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초과 근무 자제령에 연말 치안 ‘조마조마’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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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부족·수당 부정수급 영향
경찰청, 내달까지 휴가 등 권장
일선 경찰·주민, 치안 공백 우려

일러스트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일러스트 이지민 에디터 mingmini@busan.com

최근 경찰청이 초과근무 자제 지침을 내려 현장 반발이 커지고 있다. 사건 사고가 많은 연말에 경찰의 신속 출동을 막는 안이한 조치라며 비판이 쏟아진다.

26일 부산경찰청 등에 따르면 경찰청은 이달 초 각 시도 경찰청에 올해 12월까지 초과근무 신청을 제한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내렸다. 계획안에는 자원 근무 제한과 휴가 적극 시행, 이달부터 다음 달까지 매주 수·금요일 초과근무 신청 제한 등의 내용이 담겼다.

당초 매주 수요일은 ‘가족 사랑의 날’로 정시 퇴근 정책이 운용되고 있었으나 금요일을 추가해 주 2회로 정시 퇴근 요일을 늘렸다.

또 사용하지 않은 연가를 급여로 대체해 주는 연가보상비 지급 일수는 지난해 7일에서 올해 6일로 축소했다.

경찰청 측은 이번 조치가 초과근무 수당에 사용되는 예산이 부족하고, 최근 일부 경찰관이 수당을 부정수급하다 적발되는 사례가 발생했기 때문에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관들은 반발이 나온다. 부산의 한 지구대장은 “의경이 폐지되면서 자원 근무로 인력난을 메웠는데 민원 처리 인력이 더 부족해졌다”며 “적은 인력으로 야간근무를 하다 보니 출동 시간이 늦어질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부산 한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B 경사도 “강제 연차를 권하고 있어서 다들 원치 않는데도 눈치를 보면서 휴가 가야 할 판이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경찰서에서 근무하는 B 경위도 “연말에 사건 사고가 특히 많은데 근무 시간을 축소하니 혼란스러워하는 분위기다”고 말했다.

경찰 내부 커뮤니티에도 비판글이 잇따랐다. 한 경찰관은 “경찰 역사상 초과근무 미지급은 처음 있는 일”이라며 “경찰은 국민 생명과 직결된 치안 유지가 주 업무인데 사건이 밀려 들어와도 일을 못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연말 치안 공백 우려도 크다. 부산 수영구 광안동 주민 최 모(43) 씨는 “연말에는 각종 모임이며 술자리가 많아져 사건이 많은데 출동할 경찰이 부족하다니 걱정”이라며 “위험한 일이 생기는데 출동할 경찰이 없으면 누가 책임질지 의문이다”고 말했다.

내부 반발이 커지자 경찰청은 지난 24일 화상회의를 열어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경찰청은 기본근무를 제외한 초과근무는 원칙적으로 부여된 시간에서만 실시해야 하고 이를 넘는 초과근무는 금지한다고 밝혔다. 꼭 필요한 초과근무의 경우 각 부서장의 초과 승인을 거쳐야 한다고도 설명했다.


변은샘 기자 iamsa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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