 불린다.

볼로냐대는 공식적으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학교이다. ‘유니버시티’란 단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학교도 바로 이곳이다. 학문을 처음 퍼뜨린 ‘세계 대학교의 어머니’인 셈이다. 1088년 학생조합이 설립한 볼로냐대는 935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개교 1000주년이 머지않았다. 대학이 학생을 이끌고, 역사가 관광객을 부르면서 볼로냐시는 성장해 왔다.


볼로냐 시내 중심지 랜드마크인 아시넬리탑을 지나 동쪽을 향해 도보로 10여 분을 걸으면 볼로냐대에 도착한다. 구도심을 끼고 있는 볼로냐대는 경계가 확실한 국내 대학 캠퍼스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대학 건물이 아시넬리탑을 기점으로 시내 외곽으로 뻗어있는 잠보니 거리를 따라 곳곳에 흩어져 있다. 지난달 4일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은 볼로냐대 예술·인문 대학가엔 학생들과 관광객의 활기로 가득 찼다. 학생들은 책을 들고 ‘회랑(기둥을 중심으로 지붕이 있는 긴 복도)’을 분주하게 오갔다. 학생들 사이로 멀리서 대학을 구경하러 온 관광객 발길도 이어졌다. 대학 자체가 관광지임을 알리듯 주변엔 기념품 가게가 즐비했다.

볼로냐대에서 인문학을 공부하는 지오바나(25) 씨는 “최고 수준의 대학이면서도 세계 최초의 대학교라는 타이틀 덕에 대학 주변에는 늘 학생과 관광객이 뒤섞여 있다”며 “대학 건물이 넓게 퍼져있어 볼로냐 시내 동부의 대학 거리는 유명 관광지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볼로냐 파스타’보다 볼로냐 대학교가 더 유명하다”는 게 이곳 학생들의 자부심이댜.

볼로냐대는 건물 곳곳이 관광지이다. 옛 건물을 그대로 보존한 대학 내부는 박물관과 전시 공간으로 사용 중이고, 세계 최초로 해부 연구를 진행한 대학 내 해부실은 그 중에서도 필수 관광 코스다.


볼로냐대학교 학생들의 졸업식 모습. 볼로냐대 제공 볼로냐대학교 학생들의 졸업식 모습. 볼로냐대 제공

볼로냐 대학교가 교육기관으로서 공식 문서에 등장한 것은 무려 1088년이다. 13세기 후반부터 법학, 의학, 철학, 신학 등 다채로운 학문을 다루면서 학생 7만 명 규모의 거대 명문 대학으로 자라났다. 지동설을 주장한 코페르니쿠스, 현미 해부학의 창시자인 마르첼로 말피기, 철학자 피에트로 폼포나치, 르네상스 최대의 인문주의자인 에라스무스 등이 볼로냐대의 졸업생이다.

볼로냐 지역은 거미줄처럼 뻗은 회랑으로도 유명하다. 각국에서 학생이 몰리다 보니 대학 인근 하숙집들이 한 명이라도 더 학생을 받기 위해 기둥을 설치하고 그 위로 방을 증축했다. 시내 곳곳에 회랑길이 만들어진 사연이다. 40만 여 명이 거주하는 볼로냐에 설치된 회랑 길이만 40km에 달할 정도다. 도시에 거미줄처럼 퍼진 회랑마저도 볼로냐대가 만들어 낸 교육의 산물인 셈이다.

볼로냐대의 유명세에 맞게 정부와 지자체도 든든한 재정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이탈리아 정부는 내년도 볼로냐시 교육 서비스 개선 예산으로 290만 유로(한화 41억 4500만 원 상당)를 추가 배정했다. 볼로냐시는 이 중 100만 유로(한화 14억 3000만 원 상당)를 장학금 지급 등 교육 환경 개선 예산으로 사용한다는 방침이다.

개교 1000년 역사의 볼로냐대가 볼로냐시 성장 든든한 발판이었다는 데엔 시민도 이견이 없다. 볼로냐시에서 숙박업을 하는 아드리아노(50) 씨는 “볼로냐대는 볼로냐 시민의 자부심이자 정신”이라며 “대학을 중심으로 상권이 형성되어 왔고 볼로냐시 도시재생 프로젝트도 성공적으로 진행됐다. 대학은 작은 지역에 학생과 관광객들이 꾸준히 찾는 원동력”이라고 강조했다. 볼로냐(이탈리아)/글·사진=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곽진석 기자 kwa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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